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간 ’식탁위의 세상’·’값싼 음식의 실제 가격’
최근 방송에서 ’먹방’(먹는 방송), ’쿡방’(요리하는 방송)이 대세지만 먹는 문제의 이면에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 이런 불편함을 들여다본 책이 서점가에 잇달아 나왔다.
27일 부키에서 출간한 ’식탁 위의 세상 : 나는 음식에서 삶을 배웠다’(켈시 티머먼 지음)는 자신이 먹고 마시는 음식의 원산지를 찾아 네 대륙을 직접 탐방한 기록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문득 아침마다 마시는 스타벅스 콜롬비아 로스트를 누가 재배하는지 알고 싶어 회사에 문의하지만 ’독점 정보’라 알려줄 수 없다는 답을 듣고, 이에 직접 커피를 생산하는 사람을 찾아 떠난다.
앞서 자신이 입는 옷의 원산지를 추적해 그 경험을 ’나는 어디에서 입는가’라는 제목의 책으로 엮은 경험이 있는 저자가 이번에는 ’나는 어디에서 먹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답을 찾아 나선 것이다.
저자가 만난 스타벅스 현지 협력업체 관계자는 스타벅스 콜롬비아 로스트가 100% 콜롬비아산이 아니며 일부를 다른 나라에서 들여와 기호에 맞게 혼합한다는 얘기를 듣는다. 또 원두를 생산하는 에티오피아 농장의 위생상태는 광고와는 사뭇 달랐다.
초콜릿이나 랍스터 같은 고급스러움으로 포장된 음식도 그 뒷면에는 ’잔혹동화’에 가까운 이야기가 숨겨져 있었다.
저자가 아이보리코스트의 카카오농장에서 만난 가나 출신 청년은 노예와 같은 삶을 살고 있었으며 니카라과의 미스키토족은 바닷가재를 잡기 위해 잔압계도 없이 잠수를 하다가 잠수병이나 과팽창 부상으로 젊은 나이에 죽거나 인생의 대부분을 병석에서 보낸다.
저자는 음식이 우리에게 영양분을 주는 동시에 건강을 해치듯이 먹거리 생산은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생산자들에게 희망과 기회를 앗아간다고 말한다. 또 우리가 먹는 음식으로 인해 지구 반대편의 다른 누군가는 장애를 입고 목숨을 잃는다.
그러나 다행히 미래를 위해 현재를 조금씩 바꿔나가는 이들도 있다고 이 책은 말한다. 코스타리카 정부, 미국국제개발처, 켈로그재단이 공동 설립한 어스 대학에서는 29개국 학생들이 모여 지속가능한 농업 기업가로 성장해 고향으로 돌아간다. 이들은 자국 농부들에게 환경을 보존하면서 고부가가치 작물을 수확해 고수익을 올리는 법을 가르쳐준다.
농작물의 유전자 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해 싸우는 연구자들, 지역 농부들에게 판로를 열어주기 위해 소매점을 차린 농부 등의 모습에서도 희망이 엿보인다. 문희경 옮김. 392쪽. 1만6천500원.
열린책들에서 나온 ’값싼 음식의 실제 가격’(마이클 캐롤런)은 우리가 싼값에 음식을 소비할 수 있는 이유가 현행 식품 체계의 비정상성에 있음을 지적하고 값싼 음식의 가격표 뒤에 가려진 개인과 집단의 희생을 고발한다.
책은 2003년 9월 10일 전 세계 농민들이 세계무역기구(WTO) 회의장 앞에서 열린 시위에서 한국 농민 이경해 씨가 WTO의 농업 정책을 비판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으로 시작한다.
당시 이 씨가 들고 있던 팸플릿에는 국제 곡물가격이 매우 낮음에도 저개발 국가들에 기아가 만연한 현실을 고발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저자는 이 사건이 저가 식품 체계의 불합리성과 이로 인해 예상할 수 있는 비극적 결과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한다.
이런 정책을 옹호하는 쪽은 대량생산과 효율성에 초점을 맞춘 저가 식품체계가 싼값에 음식을 소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세계 식량안보를 지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저가식품체계는 실패한 발상이며 오히려 국제분쟁과 기아, 비만, 환경과 문화 파괴를 일으켰다는 것이 저자의 논리다.
효율성만을 강조한 정책은 산업화에 부적절한 농작물의 생산량 하락과 토양 오염, 환경 파괴 등을 야기했으며 이는 선진국의 소규모 가족 농장이 아닌 개발도상국의 수백만 농민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전 세계의 농민이 자유롭고 공정하게 경쟁한다는 자유무역시스템은 근본적으로 선진국에 유리한 조건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불공정하며 현재의 저가 식품 정책이 유지되는 것은 식품 유통 과정의 중간단계에서 강력한 지배권을 휘두르는 소수 대기업의 독점적 영향력 때문이라는 점도 지적한다.
저자는 저가 식품이 아닌 적정 가격의 식품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녹색혁명과 같은 하나의 거대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식품 체계가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체계를 말하는 것이다.
직거래장터, 지역사회의 농업지원, 커뮤니티 가든 같은 새로운 농업 생산 구조 확대와 식량 불안에 시달리는 소비자와 생산자를 위한 보조금 같은 정책적 보호도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배현 옮김. 456쪽. 2만5천원. ■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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