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추석에 과수원에 등장한 은박메트
추석이 다가오면서 농민들이 하루라도 일찍 사과, 배 등을 따내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사진은 13일 충북 제천시 청풍면 도곡리 사과 농장에 설치된 은박메트. 올해 이른 추석으로 햇빛의 반사율을 높여 사과 생육을 촉진하기 위한것이다.

충북 보은군 삼승면에서 사과농사를 짓는 이광희(55)씨는 요즘 사과나무 밑에 은박 메트를 까느라고 분주하다.

햇빛의 반사율을 높여 사과 생육을 촉진하기 위해서다.

그가 농사짓는 1만㎡의 사과 중 30%는 ’추석 사과’로 불리는 홍로다.

보통 9월 초부터 수확이 시작되지만, 올해 이른 추석에 맞추려면 1주일 이상 출하를 앞당겨야 한다.

이씨는 "조생종인 홍로의 경우 통상 추석을 넘기면 값이 반토막 난다"며 "농민들이 추석 대목 잡는데 사활을 거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38년만에 가장 이른 추석이 다가오면서 과수농가들이 출하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8월 13일 보은지역의 사과재배 농민들로 구성된 황토사과발전협의회에 따르면 한여름 더위가 가시기도 전에 추석이 찾아오면서 홍로를 재배하는 농민들이 칼슘비료를 주거나 은박메트를 까는 등 인위적인 생육촉진에 나선 상태다.

이 지역에는 사과 개화기인 4월 초 늦서리가 내리면서 500㏊가 넘는 사과가 냉해를 입었다.

추석 대목까지 놓치게 되면 올해 농민들의 타격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명희(54) 회장은 "늦서리에 이어 가뭄까지 겹치면서 사과의 수량이 줄고, 전반적인 작황도 부진한 상태"라며 "다행히 최근 큰 일교차 덕에 사과 숙성이 빨라지는 게 위안"이라고 말했다.

국내 대표적 사과 산지 중 한 곳인 충주시 농업기술센터 진정배 과수시험연구팀장은 "9월에 수확되는 홍로를 일찍 출하하려면 웃자란 나뭇가지를 제거하고, 반사필름을 깔거나 사과의 방향을 수시로 돌려줘 햇빛을 많이 받게 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옥천군 군북면에서 조생종인 원황배 농사를 짓는 이승우(55)씨도 마음이 다급하기는 마찬가지다.

추석 대목을 잡으려면 다음 주부터 수확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씨는 "추석 전에 배를 따내기 위해 착과 직후 ’지베레린’이라는 성장촉진 호르몬제를 쓴 농가도 많다"고 귀띔했다.

추석 대목을 놓치게 된 일부 농민들은 아예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선물용으로 주로 소비되면서 배의 특성상 추석이 지나면 값이 폭락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옥천배수출협의회의 한귀동(64) 회장은 "지난해 원황과 신고배 4t을 대만에 수출했는데, 올해는 물량을 20% 이상 늘려 계약했다"며 "추석에 출하 못한 물량을 해외시장에서 해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국 대추 유통량의 12%를 공급하는 보은지역 대추농가들은 올해 제수용 햇대추 공급을 포기한 상태다.

이 지역에서는 한해 대추 수확량의 5%가량이 추석 제수용으로 출하됐지만, 올해는 맛이 덜 들어 수확이 어려운 상황이다.

보은황토대추연합회의 구지회(52) 사무총장은 "한살림협동조합으로부터 제수용 생대추 공급을 의뢰받았지만, 아직 단맛이 돌지 않아 수확이 불가능한 상태"라며 "이달 말께 일부 물량만 납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농협도 추석 과일 유통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농협 충북유통의 권용호 팀장은 "이른 추석에 과일 값이 다소 오를 것으로 보고 선물세트용 상품 확보에 나서고 있다"며 "농민들이 서둘러 조기출하를 준비했고, 태풍이나 집중호우 피해도 거의 없어 추석 유통량은 예년과 비슷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청주=연합뉴스)

 

ⓒ 서울스트리트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