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고를 때, 가장 첫 번째로 무엇을 생각하시나요? 아마도 디자인이나 가격대를 먼저 떠올릴 것입니다. 수중에 있는 돈에서 무리하지 않을 정도로 가격을 설정하고, 어떤 차를 살 건지 고민합니다.
 
종합적으로 고려하겠지만, ‘연료’에 관한 부분은 주요 고려대상이 아닙니다. 서울 시내만 하더라도 1km 이내에 주유소가 곳곳에 있고, 지방으로 가더라도 주유소는 널렸기 때문입니다. 포털사이트에 등록된 주유소만 하더라도 총 1만878곳. 기름이 떨어지면 어디서나 주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소차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가격과 디자인을 다 제쳐두고 ‘충전소’를 가장 먼저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전국에 일반인이 이용 가능한 수소충전소는 9곳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수소차 보급이 가장 높은 서울은 양재와 상암 충전소에서 모든 수요를 감당합니다. 두 곳 모두 주말은 이용할 수 없고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수소차가 장점이 뛰어나 구매하고 싶은 생각은 듭니다만 정작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 까닭입니다. 당장 연료를 충전할 곳이 없으니 차라리 일반 자동차를 선택하고 맙니다. 주유소는 어딜 가든 있으니까요.
 
지난 번에 가봤던 양재 충전소를 다시 한 번 찾아갔습니다. 평일 낮임에도 불구하고 명절 때 연료를 다 쓴 탓인지 충전을 위해 수소차가 오고갔습니다. 충전을 하기 위해 온 운전자 A씨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A씨는 “대구에는 수소차 충전소가 없고, 가장 가까운 곳이 울산"이라며 “충전소가 없어 불편함을 뼈져리게 느낄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번 설날 때 대구와 청주를 다녀왔다고 합니다. 자신의 넥쏘 수소차로 한 번 충전에 약 700km까지 이동할 수 있는데, 귀성길과 귀경길 모두 정체가 심각해 집 근처에 도착했을 때는 30km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고 합니다.
 
A씨는 “대구에는 수소차 충전소가 없고, 가장 가까운 곳이 울산"이라며 “충전소가 없어 불편함을 뼈져리게 느낄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그는 수소차 충전소의 증대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밝혔는데요. A씨는 “최소한 각 지자체에 3~4곳은 있어야 수소차를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 말하면서 “정부에서 하루 빨리 수소차 충전소에 대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수소차 운전자와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이들이 느끼는 불편함은 오직 하나, 충전소였습니다. 연료를 충전할 수소차 충전소가 없으니 장거리 운전에 대해 불안감을 느낍니다.
   
이제 정부에서 수소차 충전소에 대한 규제를 대폭 손질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일정 기간과 지역에서 규제 적용을 면제하는, 혁신의 실험장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지난 1월 17일부터 시행됐기 때문입니다.
 
현대자동차는 서울 도심 5개 지역에 충전소 설치를 위한 실증특례를 요청했고, 산업통상자원부는 2월 11일 제1차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회를 개최해 국회, 탄천, 양재 등 4곳에 실증특례를 부여, ‘규제 샌드박스’ 1호 사업이 됐습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17일 울산을 방문하며 수소충전소 설치와 수소차 보급에 대해 국가가 주도로 수소경제를 이끌어가겠다는 의미가 담긴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습니다. 2022년까지 수소차 충전소를 310곳까지 늘린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지자체가 현재 243곳이니, 최소 지자체 한 곳당 수소충전소 한 개씩은 짓겠다는 말입니다.   
    
수소경제와 수소차 보급에 걸림돌이 됐던 수소차 충전소 규제. 규제가 풀려 정부의 발표대로 2022년까지 310곳의 수소차 충전소가 운영된다면 A씨의 수소차도 부담 없이 전국 방방곡곡 다닐 수 있겠죠? 자료=정책브리핑(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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