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들의 저항이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과 친여 성향의 군소정당들이 일방적으로 개정 형사소송법을 통과시키고 또 법무부가 검찰 직제개편을 통해 직접수사 부서를 대폭 축소·조정하면서 현직 검사들의 사퇴가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경찰 권력이 비대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김종오(51·사법연수원 30기)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 부장검사는 1월 14일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남은 인생은 검찰을 응원하며 살겠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김 부장검사는 조세범죄조사부를 이끌면서 조현범 한국타이어 대표의 배임수재 및 업무상횡령 혐의 등을 수사, 구속기소했다. 최근에는 상상인저축은행을 둘러싼 각종 의혹 수사를 맡고 있었다. 하지만 법무부가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히면서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가 형사부로 전환하게 되자 사표를 낸 것이다.
'의사 출신 2호 검사' 송한섭(40·39기) 서울서부지검 검사도 사의를 밝혔다. 송 검사는 "검찰이 가장 어려울 때 떠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무겁지만 검찰 가족 여러분들이 현명하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검찰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열심히 응원하고 서포트하겠다"고 했다.
'의사 출신 2호 검사' 송한섭(40·39기) 서울서부지검 검사도 사의를 밝혔다. 송 검사는 "검찰이 가장 어려울 때 떠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무겁지만 검찰 가족 여러분들이 현명하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검찰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열심히 응원하고 서포트하겠다"고 했다.
김웅(50·29기) 법무연수원 교수는 이날 작심하고 비판적인 글을 내부통신망에 올렸다. 그는 대검찰청 미래기획·형사정책단장으로 근무하면서 수사권 조정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형사부 검사의 얘기를 다룬 베스트셀러 '검사내전'을 썼다.
김 교수는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에 대해 "거대한 사기극에 항의하기 위해 사직한다"고 대놓고 비판했다. 그는 "수사권 조정안이란 것이 만들어질 때, 그 법안이 만들어지고 패스트트랙에 오를 때, 국회를 통과할 때 도대체 국민은 어디에 있었냐"며 "‘검찰개혁’이라는 프레임과 구호만 난무했지 국민이 이 제도 아래에서 어떤 취급을 당하게 되는지 설명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최근 언론 기고문을 통해 "수사권 조정 합의안이라는 게 핵무기 개발처럼 어찌나 은밀히 이뤄졌는지, 누가 언제 어디서 만들었는지 아무도 모른다"며 "(수사권 조정안 마련 과정에서) 검찰의 입장은 아예 듣지 않았다"고 썼다. 이어 "국민에게는 검찰개혁이라고 속이고 결국 도착한 곳은 중국 공안이자 경찰공화국"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이 법안들(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은 개혁이 아니다. 민주화 이후 가장 혐오스러운 음모이자 퇴보"라며 "서민은 불리하고, 국민은 더 불편해지며, 수사기관의 권한은 무한정으로 확대돼 부당하다. 이른바 3불(不)법"이라고 했다. 이어 "권력기관을 개편한다고 처음 약속했던 ‘실효적 자치경찰제’ ‘사법경찰 분리’ ‘정보경찰 폐지’는 왜 사라졌냐"며 "혹시 정보경찰의 권력 확대 야욕과 선거에서 경찰의 충성을 맞거래 했기 때문은 아닌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이 거대한 사기극에 항의하기 위해 사직한다"며 "검찰 가족 여러분, 그깟 인사나 보직에 연연하지 말라. 봉건적인 명(命)에는 거역하라. 우리는 민주시민이다"라고 했다.
김 교수는 최근 언론 기고문을 통해 "수사권 조정 합의안이라는 게 핵무기 개발처럼 어찌나 은밀히 이뤄졌는지, 누가 언제 어디서 만들었는지 아무도 모른다"며 "(수사권 조정안 마련 과정에서) 검찰의 입장은 아예 듣지 않았다"고 썼다. 이어 "국민에게는 검찰개혁이라고 속이고 결국 도착한 곳은 중국 공안이자 경찰공화국"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이 법안들(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은 개혁이 아니다. 민주화 이후 가장 혐오스러운 음모이자 퇴보"라며 "서민은 불리하고, 국민은 더 불편해지며, 수사기관의 권한은 무한정으로 확대돼 부당하다. 이른바 3불(不)법"이라고 했다. 이어 "권력기관을 개편한다고 처음 약속했던 ‘실효적 자치경찰제’ ‘사법경찰 분리’ ‘정보경찰 폐지’는 왜 사라졌냐"며 "혹시 정보경찰의 권력 확대 야욕과 선거에서 경찰의 충성을 맞거래 했기 때문은 아닌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이 거대한 사기극에 항의하기 위해 사직한다"며 "검찰 가족 여러분, 그깟 인사나 보직에 연연하지 말라. 봉건적인 명(命)에는 거역하라. 우리는 민주시민이다"라고 했다.
아래는 김웅 교수가 검찰 내부통신망에 올린 글의 전문(全文)이다.
아미스타드, 노예 무역선입니다. 1839년 팔려가던 아프리카인들은 반란을 일으켜 아미스타드 호를 접수합니다. 그들은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하지만 범선을 운항할 줄 모르죠. 어쩔 수 없이 백인에게 키를 맡깁니다. 키를 잡은 선원들은 아프리카로 가겠다고 속여 노예제가 남아있던 미국으로 아미스타드 호를 몰고 갑니다. 우리에게 수사권조정은 아미스타드 호와 같습니다. 국민에게는 검찰개혁이라고 속이고 결국 도착한 곳은 중국 공안이자 경찰공화국입니다.
철저히 소외된 것은 국민입니다. 수사권 조정안이란 것이 만들어질 때, 그 법안이 만들어질 때, 패스트트랙에 오를 때, 국회를 통과할 때 도대체 국민은 어디에 있었습니까? 국민은 어떤 설명을 들었습니까? 검찰개혁이라는 프레임과 구호만 난무했지, 국민이 이 제도 아래에서 어떤 취급을 당하게 되는지, 이게 왜 고향이 아니라 북쪽을 향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었습니다. 의문과 질문은 개혁 저항으로만 취급되었습니다. 이 법안들은 개혁이 아닙니다. 민주화 이후 가장 혐오스러운 음모이자 퇴보입니다. 서민은 불리하고, 국민은 더 불편해지며, 수사기관의 권한은 무한정으로 확대되어 부당합니다. 이른바 3불법입니다.
서민은 더 서럽게, 돈은 더 강하게, 수사기관은 더 무소불위로 만드는 이런 법안들은 왜 세상에 출몰하게 된 것일까요? 목줄 풀고, 입가리개 마저 던져버린 맹견을 아이들 사이에 풀어놓는다면 그 의도는 무엇일까요? 단순히 ‘우리 애는 안 물어요’라고 말하는 순진함과 무책임함이 원인일까요?
의도는 입이 아니라 행동으로 표출됩니다. 권력기관을 개편한다고 처음 약속했던 ‘실효적 자치경찰제’, ‘사법경찰 분리’, ‘정보경찰 폐지’는 왜 사라졌습니까? 수사권조정의 선제조건이라고 스스로 주장했고, 원샷에 함께 처리하겠다고 그토록 선전했던 경찰개혁안은 어디로 사라졌습니까? 그토록 소중한 아이가 사라졌는데, 왜 실종신고조차 안 합니까? 혹시 정보경찰의 권력 확대 야욕과 선거에서 경찰의 충성을 맞거래 했기 때문은 아닙니까? 결국, 목적은 권력 확대와 집권 연장이 아닙니까? 그래서 ‘검찰 개혁’을 외치고 ‘총선 압승’으로 건배사를 한 것인가요?
많은 사람이 걱정하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아니라면 약속을 지키십시오. 물론 엊그제부터 경찰개혁도 할 것이라고 설레발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기죄 전문 검사인 제가 보기에 그것은 말짱 사기입니다. 재작년 6월부터 지금까지 뭐했습니까? 해질녘 다 되어 책가방 찾는 시늉을 한다면 그것은 처음부터 학교 갈 생각이 없었던 것입니다. 마지막까지 철저하게 국민을 속이는 오만함과 후안무치에는 경탄하는 바입니다. 같은 검사가, 같은 방식으로 수사하더라도 수사 대상자가 달라지면 그에 따라 검찰개혁 내용도 달라지는 것입니까? 수사 대상자에 따라 검찰개혁이 미치광이 쟁기질하듯 바뀌는 기적 같은 일은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 언제는 검찰의 직접수사가 시대의 필요라고 하면서 형사부를 껍데기로 만드는 수사권조정안을 밀어붙이지 않았나요? 그러다 검찰 수사가 자신에게 닥치니 갑자기 직접수사를 줄이고 형사부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그 갈지자 행보는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 사법통제와 사건 종결 기능을 제거하고서 형사부가 강화됩니까?
자동차의 엔진 빼고, 핸들 떼고서 바퀴만 더 달면 그 차가 잘 나가나요? 혹시 세계 8대 난제에라도 올리고 싶은가요? 도대체 검찰개혁은 양자역학이라도 동원해야 이해되는 것입니까? 그렇게 현란한 유로스텝 밟다가 발목 부러질까 걱정스럽습니다.
저는 이 거대한 사기극에 항의하기 위해 사직합니다. 평생 명랑한 생활형 검사로 살아온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이것뿐입니다. 경찰이나 검찰이나 늘 통제되고 분리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온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입니다. 비루하고 나약하지만 그래도 좋은 검사가 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혹자가 대중 앞에서 정의로운 검사 행세를 할 때도 저는 책상 위의 기록이 국민이라고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권세에는 비딱했지만 약한 사람들의 목소리에는 혼과 정성을 바쳤습니다. 그래서 제 검사 인생을 지켜보셨다면 제 진심이 이해되리라 생각합니다. 검찰 가족 여러분, 그깟 인사나 보직에 연연하지 마십시오.
봉건적인 명에는 거역하십시오. 우리는 민주시민입니다. 추악함에 복종하거나 줄탁동시하더라도 겨우 얻는 것은 잠깐의 영화일 뿐입니다. 그 대신 평생의 더러운 이름이 남는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결국, 우리는 이름으로 남습니다. 저는 기쁜 마음으로 떠납니다. 살아있는 권력과 맞서 싸워 국민의 훈장을 받은 이때, 자부심을 품고 떠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 웅 드림
ⓒ 서울스트리트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독자댓글 총0건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