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신부 첫 메르스 환자 발생한 삼성서울병원(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삼성서울병원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임신부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한 가운데 9일 오후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한 의료진이 출입문 유리창을 통해 밖을 내다보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자체 검사에서 9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양성 판정을 받은 임신부가 보건당국에 의해 최종 확진 판정을 받는다면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사례가 된다.
메르스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중동에서도 임신부 감염에 관한 보고가 거의 없고, 관련 정보도 부족한 편이다.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인 김우주 고려대 교수는 "1천명 이상 환자가 생긴 중동에서 여성환자가 적고 임신부는 더더욱 드물었기 때문에 임신부가 메르스 고위험군인지를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작년 국제학술지 ’감염병저널(Journal of Infectious Diseases)’에 실린 요르단 임신부 사례를 보면 이 임신부는 임신 중기에 메르스에 감염되고 나서 태아를 사산했다.
당시 연구진은, 메르스 바이러스가 폐를 공격하고 폐렴을 일으킨다는 점에 비춰, 임신부가 감염되면 일반인보다 더 경과가 나쁘고 조산 위험도 커질 수 있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임신부는 태아가 커지면서 흉곽을 압박함에 따라 폐활량은 줄고, 2인분의 산소를 공급하느라 폐의 부담은 커진다.
폐 기능이 약해진 임신부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이나 인플루엔자 등 폐를 공격하는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일반인보다 더 위험해지게 되는 것이다.
태아 역시 모체로부터 받는 산소가 줄어들어 유산 위험이 커진다.
실제로 2003년 중국 내 사스 유행 상황에서 임신 초기에 사스에 걸린 여성의 59%가 유산을 했다는 보고가 있다.
국내 전문가들도 메르스에 감염된 임신부는 다른 환자들에 비해 경과가 더 나쁠 수 있다는 개연성을 제시했다.
이기덕 서울을지병원 교수(감염내과)는 "관련 자료 자체가 드물어 판단하기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임신부가 메르스에 감염되면 일반 환자들보다 경과가 더 나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임신부는 치료약물을 선택하는 데에 제약이 있을 뿐 아니라, 감염된 후 상태가 불안정해지면 제왕절개수술이 곤란해진다.
산부인과전문의 김주경 씨는 "35세 이상 노산은 제왕절개를 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임신부가 고열이 나는 등 상태가 나빠지면 수술을 할 수 없게 된다"며 "출산이 가까운 임신부가 바이러스에 감염된다면 상태가 악화하기 전에 출산방법을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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