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알려진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공작정치’ 의혹을 낳고 있는 ‘김기현 울산시장 수사’의 결정적 단초를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일보는 11월 28일 “지난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진행된 경찰의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에 대한 수사 근거가 된 비위 첩보 문건을 백원우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서 만든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백 비서관이 이 첩보를 같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인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에게 건넸고 이 첩보가 경찰에 전달돼 수사가 진행됐다는 것이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당시 야당 후보였던 김기현 시장은 떨어졌다. 대신 문재인 대통령의 오랜 친구였던 여당 후보 송철호 현 울산시장이 당선됐다.
 
이같은 정황에 대해 검찰은 사실상 청와대의 '하명(下命) 수사'이자 ‘선거개입’으로 보고 조만간 백원우 전 비서관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보도에 따르면, 백 전 비서관은 현직이던 2017년 9~10월쯤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에게 김 전 시장과 관련한 비위 첩보 문건을 직접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박 비서관도 검찰에서 이 같은 내용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정비서관은 민심 파악 등이 주된 업무이고, 사정 관련 업무는 반부패비서관 소관이다.
 
검찰은 야당 광역단체장 관련 비위 첩보를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을 통해 경찰에 하달했고 실제 수사가 이뤄진 것 자체가 월권이고, 선거개입이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정수석실의 비리 첩보 수집 대상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고위 공직자로, 선출직 공무원은 대상이 아니다.
 
조선일보는 “백 전 비서관이 이 첩보를 어디서 입수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그는 지난 19대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선대위에서 조직본부 부본부장을 맡았던 현 정권 실세"라고 전했다. 검찰은 현 정권과 관련된 인물이 첩보를 건넸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청와대는 비위 첩보가 접수되면 정상 절차에 따라 관련 기관에 이관한다"고 했다. 당시 울산경찰청장으로 이 사건을 지휘했던 황운하 현 대전경찰청장은 "첩보 출처가 청와대인지 몰랐다"고 했다.
 
하지만 검찰은 청와대와 경찰청이 이 사건과 관련해 여러 차례 보고 문건 등을 주고받은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단순한 이첩 수준을 넘어 사실상 수사를 지휘한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찰청이 청와대에서 받아 울산경찰청에 내려 보낸 문건 중에는 '수사 진척이 느리다'며 질책하는 내용, 김 전 시장 주변을 샅샅이 뒤진 것으로 보이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문건에 대해 조선일보는 검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 잡듯 뒤졌다고 할 만한 내용들"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은 지난 대선 때 여론조작 의혹 관련 ‘드루킹 사건’에도 연루돼 조사를 받았었다. 당시 백씨는 '드루킹' 김모씨의 오사카 총영사 인사청탁에 연루돼 특검 조사를 받았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기소되지 않았다.
 
당시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을 수사한 허익범 특검팀은 2018년 8월 조사 활동을 종료하면서 백원우 전 비서관 사건을 검찰에 이관했다. 백씨는 2018년 3월 23일 김씨가 김경수 경남도지사에게 일본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한 경제적공진화모임 소속 '아보카' 도모 변호사를 면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건 은폐 의혹이 제기됐었다.
 
특검팀은 수사 과정에서 의혹 실체를 확인하지 못했으며, 면담 자체가 부적절했는지 여부는 특검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건을 검찰에 이관했다. 하지만 검찰은 그를 재판에 넘기지 않은 채 사건을 종결했다. 백씨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한 것이다.
 
사법처리는 되지 않았지만 드루킹 사건을 거치면서 백원우 전 비서관은 문재인 정권을 창출하고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온 인물로 평가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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