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이중 나선 구조. (연합뉴스, Reuter 자료 사진)
 
올 9월 27일 미국 연구진은 엄마, 아빠, 그리고 난자제공자 등 세 부모의 유전자를 결합한 아이가 세계 최초로 태어났다고 발표했다.
 
이 아이의 친모에게는 유전성 신경대사장애인 리 증후군(Leigh syndrome)을 유전시키는 유전인자가 있었다.
 
리 증후군은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서열에 돌연변이가 생겨 발생하는 미토콘드리아 질환이다.
 
친모가 앞서 낳은 두 아이는 리 증후군으로 인해 각각 생후 8개월과 6세 때 숨졌다.
 
연구진은 이번에는 친모의 난자에서 빼낸 핵을 정상 미토콘드리아를 지닌 난자제공자의 난자에 주입하고서 친부의 정자와 수정시켰다.
 
이는 이른바 ’세 부모 체외수정’ 기술을 적용한 첫 성공 사례다.
 
인간에게 유전자 변형 기술을 접목한 이런 시도는 생명윤리를 중시하는 진영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으나 유전 질환의 대물림을 막아야 한다는 옹호론도 만만치 않다.
 
영국에서는 지난해 2월 세 부모 체외수정법이 통과되기도 했다.
 
생물학자이자 과학작가인 폴 뇌플러는 ’GMO사피엔스의 시대’란 저서에서 유전자 변형 인간의 시대를 맞아 유전자 변형 기술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해보자고 제안한다.
 
저서의 제목은 유전자 변형 생물의 약어인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와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의 합성어로, 의학적 이유를 비롯한 특정 목적으로 유전자를 의도적으로 변형한 사람을 가리킨다.
 
저자는 어는 한쪽의 입장을 지지하기보다는 유전자 변형의 다양한 기술을 소개하고 해당 기술의 과학적·사회적 본질을 짚어본다.
 
저자에 따르면 유전자 변형 인간의 창조에 도전할 수 있게 된 것은 체외수정과 인간배아의 DNA 서열을 직접 바꿀 수 있는 유전학 기술 덕분이다.
 
체외수정은 노벨상 수상자인 로버트 에드워즈와 그의 동료 패트릭 스텝토가 개발한 기술이다. 1978년에 체외수정에 따른 첫 시험관 아기 루이스 브라운이 태어났다.
 
유전학 기술로는 크리스퍼(CRISPR-Cas9)라는 유전자 편집기술이 있다. 특정 게놈(유전체)을 찾아내 이를 잘라내고 자른 단면을 이어붙이는 기술이다.
 
이 두 기술을 결합하면 인간의 배아세포에서 질병을 일으키는 특정 DNA를 잘라낼 수 있다.
 
모든 과학기술이 그렇듯 이 기술도 완벽한 것은 아니다. 당장은 유전성 질환이 없는 유전자로 태어나 건강하게 성장했더라도 나중에 어떤 이상이 생겨날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는 법이다.
 
 
나아가 이런 유전자 편집기술은 부모의 선호를 반영한 맞춤아기 기술로 이어질 수 있다. 예컨대 우리 아이는 눈이 파랗고 머리는 갈색이면 좋겠다는 부모의 바람에 따라 아이의 유전자를 조작할 수 있다는 의미다.
 
맞춤아기가 현실화됐을 때 인간은 어떤 존재가 되는가. 맞춤아기를 인간이라기보다는 상품에 가깝지 않을까, 맞춤아기와 부모와의 관계가 종전의 부모 자식 관계와 같을 수 있는가라는 여러 철학적·윤리적 문제가 뒤따르는 것이 불가피해진다.
 
유전자 변형으로 좋은 유전자만 갖고 태어난 ’우월한 아기’는 새로운 우생학 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
 
결국 사회적 논의를 통해 합리적인 규범을 마련하는 수밖에 없다. 저자의 저술 의도이기도 하다.
 
"변화는 좋거나 나쁠 수도, 혹은 장단점이 복잡하게 얽혔을 수도 있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려면 유전자 변형 기술에 관해 배우고 토론을 끌어내야 한다."
 
이 책에서 거짓으로 드러난 인간 복제 사례로 황우석 박사의 논문 조작이 언급된 점은 국내 독자 입장에서는 씁쓸한 대목이기도 하다.
 
김보은 롬김. 반니. 348쪽. 1만6천원. ■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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