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현 정권에 대해 “대통령制 권력에 취했다"고 비판했다. 강 교수는 1월 20일 조선일보 칼럼을 통해 “30여 년 전 우리가 민주화를 성취했을 때 그건 전 세계적 현상이었다"면서 “이제 우리나라 역시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 작동의 기본 조건이라고 할 수 있는 삼권분립은 사실상 형해화됐다"고 규정했다.

 
그는 “최근 민주주의 후퇴의 조짐이 곳곳에서 목도되고 있다. 러시아·터키·헝가리·폴란드 등 여러 나라에서 권위주의가 부활하고 있고, 미국·영국·독일·스웨덴과 같이 민주주의의 전통이 오래된 국가에서도 포퓰리즘이나 극단주의 정치가 부상하고 있다"며 “그렇지만 나는 한국은 다르다고 생각해 왔다. 박근혜 정부 때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가 위협받았지만 평화적 촛불집회, 국회와 헌법재판소에서의 탄핵 절차 등 헌정 체제를 통해 그 위기를 해소해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이제 우리나라 역시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게 됐다"며 “사법부는 더 이상 독립적인 기구로 보이지 않는다.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예민한 사건에 대한 판결에서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가 권력의 눈치를 본다는 건 더 이상 비밀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또 “정치적으로 중립적이고 공정해야 할 판사들은 선거를 앞두고 곧바로 특정 정당으로 거리낌 없이 달려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국회의 무력화도 비판했다. 그는 “여당은 철저하게 청와대에 복속돼 조국 사태 때조차 한마디 다른 말을 하지 못했다"면서 “집권당의 전(前) 대표는 장관으로 갔고 전(前) 국회의장은 국무총리가 되었다. 당도, 국회도 대통령의 권력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고 질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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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총선 후에는 한곳으로 집중된 권력을 각자의 자리로 되돌려놓기 위한 개혁, 즉 권력 구조를 바꾸려는 개헌 논의도 이뤄져야 한다"며 “우리의 민주주의가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사진=뉴시스DB

강 교수는 행정부의 자율성도 사라졌다고 했다. 정책에 대한 판단과 결정은 청와대가 하고 해당 부서는 그 지시에 대한 뒤처리만 한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한마디에 하루아침에 입시 제도가 바뀌고, 충분한 논의 없이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상황에서 관료 집단의 전문성은 의미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장관 역시 별 역할이 없어졌다. 국무(國務)를 다루는 국무회의는 존재감이 없고, 청와대 '비서들'의 회의가 훨씬 더 중요해진 지 오래되었다"고 했다.

 
그는 “국가 운영이 '시스템'이 아니라 대통령과 그 주변의 몇몇 청와대 인사에 의해 이뤄지고 있고 그런 점에서 볼 때 권력의 집중은 박근혜 정부 때보다 오히려 더 심해진 것 같다"면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력의 집중은 예외 없이 오만함으로 이어진다"고 일침을 가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 대해 그는 “모든 적폐의 근원은 권력이 집중된 제왕적 대통령제"라며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다시 작동하도록 만들어 놓을 수 있는 건 국민뿐"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총선 후에는 한곳으로 집중된 권력을 각자의 자리로 되돌려놓기 위한 개혁, 즉 권력 구조를 바꾸려는 개헌 논의도 이뤄져야 한다"며 “우리의 민주주의가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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