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9월 8일 국회에서 비공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임명 문제와 검찰수사 대응전략 등을 논의했다. 당내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단 '임명 적격' 당론을 유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 후보자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검찰 기소에 따른 정치적 부담 때문에 내년 총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보다 "이번에 밀리면 끝"이라는 정권 차원의 위기의식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회의 후 "조 후보자 임명과 관련해 심도 있는 논의가 있었다"며 "청와대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 후보자에 대한 적격 입장을 유지키로 한 것이냐는 질문에 홍 수석대변인은 "그 이야기를 확인해 줄 수는 없다"면서도 "큰 변화는 없다"고 답했다.
 
조 후보자와 가족 관련 의혹이 국민 정서와는 맞지 않을 수 있지만 위법이나 불법 행위는 없었고 사법개혁의 적임자인 만큼 조속히 임명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그대로 유지키로 한 것이다.
 
민주당은 이날 저녁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이 대표와 이낙연 총리,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등이 참석하는 비공개 고위 당정청 정례회동에서 이같은 당의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당초 지난 6일 인사청문회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은 조 후보자의 법무부 장관 임명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검찰이 청문회 도중 정 교수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면서 당혹감 속에 민심 이반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국정운영 전반을 보는 청와대와 달리 당은 당장 내년 4월 총선 향배를 가를 민심 동향에 특히 민감할 수밖에 없다.
      
또 윤석열 검찰총장은 민주당이 "적폐수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검찰개혁을 이끌 적임자"라고 적극 두둔했던 인사라는 점이 당에게는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온 측면도 있다. 다만 핵심 지지층의 반발 우려 때문에 반대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표출되지는 않는 모양새다.
 
홍 수석대변인도 이날 비공개 최고위에서 조 후보자 임명에 대해 이견이 있었냐는 질문에 "다양한 논의가 있었다"고 말해 일부 이견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당내 일각의 우려보다는 조 후보자 낙마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미칠 타격이 크고 검찰이 사법개혁에 대한 강력한 저항에 들어간 만큼 여기서 물러설 수 없다는 판단이 결과적으로는 더 크게 작용했다.
  
여기에는 과거 참여정부에서 검찰개혁을 이루지 못해 국정동력에 심대한 타격을 받았고 그것이 끝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돌아온 '비극적 경험'도 영향을 줬다.
 
민주당에 따르면, 당내에서 차라리 조 후보자를 물러나게 하고 총선으로 가는 게 낫다는 이야기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검찰의 저항을 피할 수 없는 싸움이라면 지더라도 부딪혀서 싸우는 게 정도를 가는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조 후보자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 수사를 '정치 개입'과 '개혁 저항'으로 판단하고 있는 민주당은 조 후보자의 수난이 오히려 사법개혁의 당위성을 강화해 줄 명분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날 긴급 최고위에서도 조 후보자와는 별개로 검찰의 수사 행태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홍 수석대변인은 "(최고위는) 피의사실을 유포해 여론몰이식으로 수사하는 검찰 행태에 대한 강력한 경고와 우려를 표했다"며 "윤 총장이 검찰의 잘못된 수사 방식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함께 책임질 사람이 있으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고 다시 정치검찰로 복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조 후보자 임명 이후를 대비해 검찰과의 일전에 당력을 하나로 모으고 대국민 여론전도 강화함으로써 사법 개혁 고삐를 바짝 조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날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 5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조 후보자의 임명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51.8%로 찬성(45.0%) 응답을 앞섰다. 그 격차가 오차범위(±4.4%포인트)내로 좁혀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반대 여론이 과반을 넘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는 9월 8일 “조 후보자의 법무부 장관 임명에 대한 국민여론을 조사한 결과 반대 응답이 51.8%(매우 반대 41.9%, 반대하는 편 9.9%)로 청문회 전인 지난 5일 조사보다 4.4%포인트 감소했다"고 밝혔다. 반면 찬성 응답은 45.0%(매우 찬성 32.0%, 찬성하는 편 13.0%)로 4.9%포인트 증가하면서 찬반 격차는 6.8%포인트로 줄었다. '모름·무응답'은 3.2%다.
   
리얼미터에 따르면 검찰의 1차 압수수색 다음날인 지난 8월 28일 1차 조사에서는 반대 54.5%, 찬성 39.2%로 반대가 15.3%포인트 높았다. 대학가의 조 후보자 사퇴 촛불집회를 비판해 논란이 됐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인터뷰 이튿날인 지난 8월 30일 2차 조사에서는 반대 54.3%, 찬성 42.3%로 그 격차가 12.0%포인트로 줄었다.
 
이어 조 후보자의 기자간담회 다음날인 지난 3일 3차 조사도 반대 51.5%, 찬성 46.1%로 격차가 줄면서 오차범위 내인 5.4%포인트까지 좁혀졌다. 그러나 조 후보자 딸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의혹이 확대된 지난 9월 5일 4차 조사에서는 반대 56.2%, 찬성 40.1%로 찬반 격차가 16.1%포인트로 다시 벌어진 바 있다.
 
조 후보자 임명 찬반 여론이 다시 오차범위 내로 좁혀진 것은 조 후보자의 청문회가 진행된 가운데 배우자에 대한 검찰의 기소 결정으로 지지층이 결집한 효과로 풀이된다.
  
여기에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 아들의 음주운전 적발로 여론 일부가 한국당에 등을 돌리고 표창 의혹과 관련한 최성해 동양대 총장의 폭로 신빙성이 논란이 되면서 찬성 여론에 힘이 실린 것으로 보인다.
 
세부적으로 반대 응답은 대구·경북(69.0%)과 부산·울산·경남(65.8%), 서울(54.0%), 연령별로 60대 이상(59.3%)과 50대(57.5%), 20대(53.2%), 성별로 남성(52.0%)과 여성(51.7%), 이념성향별로 보수층(63.7%)과 중도층(51.7%)에서 절반을 넘겼다.
   
찬성 응답은 광주·전라(68.6%)와 경기·인천(52.6%), 30대(54.5%)와 40대(54.5%), 진보층(62.2%)에서 다수였다. 충청은 찬성(43.2%)과 반대(47.5%)가 팽팽하게 갈렸다.
 
조 후보자 청문회 시청 여부와 관련해서는 '실시간이나 다시보기로 시청했다'는 응답이 70.8%, '시청하지 않았다'는 응답(뉴스로만 접함 24.0%, 뉴스로도 접하지 않음 3.7%)은 27.7%로 조사됐다. '모름·무응답'은 1.5%다.
 
청문회 시청 여부별 임명 찬반 응답의 경우 시청한 응답자 층에서는 반대가 51.4%, 찬성이 47.0%로 반대가 찬성보다 4.4%포인트 높았다. 이는 응답자 전체의 격차(6.8%포인트)보다 다소 작은 것이다. 직접 시청하지 않은 미(未)시청 응답자 층은 반대가 51.8%, 찬성이 41.7%로 반대가 10.1%포인트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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