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입시·학업 특혜 관련 의혹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조 후보자는 8월 21일 "부정입학 의혹은 가짜뉴스"라면서 정면돌파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민심은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
 
의혹의 주된 논쟁 지점은 조 후보자 딸이 부모 배경 등을 토대로 한 특혜로 볼 수 있는 일련의 이력을 쌓았다는 점이다. 조 후보자 딸의 논문 제1저자 등재는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물이다. 이 때문에 부모의 배경이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장성한 자녀 둘을 두고 있는 주부 김모(59·여)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세월이 변했다고 하지만 고등학생이 논문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다는 것이 부모 빽(배경) 없이 할 수 있는 일반적인 경우라고 볼 수 있겠나"라고 성토했다.
 
중고생 자녀를 키운다는 김모(45)씨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예민한 것이 군대와 입시"라며 "백번 양보해서 조 후보자 딸의 전력이 소위 상위 코스를 밟아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보통의 자녀를 가진, 보통 부모가 보기에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자녀를 둔 한 50대 공무원은 "자녀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어느 부모나 비슷할 것"이라면서도 "내 자녀라면 그럴 수 있었을까라고 생각해봤을 때 그러기 힘들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면 특혜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게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번 의혹을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와 결부하는 주장도 제기된다. 앞서 정씨는 학업 과정에서 특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고, 이화여대와 청담고는 결국 그의 입학과 졸업을 취소했다.
 
이번 사안들이 현실성 있는 범주에서 이뤄진 내용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현행 입시 체계에서 취할 수 있는 전략들이었으며, 진학 시장에서 일정 부분 횡행했을 수 있는 일들이라는 주장 등이다. 또 부모의 배경이 진학과 취업의 성취 정도를 가르는 세태를 이미 당연시하는 다소 자조적인 견해도 존재한다.
 
중고생 자녀를 키운다는 직장인 박모(54)씨는 "부모 후광을 생각해서 다른 사람들이 알아서 나섰을 측면도 있지 않겠나"라며 "부모가 알았더라도 말리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고모(60)씨는 "조 후보자는 본인 능력이 출중하니 딸에게도 특혜를 줄 수 있었을 것이다. 특혜를 준다고 하면 거절할 사람이 누가 있겠나"라면서도 "장관한다고 하니까 문제가 되는 건데 문제를 제기하는 쪽도 파보면 특혜 받은 사람이 수두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입을 앞둔 자녀 어머니인 정모(47·여)씨도 "당시에는 법적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했던 결정들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다가 아버지가 공인으로 노출되면서 이렇게 불거진 듯하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 딸을 둘러싼 의혹은 고등학교 2학년 시절 대한병리학회 논문 제1저자 등재,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서의 석연치 않은 장학금 수령이 대표적이다. 또 조 후보자 딸은 본인에 대해 '포르쉐를 탄다', '가정교육과를 졸업했다' 등의 허위사실이 유포됐고, 이를 유포한 이들을 처벌해달라는 취지의 고소장을 전날 경찰에 냈다.

 
     
8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는 피켓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조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이 꼬리를 물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위기감이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조 후보자 딸의 장학금과 논문 저자 등재 논란이 큰 파장을 일으킴에 따라 청년층과 학부모의 민심 이반이 감지되고 있어서다.
 
조 후보자가 개입했다는 증거가 없고 밝혀진 불법·부정도 없는 만큼 법무장관으로서 결격 사유는 아니라는 게 당내 대체적인 기류이지만 국민 정서상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어제 지역구에서 3시간 땀 흘리면서 사람들을 만났는데 (민심이) 심각하다. 저도 지금 심각하다고 느끼고 있다"며 "(조 후보자가)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해명을 내놓는다면 최악의 상황으로 갈 수 밖에 없다. 결단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인 박 위원은 "교육 문제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역린"이라며 "민감하고 예민한 이슈가 교육 문제인데 우리 국민들이 결코 양보하지 못하는 기회의 평등 문제에 맞닿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송영길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누구보다 개혁적, 원칙적, 진보적 학자로 인식된 조 후보자가 국민 정서에 맞지 않게 자녀들의 특목고 졸업과 대학·대학원 입학 과정에서 우리나라 일부 상위계층이 보여주는 일반적 행태를 보여준 건 마음을 아프게 한다"며 "이에 대한 후보자의 진솔한 해명과 배경 설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조 후보자의 딸은 한영외고와 고려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까지 단 한 번의 필기시험도 보지 않고 진학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이에 민심 이탈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조 후보자의 적극적인 해명과 모종의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까지 터져 나온 것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전력과 사모펀드 논란 때까지만 해도 인사청문회를 비교적 수월하게 넘길 수 있겠다고 자신했는데 조 후보자 딸 관련 논란이 터지면서 자칫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하필이면 우리 국민 정서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인 입시 문제가 터져서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민심 악화가 여론조사 결과로 드러난다면 당 지도부도 이런저런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대외적으로는 조 후보자에 대한 철통 엄호를 지속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악화되는 여론을 어떻게 되돌릴지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는 분위기다. 조 후보자 청문회에 청문위원으로 나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방어막을 쳤다.
 
김종민 의원은 "(조 후보자 딸의) 논문 제1저자 등재 문제에 대해 누구나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자기 노력이 아니라 부당한 방법이나 부모의 사회적 지위로 특혜나 특별한 대우를 받은 것이 아니고 전적으로 해당 교수가 학생에게 특별한 교육적 배려를 해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철희 의원은 "조 후보자가 (과거에) 했던 특목고 이야기와 (딸의 외고 진학이) 맞지 않다고 지적할 수 있다. 조 후보자를 평가할 때 그동안 본인이 했던 말과 다르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그러나 후보자가 권력과 지위를 활용해서 압력을 행사한 것은 아니다. 기분이 나쁠 수는 있지만 결격사유로 해석될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4시에 의원총회도 개최한다. 자유한국당이 청문회 대책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며 총공세에 나선 가운데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조 후보자와 관련해 당은 후퇴가 불가능하다. 조 후보자가 낙마한다면 레임덕까지는 아니더라도 정권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라며 "소나기를 맞더라도 일단 청문회까지는 가서 최대한 의혹을 해소하는 수밖에 없다. 지금은 먼지가 뿌옇게 끼어 있지만 먼지가 사라지고 나면 보이는 것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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