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보기

작년 8월 서울을 포함한 중부권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와 그로 인한 침수피해로 반지하주택 안전 문제가 다시 한번 초미의 정책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건축물 대장」자료에 따르면, 2021년 12월 31일 현재 서울에는 20만 2,741호의 반지하주택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전체 가구의 약 5%를 차지한다.


서울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반지하주택 침수피해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침수피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단기간에 너무 많은 비가 내리면 하수도, 펌프장 등 방재시설로는 침수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데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예컨대 이번 폭우의 시간당 최대 강우량은 141.5㎜로, 서울시의 배수시설체계 방재성능기준인 시간당 95㎜를 훨씬 능가하였다. 이는 기존 침수해소대책의 충분성과 적절성에 대한 재검토와 함께 모든 강우를 공공에 의한 대규모 배수시설로는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시설능력을 초과하는 잔여위험(residual risk)에 대처하기 위하여 차수시설, 건축정비, 응급대응 등 소규모 분산적인 대책을 병행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반지하주택 침수피해가 반복되는 또 다른 이유로 정책의 일관되고 꾸준한 추진이 부족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큰비 때문에 침수피해가 나면 반지하주택 대책이 발표되고 시간이 지나면 관심권에서 멀어지는 과정이 그동안 반복되었다. 더구나 반지하주택은 부담능력이 낮은 세입자들이 주로 거주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쉽게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이번에도 서울시는 반지하주택 침수해소를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하였는데, 반지하주택 거주자(세입자) 지원대책이나 차수판과 같은 소규모 침수방지대책부터 방재성능기준 100~110㎜로 상향 및 그에 따른 방재시설 개선까지 상당히 적극적이고 진일보한 대책들을 마련하여 장단기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일관되고 지속적인 정책의지와 지원이 필요한 대목이다.


반지하주택의 침수위험을 막는 가장 근본적인 방안은 반지하주택을 없애는 것이지만, 단기간에는 불가능하며 오히려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 반지하주택은 환경이 열악하고 재해에 취약한 주거유형이긴 하나, 서울의 높은 주거비 때문에 저렴한 주거기회를 찾을 수밖에 없는 저소득층과 임대수익을 추구하는 주택소유자의 경제적 대응이라는 압도적인 시장현실이 작용한 산물이다. 따라서 침수위험을 해소하면서 부담 가능한 주거기회를 확대하는 신중하고도 점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침수위험 해소 측면에서는 침수위험도와 건축적인 특성, 기반시설 조건을 고려하여 정책방안과 우선순위를 정하여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서울의 반지하주택을 단독주택, 다가구주택, 다중주택, 다세대주택으로 한정하여 주택유형별로 살펴보면, 다가구주택(39.6%), 단독주택(36.3%), 다세대주택(20.8%) 등의 순으로 많이 있다. 사용승인 연도를 기준으로 보면, 80.9%가 1995년 이전에 지어졌으며, 42.8%가 1990년 이전에 지어진 것이다. 특히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전반에 폭발적으로 늘어났는데, 이는 지하층 규제 완화와 함께 「주택 200만 호 건설계획」의 하나로 기성시가지에서 대대적인 공급촉진이 이루어진 결과로 보인다. 2000년에 들어 반지하주택 신규 물량이 급격하게 감소하였는데, 이는 경제수준의 상승에 따른 주거수준의 향상, 다가구주택 및 다세대주택의 주차장 설치기준 강화, 반지하주택과 어느 정도 대체관계에 있는 고시원을 비롯한 준주택 및 도시형 생활주택의 등장 등의 영향일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서 반지하주택 물량이 가장 많은 자치구는 관악구이며(8%), 강북구, 은평구, 중랑구, 성북구, 광진구, 동작구 등이 뒤를 잇는다. 노후도가 높은(1990년 이전) 반지하주택의 비중이 높은 자치구는 금천구, 강동구, 서대문구, 성동구, 은평구 등의 순이다.

반지하주택 물량이 많고 노후도 또한 높은 자치구는 은평구, 강북구, 성북구, 중랑구, 광진구, 동작구 등으로, 동작구를 제외하면 모두 강북지역 자치구들이다.


일부 반지하주택(8.8%)은 과소필지(90㎡ 미만)에 있는 경우도 있는데, 중구, 동대문구, 종로구, 용산구 등 주로 도심권에 있는 반지하주택이 그렇다. 반지하주택 주변의 도로조건을 집계구 단위로 보면, 폭 4m 미만 도로비율이 평균 13.1%로, 서울시 전체 평균 18.3%보다 약간 낮은 수준이다. 접도불량률(집계구 내의 전체 건축물 동수 대비 폭 4m 이상 도로에 접하지 않은 건축물 동수의 비율)은 평균 7.8%로, 서울시 전체 평균 11.1%보다 약간 낮은 수준이다.

 

2010에서 2014년까지 5개년의 침수흔적도를 이용하여 침수지역을 보면, 전체 반지하주택 중에서 1회 이상 침수지역에 해당하는 반지하주택은 9.7%이고, 2회 이상 침수지역에 포함된 반지하주택은 1.3%를 차지한다. 2회 이상 침수지역 내 반지하주택이 가장 많은 자치구는 동작구이며(24.4%), 양천구, 관악구, 강서구, 서초구 등의 순이다. 최근 집중호우가 한강 이남에 집중했음을 말해 준다.


침수예상도를 기준으로 보면, 서울시(2022. 10.)가 장래 방재성능기준(강우처리기준)으로 삼은 시간당 100㎜ 강우 시 침수예상지역 내의 반지하주택은 전체 반지하주택 중 7.4%이다. 침수예상지역 내 반지하주택 물량이 가장 많은 자치구는 관악구이며(9.1%), 강북구(9.1%), 동작구(8.7%) 등의 순이다.


인근 하천의 계획홍수위 이하 저지대에 위치한 반지하주택은 19.4%에 이른다. 계획홍수위 이하 지역에 반지하주택이 가장 많은 자치구는 광진구(11.8%), 영등포구(11.6%), 중랑구(11.1%) 등의 순이다.


저지대 완경사 지역은 빗물의 집중이나 정체, 역류 때문에 침수위험이 있는 한편 급경사 지역은 급류, 토사, 산사태 등에 의한 침수위험이 있겠는데, 경사 15도 이상 지역에 위치한 반지하주택은 전체 반지하주택 중 8.7%를 차지한다. 종로구, 서대문구, 성북구 등에 많다.


한편 서울시의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 수립과정에서 실시한 재해취약성분석(2017년 기준) 결과 중 ‘폭우’ 부문 자료를 보면, 취약성이 가장 높은 Ⅰ등급 지역에 위치한 반지하주택은 1.5%이고, Ⅰ등급 또는 Ⅱ등급 지역에 위치한 반지하주택은 32.9%를 차지한다. 자료=서울연구원 

 

 

ⓒ 서울스트리트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