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야당 사이에 고성·삿대질로 마무리된 청와대 국정감사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야당 예결위원들은 11월4일 청와대의 사과와 강기정 정무수석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에 여당은 내년 예산안 심사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것을 요구하며 맞섰다. 예결위는 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경제부처 국무위원들이 출석한 가운데 전체회의를 열어 2020년도 예산안 등에 대한 부별심사를 진행했다.
 
여야는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국감 당시 파행 사태를 놓고 입씨름을 벌였다. 당시 한국당 나경원 의원은 북한의 잇따른 무력시위 속에서도 청와대가 우리 안보가 튼튼하다고 강조한 것을 문제 삼으며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설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나 의원이 "어거지로 우기지 마시라"고 하자, 정 실장 뒤에 앉아 있던 강 수석이 "아니 답변을 요구해 놓고 ‘우기지 말라’가 뭐냐"고 끼어들었다.
 
나 의원이 끼어들지 말라는 듯 "강기정 수석"이라고 소리치자, 강 수석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 의원을 향해 삿대질을 하고 고함을 치며 "우기지말라니가 뭐냐고" "내가 증인이야" "똑바로 하시라"고 했다.
 
이에 한국당 의원들이 "이게 뭐하는 거냐"고 소리를 지르면서 국감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건방지기 짝이 없다"는 말이 나왔고 강 수석은 "말씀 조심하시라"고 맞받는 등 양측 간에 계속해서 고성이 오갔다. 이날 국감은 밤 10시45분께 중지됐다가 1시간 뒤에야 재개됐다. 이후 차수 변경을 거쳐 2일 0시20분께 종료됐다.
 
이와 관련해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은 예결위 전체회의 개회 직후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해 청와대의 사과를 요구했다. 지 의원은 "운영위에서 청와대가 국민의 대표인 국회를 상대로 보여준 그 모습에 대해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비서실장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는 표현을 하고 안보실장은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이 이동식 발사가 안된다는 허무맹랑한 말씀을 하고 정무수석은 막말도 아닌 '우긴다'라는 표현에 고함지르고 삿대질하고 경제수석은 야당 의원 질의에 '의원님이 정책할 때 한국 경제성장률이 세계 경제성장률보다 낮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지 의원은 "이런 식으로 불성실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국민의 대표기관을 이렇게 취급하는 태도에 대해서 예결위가 과연 그 기관들을 상대로 무슨 심사를 해야 하는지 자괴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며 "유감의 뜻을 표하고 청와대의 사과를 요구하고 싶다"고 했다.
 
이종배 자유한국당 의원도 "지난 1일 운영위의 청와대 국감에서 강 수석이 보인 태도는 국회를 무시하고 나아가 국민을 무시하는 태도였다"며 "오만불손하고 안하무인의 태도였다.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서 잘못된 정책을 시정하는 국감의 취지를 전혀 감안하지 않고 마치 국회와 싸우자고 대드는 태도를 보인 것은 유감을 넘어 잔인함까지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정무수석은 국회와 청와대, 정부의 가교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태도를 보일 수 있나 싶다. 정무수석은 물론 당연히 그 자리에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강 수석의 사퇴까지 거론했다.
 
이 의원은 또 "이런 태도로 국감에 임하고 정책질의에 임한다면 시간만 낭비하는 꼴 밖에 안된다"며 "이런 정책질의도 다 소용없다. 국회와 국민을 존중하는 자세로 정책질의에 임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청와대 참모진을 감싸려고 드리는 말씀이 아니라 원인 없는 결과가 어디 있냐"며 청와대 국감 파행의 원인이 한국당에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 문제들은 해당 파트에서 해소됐으면 좋겠다"며 "본연의 예산심사를 진행했으면 좋겠다. 정치가 연결돼 있는 것이라 어느 하나 단절해서 얘기할수 없는 것이지만 예결위가 여야 간 소모적 기싸움으로 공전하지 않고 실제 국민들의 아픈 부분 어루만지는 부별심사를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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