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치매의 원인 및 신경세포 사멸 기전을 밝혀냈다. 


기초과학연구원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이창준 단장과 전희정 선임연구원 연구팀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뇌과학연구소 류훈 단장 연구팀과 함께 치매 초기에 나타나는 반응성 별세포에 의한 신경세포 사멸과 치매병증 유도 기전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이번 성과는 11월 17일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 IF 21.126)에 게재됐다.


치매는 오랜 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질병으로, 치매 후기 단계에 신경 세포 사멸이 유도되면 치매의 진행을 막을 수 없다. 따라서 신경세포 사멸 전 단계의 원인과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연구진은 뇌가 독성 물질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반응성 별세포가 치매 초기에서도 나타난다는 사실에 주목해, 반응성 별세포 중 중증 반응성 별세포가 신경세포의 사멸과 치매를 유도한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증명하는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새롭게 개발한 별세포의 반응성 조절 모델을 통해, '경증 반응성 별세포'는 자연적으로 회복되는 반면, '중증 반응성 별세포'는 비가역적으로 신경세포를 사멸시키고 치매를 진행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대한 기전으로, 별세포에 의한 독성 물질 분해 과정에서 활성화된 모노아민 산화효소 B (MAO-B) 단백질과 이로 인해 과량 생성된 활성 산소의 한 종류인 과산화수소가 '중증 반응성 별세포'뿐만 아니라, 뇌염증, 질산화 스트레스, 타우 병증 등을 유도하여 신경세포를 사멸시키는 원리를 규명했다. 이러한 기전은 3차원(3D)으로 구현한 인간 세포 치매 모델과 사후 치매 환자의 뇌에서도 동일하게 관찰됐다.

 

지난 수년간 치매 치료제 개발은 주로 아밀로이드 독성 물질인 아밀로이드베타가 치매의 원인 물질이라는 가설에 근거해 진행됐으나, 항체치료제 등으로 아밀로이드베타를 제거한 후에도 중증 치매가 지속되는 현상과 아밀로이드베타가 증가해도 치매가 보이지 않는 현상은 설명하기 어려웠다. 


이번 연구에서 아밀로이드베타 보다는 오히려 중증 반응성 별세포가 치매 유도의 핵심 요소임을 처음으로 증명해, 지금까지 치매 병인에 대한 가설로는 설명되지 않았던 부분을 밝혀낸 것이다.


연구진은 반응성 별세포를 타깃으로 하는 과산화수소 감소만으로 치매 진행이 억제될 수 있음을 확인하여, MAO-B 또는 과산화수소를 표적으로 하는 치매의 새로운 진단 및 치료 전략을 세우고 수행할 계획이다.


전희정 선임연구원은 "뇌의 독성물질과 함께 스트레스, 뇌손상, 바이러스 감염 등에 의한 산화 스트레스 증가로 중증 반응성 별세포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막으면 치매의 진행을 차단할 수 있다"고 연구의 의미를 밝혔다. 


류훈 단장은 "알츠하이머 치매환자의 뇌에서는 반응성 별세포가 신경세포를 손상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여 이 반응성 별세포의 비정상적 활성을 제어하는 연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창준 단장은 "지금까지 알츠하이머 치매의 부산물로만 여겼던 반응성 별세포가 신경세포사멸의 주원인임을 새롭게 밝혀서 기쁘고, 치매로 고통 받는 환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다음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연구진 간의 일문일답.


"기존 치매 연구의 문제점은 무엇이며, 이번 연구를 왜 시작하게 됐나?"

 

- 치매는 흔하고, 치명적인 퇴행성 뇌질환이지만, 아직까지 병의 진행을 막는 치료제는 개발되지 않았다. 이는 아밀로이드 및 신경세포를 타겟으로 하는 치료 전략의 실패로 여겨지며, 새로운 타겟 세포 및 타겟 물질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치매 진행의 초기에 보여지는 반응성 성상세포의 기능 및 치매 진행에 있어서의 역할에 대해서는 아직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치매 발병 원인을 확인하게 된 연구 과정은?"

 

- 초기에 본 연구를 시작할 당시에는, 별세포 특이적 디프테리아 독소 시스템을 개발해서 별세포를 제거한다면, 뇌 기능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관찰하고 싶은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연구였다. 기존의 디프테리아 독소 시스템은 세포 특이적 발현을 통하여 타겟 세포를 효율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시스템을 별세포에 적용하여 별세포를 제거하기 위한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즉, 아무리 디프테리아 독소의 주입 농도 및 횟수를 늘여도 별세포가 제거되지는 않고, 별세포의 크기가 커지고 가지가 많아지는 것을 관찰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예상과 다른 결과였지만, 연구진은 추가 연구를 통하여 별세포는 신경세포에 비해 독소를 분해하는 능력 및 회복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별세포가 제거되는 대신 독소에 반응하여 반응성 별세포가 유도되는 상황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으며, 이것을 이용하면 반응성 별세포를 선택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새로운 실험 동물 모델로 개발될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를 얻게 되었다. 이렇게 예상과 다른 연구 결과에 대한 역발상이 반응성 별세포를 세포 특이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새로운 동물 모델로써 개발하게 된 계기이며 기억에 남는 일화이다.

 

다음으로 연구진은 새로운 반응성 별세포 유도 모델에서, 독소 주입 농도 및 횟수를 조절하여 반응성 정도를 경증 또는 중증으로 조절할 수 있었다. 연구 결과, 경증에서는 신경 세포 사멸 등 치매로 진행되지 않는 반면, 중증 반응성 별세포의 경우 신경세포 사멸을 포함한 치매의 주요 병증을 보여주며 치매가 진행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반응성 별세포가 단일한 형태가 아니라, 그 반응성의 중증도에 따라 치매에 있어 다른 기능을 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다. 


더 나아가 연구진은 중증 반응성 별세포 및 치매 병증이 별세포의 과산화수소 생성을 통해 촉진된다는 기전을 밝힐 수 있었다. 이는 치매 발병의 세포학적 모델을 제시하였을 뿐만 아니라 분자적인 기전도 규명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진이 규명한 치매 기전은 인간 치매 환자의 뇌에서도 동일하게 관찰할 수 있었으며, 치매 환자의 뇌에서 관찰되는 반응성 별세포는 중증 반응성 별세포의 특징을 갖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에서 어려웠던 점은?"

 

- 알츠하이머 치매의 진행에 있어서 반응성 별세포의 역할을 연구하기 위해서, 기존에 많은 연구자들이 이용해 왔던 치매 유도 동물 모델에서도 본 연구의 기전을 적용하려는 시도를 했다. 그러나, 기존 치매 동물 모델에서는 신경세포 사멸 및 타우 병증과 같은 치매의 주요한 병리학적 증상이 보여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연구의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진은 자체 개발한 반응성 유도 실험 모델에서의 결과에 착안해, 기존 모델에 뇌 내 바이러스 주입을 통하여 별세포의 반응성을 중증으로 심화시켰을 경우, 부재했던 신경세포 및 치매 병증이 촉진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는 반응성 별세포의 중증도가 치매 진행에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던 의미있는 연구 결과였다. 또한 이는 기존 치매 동물 모델의 반응성 별세포가 충분히 중증으로 유도되지 않은 미완의 모델이었다는 점을 시사한다. 


"향후 연구 계획은?"

 

- 현재 치매의 진단은 치매가 어느 정도 진행이 된 후에 이루어진다. 치매의 초기에 나타나는 반응성 별세포를 타겟으로 하는 치매의 새로운 치료 전략을 세우는 것은 치매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단계이며, 이는 반응성 별세포를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의 개발과 동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반응성 별세포를 초기에 진단하기 위한 방법 개발을 진행할 계획이며, 반응성 별세포를 되돌릴 수 있는 치료제 개발 또한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반응성 별세포는 치매 뿐만 아니라, 파킨슨 병, 뇌종양 등 다양한 뇌질환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번 연구를 통하여, 각 뇌질환에 관련된 반응성 별세포의 중증도에 따라 신경세포 사멸이 촉진되는 기작 연구로의 확장이 가능하다. 아직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은 다양한 뇌질환으로의 연구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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