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들이 출산하면서 백혈병 등 혹시 아이에게 발생할지 모를 난치병 치료에 쓰고자 비싼 돈을 들여 민간업체에 ’가족(위탁) 제대혈’을 보관하지만 정작 활용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제대혈은 ’제대(탯줄)속을 흐르는 혈액’을 뜻한다. 임신부가 신생아를 분만할 때 분리된 탯줄이나 태반에 들어 있다. 여기에는 백혈구·적혈구·혈소판 등 혈액 세포를 만드는 ’조혈모세포’가 많이 포함돼 있다. 그래서 백혈병과 재생불량성 빈혈 등 난치병을 치료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10월 1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997년 제대혈은행이 본격적으로 들어서기 시작한 이후 2001년부터 2013년말 현재까지 전국 16개 제대혈은행에 보관된 제대혈 보관 건수는 총 44만6천290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가족제대혈이 40만5천500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기증제대혈은 4만790건에 불과했다.
제대혈은 보관형태와 사용주체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뉜다. 개인이 자신과 가족만 쓸 수 있게 사설보관업체와 계약해 맡기는 가족제대혈과 다른 사람의 질병치료와 의학연구 목적으로 대가 없이 기증제대혈은행에 제공하는 기증제대혈로 분류된다.
가족제대혈과는 달리 기증제대혈은 일종의 공공자원 개념으로, 내 아이의 제대혈을 기증해서 필요한 사람이 쓰도록 하는 대신, 내 아이가 필요한 제대혈을 기증제대혈은행에서 찾아서 쓸 수 있다.
특히 제대혈 이식 현황(2001~2013년)을 보면 이 기간 전체 제대혈 보관량 44만6천290건 중에서 치료목적의 이식용으로 쓰인 것은 겨우 890건이었다. 활용비율이 겨우 0.19%에 그쳤다. 흔히 사설 제대혈보관업체를 이용하는 임신부가 염두에 두는 가족제대혈이 이식용으로 쓰인 사례는 179건에 불과했다. 가족제대혈 보관량(40만5천500건)의 0.04%만 치료용으로 쓰였다는 뜻이다.
공공용으로 보관된 기증제대혈(4만790건)이 이식 치료용으로 쓰인 비율은 1.7%(711건)로, 가족제대혈보다 훨씬 높았다.
사설업체를 통해 제대혈 보관서비스를 이용하는데 보통 15년 기준으로 130만~150만원 정도 드는 점을 고려할 때, 제값을 하는 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가족제대혈 활용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현실과 관련, 의료계 일각에서는 100만원 이상의 돈을 써가며 민간업체에 제대혈을 보관할 가치가 있는지 의문을 표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학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제대혈이 필요할 정도의 난치병에 걸릴 확률이 낮은 데다, 설령 그런 질병에 걸렸더라도 보관해놓은 제대혈 자체가 쓸모없을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이른바 ’유핵세포’ 문제 때문이다.
난치병 치료에 필요한 줄기세포를 만드는 것은 제대혈 안의 유핵세포인데, 사설 보관업체가 보장하는 유혈세포의 수는 보통 1억~3억개 정도이다. 하지만 몸무게 30㎏ 아이를 기준으로 암을 포함한 각종 질병치료에 필요한 유핵세포는 최소한 4억5천개에 달한다. 턱없이 모자란 수치다.
게다가 백혈병 등 유전적 소인이 있는 질환은 자신이나 가족의 제대혈을 환자에게 이식하는 것이 의학적으로 그다지 유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이 의학계에서 나온다.
실제로, 2007년 1월 미국소아과학회는 ’잠재적인 미래의 이식을 위한 제대혈 보관’이란 권고사항에서 자신이나 가족이 사용할 목적으로 제대혈을 보관하는 것을 권장하지 않고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공공의 사용을 위한 제대혈 저장’을 권장한 사실과는 비교되는 지점이다.
제대혈을 보관한 아이가 나중에 악성종양이나 유전자 질환에 걸렸다면, 이미 제대혈 줄기세포 안에도 그런 질병의 잠재성이 내포돼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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