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지면 밥맛이 떨어져서 살이 빠지기도 했다. 

또 실연을 당하거나 연인과 헤어지고 나면 그 스트레스로 인해 자꾸 먹게 되기도 했다.

젊은 시절 그 화려한 청춘에서 누구라도 겪어보았을 고민이며 추억일 것이다.

그런데 이 사소하고도 가슴아픈 행동이 모두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 때문이었다면, 뭔가 기발한 연결고리가 발견되는 것 같지 않은가.

최근 사랑의 호르몬인 ’옥시토신’을 이용해 폭식증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이 한국과 영국의 공동 연구팀에 의해 처음으로 확인됐다.

옥시토신은 포유동물의 몸 안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중 하나로 사람간 교감이나 부부애, 모성 본능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성의 경우 분만할 때, 그리고 분만 후 젖 먹일 때 옥시토신이 분비가 된다. 

인제대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율리 교수는 영국 킹스칼리지런던(King’s College London) 대학의 재닛 트레져 교수와 함께 연구한 이런 내용의 논문을 미국 공공도서관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 최신호에 발표했다고 6일 밝혔다.

연구팀은 섭식장애를 앓는 거식증 여성 35명, 음식섭취를 통제하지 못하는 폭식증 여성 34명, 건강한 여성 33명에게 각각 옥시토신과 가짜약(placebo)을 1주일 간격으로 투여하고 하루 섭취열량을 측정했다. 참가자들의 평균나이는 22세였다.

이 결과 폭식증 여성은 하루 평균 칼로리 섭취량이 가짜약 상태에서 2천757㎈에 달했지만, 옥시토신 투여 후에는 2천277㎈로 480㎈를 적게 섭취했다.

또 건강한 여성은 가짜약 섭취 때 2천295㎈였던 하루 열량이 옥시토신 투여 후에는 평균 116㎈가 줄어든 2천179㎈로 측정됐다. 이는 폭식증 여성보다는 감소폭이 적은 수치다.

반면 음식을 거부하는 거식증 환자의 경우는 가짜약 섭취(1천988㎈)와 비교해 옥시토신 섭취(2천151㎈)가 열량을 줄이는 효과가 없었다.

폭식증은 섭식 행동을 통제 못 하고 간헐적인 폭식을 하는 게 특징이다. 특히 신경성 폭식증의 경우는 폭식에 의한 체중증가를 피하려고 하면서 구토나 지나친 운동 등의 보상 행동을 하는 특징이 있다.

김율리 교수는 "폭식증에서 반복적인 폭식과 굶기, 구토 등 혼란된 섭식과 영양 상태가 지속되면 뇌의 보상회로와 스트레스 체계가 붕괴되고 점차 회복하기 어려워진다"면서 "조기 치료가 중요하지만 현재 사용되고 있는 정신심리치료는 치료 반응률이 50% 이하이고, 항우울제는 이보다 더 낮은 19%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번 연구결과를 폭식증 치료에 이용하면 부작용 없는 치료제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했다.

김 교수는 "옥시토신은 신뢰, 사회성, 불안, 스트레스 등을 관장하는 신경회로에서 핵심역할을 하는 호르몬으로, 동물연구에서는 뇌의 식욕관련 신경회로에 작용하는 것으로 이미 밝혀졌다"면서 " 정신질환에 대한 옥시토신 치료제 개발에 단서를 제공한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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