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후반 전국을 뒤흔들었던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가 1994년 충북 청주에서 발생한 처제 강간살인범인 것으로 드러났다.
 
9월 19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화성 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로 특정한 남성 A(56)씨는 1994년 충북 청주에서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현재 부산교도소에 복역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1991년 10차 화성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한 지 3년 뒤 청주에서 범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자신의 집에 온 처제(당시 20세)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성폭행한 뒤 둔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아내가 가출하자 앙심을 품고 범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1·2심 재판부는 A씨에게 사형을 선고했으나 대법원은 "성폭행 이후 살해까지 계획적으로 이뤄졌는지 불분명하다"며 파기 환송했다. A씨가 범행을 한 것으로 보이는 화성연쇄살인사건은 1986년 9월부터 1991년 4월까지 6년 동안 경기도 화성시 태안읍 반경 2㎞ 안에서 발생, 10명의 여성이 살해됐다. 이 사건의 공소시효(15년)는 2006년 4월2일 끝나 처벌은 불가능하다.
 
 
반기수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장(경기남부청 2부장)이 9월 19일 오전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화성 연쇄살인 사건' 관련 브리핑을 마치고 취재진을 보고 있다. 화성 연쇄살인사건은 지난 1986년부터 1991년까지 경기도 화성시 4개 읍·면에서 10명의 여성이 희생된 희대의 연쇄살인사건이다. 사진=뉴시스

  

반기수 경기남부청 2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10차례 걸친 화성사건 가운데 3차례 사건의 증거물에서 채취한 DNA와 용의자 이씨의 것이 일치했다"고 밝혔다. 반 부장은 다만 이 3차례 사건의 증거물이 몇 차 사건과 관련 있는지, 특정한 용의자가 누구인지 등은 수사 중이어서 밝힐 수 없다고 했다.
 
반 부장은 DNA 결과를 토대로 용의자 이씨를 조사했지만 용의자 이씨는 범행 사실을 부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씨를) 조사 했는데, 부인하고 있다. 조사가 1회에 끝나는 게 아니다. 여러 범죄 사실이 있어 앞으로 계속해서 조사할 사안이다"라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올해 주요 미제사건수사팀을 꾸렸으며, 7월15일 화성 사건 현장 증거물 일부의 DNA 감정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했다. 이 결과 3건이 현재 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씨의 DNA와 일치해 그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경기남부청은 2부장을 본부장으로 하고, 미제사건수사팀과 광역수사대, 피해자 보호팀, 진술 분석팀, 법률 검토팀, 외부 전문가 자문 등 57명으로 수사본부를 꾸렸다. 경찰은 수사기록 분석과 당시 수사 인력을 포함한 사건 관계자 등을 조사해 특정한 이씨와 화성 사건의 관련성을 밝힐 예정이지만, 이씨가 진범이라고 해도 이 사건이 2006년 4월 2일 공소시효가 만료돼 처벌할 수 없다.
  
1986년부터 1991년까지 당시 화성군 태안읍 일대에서 여성 10명을 살해한 화성 사건은 국내 3대 미제사건 가운데 하나로 2003년 봉준호 감독, 배우 송강호 주연의 영화 '살인의 추억'으로 제작되는 등 국민적 관심을 모았다. 이 사건에 투입된 경찰 연인원만 205만여 명이고, 수사대상자도 2만1280명에 달했다.
 
 

 
한편, 용의자 A씨는 20년 넘게 부산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1급 모범수로 알려졌다. A씨는 1994년 1월께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돼 1995년 10월 23일부터 24년째 부산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산교도소에는 무기수들이 많아 A씨는 다른 수용자들과 함께 혼거실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부산교도소측에 따르면, A씨는 수감생활 중 한 번이라도 규율을 어기거나 문제를 일으킨 적 없이 평범하게 수감생활을 해왔다. 특히 수용자들은 생활 평가에 따라 1∼4급으로 나뉘는데 A씨는 평소 모범적인 수용생활로 1급 모범수가 됐다.
 
교도소 관계자 "1급 모범수인 A씨가 무기징역이 아닌 일반 수용자였다면 가석방 대상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A씨에게는 면회가 허용된 후 1년에 한두 번 가족과 지인이 면회를 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A씨는 교도관이나 주변 수용자에게 화성 연쇄살인 사건에 대한 일체의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교도소 측은 최근에서야 A씨가 화성 연쇄살인 용의자라는 사실을 알고 매우 놀랐다고 한다. 부산교도소 관계자는 "A씨가 화성 연쇄살인범으로 지목됐다는 뉴스를 보고 교도관들은 물론 다른 수용자들도 깜짝 놀랐다"라며 "평소 말이 없고 조용한 성격이라 그가 흉악한 범죄 용의자로 지목된 것에 더욱 놀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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