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오후 서울 경복궁 교태전에서 조선시대 왕자의 태봉출 의식 재현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 사진)
 
-- 풍수지리 뛰어난 성주 세종대왕자태실서 8년째 열려
-- 성주군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조선시대에 왕자가 태어나면 태(胎)를 씻어 태항(태를 담는 항아리)에 담아 봉안했다.
 
태아에게 생명력을 부여한 태를 버리지 않고 소중하게 보관한 것이다. 이 의식이 태봉안이다.
 
왕ㆍ왕자의 태를 소중하게 묻고 관리하는 우리 민족의 장태(臟胎) 문화는 세계에서 유일하다.
 
이런 태봉안 의식이 경북 성주군에서 8년째 열리고 있다.
 
성주군이 오는 21일 태봉안 의식 재연행사를 여는 것은 이 지역에 국가 사적 제444호인 세종대왕자태실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서울 경복궁에서 열린 조선시대 왕자의 태봉출 의식 재현 행사의 후속 행사다.
 
행사는 세종대왕의 왕자 18명과 세손 단종 등 모두 19명의 태를 묻는 의식을 재현하는 것이다. 태(胎)는 태반과 탯줄을 총칭한다.’
 
▶세종대왕자태실은 성주군 월항면 선석산 아래 태봉(胎峰) 정상에 있다. 세종의 적서(嫡庶) 18왕자와 세손 단종의 태실 등 19기가 군집을 이루고 있다. 태실은 태를 넣어두던 곳이다. (연합뉴스 자료 사진)

세종대왕자태실(世宗大王子胎室)…전국 최대 규모
 
고려시대에는 왕의 태만 묻는 태실이 있었다. 그러나 조선시대에 이르면서 왕자와 공주의 태를 묻는 태실도 생겼다.
 
세종대왕 왕자와 손자가 태어났을 때 태를 씻어 태항에 담은 후 성주군 월항면 인촌리에 묻었다.
 
이곳이 국가사적 제444호로 지정된 세종대왕자태실이다.
 
세종대왕자태실은 전국에서 규모가 가장 크고 잘 보존돼 국가문화재로 지정됐다.
 
박재범 성주군 문화관광과장은 "성주에 세종대왕자태실 이외에도 태종의 태실이 있지만, 태실과 석물(石物) 등이 제대로 관리·보존되지 않아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풍수지리 좋은 성주 ’태실 명당’
 
조선시대에는 한양 도성(궁궐)에서 100리(40㎞) 안에 왕릉을 두도록 했다.
 
태실은 충청과 전라, 경상 삼도의 좋은 땅에 분산했다.
 
당시 태실 정보사가 전국 태실지를 미리 조사해 등급까지 매겨뒀다고 한다.
 
태를 잘 보관하면 왕실이 번성한다는 믿음에 따라 왕실에서 풍수지리가 좋은 땅을 골랐다.
 
1401년 성주에 태종 태실을 조성한 뒤 세종대왕자태실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가야산은 물론 하천이 많은 성주가 ’태실 명당’으로 꼽힌 것이다.
 
박재관 성주군 학예연구사는 "고려말 성주에 살던 이조년 선생의 다섯 형제가 모두 과거시험에 합격해 성주 이씨 집안이 크게 번성한 것도 한 요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태종 태실이 생긴 뒤 성주의 행정구역은 부(府)에서 목(牧)으로 승격했다.
 
▶세종대왕자태실 태봉안 의식 재현. (연합뉴스 자료 사진)

유럽·일본에도 장태(藏胎) 문화 있는데 왜 세계 유일인가
 
국내에서 국가문화재로 지정된 태실은 성주군 세종대왕자태실과 충북 진천군 김유신 태실 등 두 곳뿐이다.
 
일제강점기에 경기도 고양시 서삼릉에 전국 왕·왕자 태실을 옮겨 놓았지만, 왕실을 훼손한 것이란 부정적 시각 때문에 국가문화재로 지정하지 않았다.
 
태실을 보호하는 석물 등이 제대로 보존되지 않아 문화재적 가치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유럽·일본에도 태를 묻는 장태문화가 있지만, 한국과는 차이가 있다.
 
한국은 특정 지역을 잡아서 석물로 태실을 조성해 관리한 유일한 나라라는 것이다.
 
왕실의 태실만 조성한 것도 세계에서 유일하다.
 
유럽·일본에서는 왕실이 아닌 일반인 태실을 주거지 인근에 조성했다고 한다.
 

"왕실 태는 국운과 밀접…좋은 땅 골라 묻어야"
 
조선왕조실록 제송 18년에는 ’태는 사람이 나는 시초에는 태로 인해 자라게 되는 것이며 더욱이 어질고 어리석음과 성하고 쇠함은 모두 태와 관계가 있다. 좋은 땅을 가려서 태를 잘 묻어 수(壽)와 복(福)을 기르게 한다’고 기록돼 있다.
 
왕실에서 태는 태아의 생명력을 부여한 것이라고 보고 태를 소중하게 다뤘다. 국운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본 것이다.
 
성주군은 이런 점에 착안, 조선 왕실에서 태를 어떻게 보관하고 봉송·처리했는지 제대로 알려 조상들의 생명존중문화를 부각하려 했다.
 
8년 전 공무원과 학예사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던 태봉안 의식이 생명존중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다.
 
김항곤 성주군수는 "세종대왕자 태봉출·태봉안 의식을 세계적인 생명문화 축제의 장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라며 "세종대왕자태실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절차도 밟고 있다"고 말했다.
 
태봉안 퍼레이드는 21일 오후 성주군청∼시가지∼이천변∼성밖숲 무대까지 3시간 동안 펼쳐진다. ■

 

(성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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