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曺國) 법무부 장관이 지난 9월 23일 서울 방배동 자택 압수수색 당시 현장에 있던 검사와 직접 통화를 한 것으로 국회에서 밝혀졌다.
 
지난 9월 6일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놓고 정면충돌했던 여야(與野)는 조 장관이 출석한 가운데 9월 26일 열린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또다시 거친 난타전을 벌였다. 특히 조 장관이 자택 압수수색 당시 현장 검사와 전화를 나눈 것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장관 임명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며 조 장관을 '후보자', '전 민정수석' 등으로 부른 자유한국당은 청문회 당시 제기됐던 가족 관련 의혹과 검찰 수사팀 외압 의혹 등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이에 맞선 더불어민주당은 대대적 검찰 수사의 부당함과 피의사실 공표 등을 주장하며 사법개혁의 당위성을 부각시켜 조 장관을 엄호했다.
 
조 장관이 국무위원 자격으로 처음 출석한 이날 대정부질문은 시작부터 야유와 고성이 오갔다. 한국당 의원들은 조 장관을 향해 "범법자" "들어가라" 등 고성을 쏟아냈으며 일부 의원들은 조 장관을 등지고 앉으며 장관 임명을 인정할 수 없다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한국당은 연단에 오른 조 장관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권성동 의원은 조 장관이 지난 1994년 미국 유학 당시 태광그룹 소속 재단의 장학금을 받았고 이후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보석 탄원서를 제출한 것을 문제삼았다.
 
권 의원은 조 장관을 상대로 "태광그룹은 재벌총수의 황제 보석과 직원 감시 등으로 그토록 지탄을 받는 소위 비리 재벌"이라며 "앞에서는 재벌을 비판하면서 뒤로는 400억원의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이 전 회장의 보석선처를 탄원했다. 평소에는 재벌비리에 대해서 엄히 처벌해야 하고 많은 형량을 줘야한다고 주장한 사람이 어떻게 선처를 부탁하냐"고 따져물었다.
  
조 장관은 이 전 회장의 보석을 탄원한 데 대해 "인간적 도리였다고 생각한다"며 "처벌과 보석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엄정한 재판이 필요하지만 피고인의 방어권, 예컨대 보석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국당의 사퇴 공세는 조 장관이 자택 압수수색 당시 검찰 측 관계자와 통화한 사실을 밝혀낸 주광덕 의원의 질의를 기점으로 화력이 최고조에 달했다.
    
주 의원은 "검찰이 자택을 압수수색 시작할 무렵 압수수색 중인 검사 팀장에게 전화통화한 사실이 있냐"고 물었고 이에 조 장관은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주 의원은 "장관의 자택에 들어가서 압수수색을 시작하고 있는 검찰수사팀과 법무장관이 (전화로)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는 것 자체가 압수수색팀에 엄청난 압력이고 협박"이라며 "검사들에 대한 인사권과 지휘감독권을 갖고 있는 법무장관이 자신의 집을 압수수색하는 검찰 수사팀장하고 전화를 했다는 사실 자체는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조 장관은 "압수수색을 시작하고 난 뒤에 제 처가 (몸이) 매우 안 좋은 상태에서 압수수색이 들어왔다는 연락를 줬다"며 "제 처가 정신적·육체적으로 매우 안 좋은 상태여서 좀 안정을 찾게 해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압수수색에 대해서 어떠한 방해를 하거나 지시한 것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한국당에서는 비난과 야유가 터져 나왔고 이와 관련한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하겠다며 정회를 요청했다. 이에 민주당은 반대했지만 대정부질문 사회를 맡은 한국당 소속 이주영 국회부의장이 30분간 정회를 선포하면서 대정부질문은 한때 파행을 겪기도 했다.
  
한국당은 의총에서 조 장관에 대한 탄핵과 직권남용죄 고발을 추진키로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전화통화를 해서 뭐 잘해 달라, 이건 명백한 수사 개입이다. 직권남용이고 명백한 외압"이라며 "지금 법무부 장관은 개별 사안에 대해 검찰총장만 지휘하게 돼 있다. 이건 탄핵 사유"라고 했다.
 
한국당은 의총 뒤 재개된 대정부질문에서 조 장관과 압수수색팀 검사와의 통화를 명백한 외압이자 직권남용으로 규정하고 여기에 화력을 집중했다. 박대출 의원은 조 장관을 향해 "명백한 범죄가 아니냐. 더 구차해지기 전에 이제 사퇴하라"며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자격 미달이다. 법무부 장관으로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자격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지난 2013년 5월27일 당시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이 권은희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에게 전화를 건 사실이 드러나자 '증거 인멸 우려가 매우 높은 김용판, 구속수사로 가야겠다'고 적은 조 장관의 트위터를 공개하면서 "조로남불이자 이중잣대"라고 꼬집었다.
  
곽상도 의원은 "형사절차를 앞두고 있는 피의자가 검찰을 개혁한다는 것이야말로 국정농단"이라며 "압수수색 대상자가 검사한테 전화해서 부탁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장관이 아니었으면 검사가 전화를 받았겠느냐. 통화 자체가 특권이고 불공정행위"라고 비판했다.
 
곽 의원이 질의 중에 조 장관을 '법무부 관계자', '피의자' 등으로 부르자 민주당이 예의가 아니라며 거세게 항의하면서 소란이 일기도 했다.
 
반면 민주당은 사법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검찰 압수수색 팀 관계자와의 통화 공개를 놓고 한국당과 검찰 간 모종의 커넥션 의혹을 제기하면서 조 장관에 대한 방어막을 쳤다.
 
이춘석 의원은 "검찰이 국정농단수사 70일 동안 집행한 압수수색 영장은 대략 46건, 사법농단수사 개시 75일간 집행한 영장은 약 23건에 불과했다. 그런데 한 사람의 비리를 캐겠다고 불과 하루만에 30곳 이상, 한 달 남짓 만에 70여곳 이상 압수수색을 했다"며 "이는 검찰이 어떠한 이유를 대도 표적수사 의혹을 갖기에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김종민 의원은 "수사 상황이 야당 의원에게 실시간으로 직보되는 검찰 수사는 대통령과 국회가 민주적 통제권을 행사해야 되는 문제"라며 "윤 총장은 수사 상황이 어떻게 이렇게 정치적으로 거래되고 있는지 정확한 범인을 색출해서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통령과 국회가 밝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 총장을 향해서는 "총장은 수사 상황을 보고 이게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거나 대통령과 국회의 민주적 통제권에 어긋난다면 이를 통제하고 관리하라고 임명된 것 아니냐"며 "국민을 대변해서 검사들이 탈선하지 않고 권한을 남용하지 않도록 하는 게 총장의 임무다. 지금 검찰총장이 이 지휘권을 제대로 행사하고 있냐"고 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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