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8월 5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 비서관·보좌관 회의에서  극일(克日)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모두(冒頭)발언에서 "이번 일을 겪으면서 우리는 평화경제의 절실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며 "남북 간의 경제협력으로 평화경제가 실현된다면 우리는 단숨에 일본 경제의 우위를 따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평화경제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에 굴곡이 있다 해서 쉽게 비관하거나 포기 할 일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긴 세월의 대립과 불신이 있었던 만큼 끈질길 의지를 가지고 서로 신뢰를 회복해 나아가야 가능한 일"이라며 "평화경제야 말로 세계 어느 나라도 가질 수 없는 우리만의 미래라는 확신을 갖고 남북이 함께 노력해 나갈 때 비핵화와 함께하는 한반도의 평화와 그 토대 위에 공동번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이번 일을 냉정하게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대한민국을 새롭게 도약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일본의 무역보복을 극복하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일본 경제 넘어설 더 큰 안목과 비상한 각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부품소재 산업의 경쟁력을 획기적 높이는 것과 함께 경제 전반의 활력을 되살리는 폭넓은 경제정책을 병행해 나아가야 하겠다"면서 "당장 이번 추경에 이어 내년도 예산 편성에서부터 그와 같은 정부의 정책의지를 충분하게 반영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장점인 역동성을 되살리고 더욱 키워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는 세계 수준의 최고 정보통신기술을 갖춘 IT 강국이며, 혁신역량에 있어서도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제2 벤처 붐 조성으로 혁신창업에 가속도가 붙고 있고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를 이뤄냈다. 우리가 미래 먹거리로 삼은 시스템반도체, 전기차와 수소차, 바이오헬스 등 신산업 분야도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한편으로 신남방정책과 신북방정책을 통해 수출입을 다변화하는 등 우리의 경제 영역도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며 "이와 같이 혁신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우리경제의 외연을 넓히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일본은 결코 우리경제의 도약을 막을 수 없다"며 "오히려 경제 강국으로 가기 위한 우리의 의지를 더 키워주는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는 그간 아픈 과거를 딛고 호혜 협력적 한일관계를 발전시켜 온 양 국민에게 큰 상처를 주고 있다"며 "과거를 기억하지 않는 나라 일본이라는 비판도 일본 정부가 스스로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일본이 자유무역질서를 훼손하는 것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도 매우 크다. 일본은 경제력만으로 세계의 지도적 위치 설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우리는 경제 강국으로 가기 위한 다짐을 새롭게 하면서도 민주인권의 가치를 가장 소중히 여기며 자유롭고 공정한 경제, 평화와 협력의 질서를 일관되게 추구할 것"이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질서를 주도적으로 개척하며 국제무대에서 공존, 공영과 호혜협력의 정신을 올곧게 실천해 나갈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인류보편의 가치와 국제규범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도덕적 우위를 바탕으로 성숙한 민주주의 위에 평화국가와 문화강국의 위상을 드높이고 경제 강국으로서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이날 '평화경제'를 언급하며 남북관계 회복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최악의 국면에 직면한 한일관계를 딛고 극일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법으로 남북관계를 제시한 것이다. 북한의 발사체 발사로 고조된 안보 불안 속 '평화경제'를 언급한 것은 북한과 일본 모두를 겨냥한 메시지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을 향해서는 끊임없는 우리 정부의 대화 노력을 보여주려는 것임과 동시에 일본에게는 탈(脫) 일본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평화경제는 문 대통령의 신(新) 한반도 체제 구상과 궤를 같이한다. 북한과의 경제 교류 등을 포함한 평화경제 시대의 개막을 통해 능동적인 자세로 앞으로의 100년을 준비하다 보면 우리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지을 미래가 도래할 것이란 게 신 한반도 체제의 핵심 메시지다.
 
한편 일각에서는 한일 관계가 악화일로에 놓인 상황인 데다 남북 대화가 가로막혀 있는 상황에서 평화경제를 언급하는 것은 "쌩뚱맞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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