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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 황제로 불린 미국의 마이클 펠프스(왼쪽). 그는 올림픽에 4회 출전해 금23, 은3, 동2의 기록을 세웠다. 또 세계선수권에는 6회 출전해 금26, 은6, 동1의 성적을 냈다. 차세대 마이클 펠프스로 불리는 미국의 케일럽 드레슬는 이번 광주세계선수권대회에서 6관왕(MVP)을 차지했다. 2017년 부다페스트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7관왕(MVP)을 기록했다. 올림픽에는 1회 출전해 금메달 두 개를 차지했다. 사진=뉴시스DB |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선수로는 세계 수영 역사에 전설적 기록을 남긴 마이클 펠프스가 손꼽힌다. 미국 수영 대표 선발전 사상 최고령 우승(31세) 기록을 세운 펠프스는 2000년 만 15세에 시드니올림픽에 출전한 이후 미국 남자 수영선수로는 처음으로 5회 연속 올림픽에 나서는 기록을 만들었다.
2004년 아테네에서 금메달 6개와 동메달 2개를 따낸 펠프스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 8개를 쓸어담았다. 이는 단일 올림픽 최다 금메달 획득 기록이다.
그는 올림픽에서 모두 22개 메달을 따내 역대 올림픽 최다 메달 보유 기록도 세웠다. 리우올림픽에서 또 어떤 신기록을 작성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펠프스가 이처럼 초인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물론 그의 신체 조건이 수영 선수로는 가장 이상적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스포츠심리학자들은 뛰어난 선수가 되려면 타고난 신체 조건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고 있다.
격월간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마인드` 7·8월호 올림픽 특집에 따르면 슈퍼엘리트(superelite) 선수는 엘리트 선수와 정신적 측면에서 현격한 차이가 난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은 슈퍼엘리트, 올림픽이나 세계대회에 국가대표로 출전하지만 메달을 따내지 못하는 선수들은 엘리트라고 구분한다. 슈퍼엘리트 선수는 엘리트 선수보다 훈련 과정, 정신적 자세, 마음의 상처(trauma)를 이겨낸 경험 등 세 가지 측면에서 앞서 있기 때문에 항상 메달을 획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첫째, 슈퍼엘리트 선수는 훌륭한 스승 아래서 오랜 시간 피땀 흘려 기량을 갈고닦았다.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심리학자 앤더스 에릭슨은 4월 초 펴낸 저서 `최고봉(Peak)`에서 슈퍼엘리트가 모두 지독한 연습벌레라고 주장했다. 체스 챔피언, 음악의 거장, 세계적 운동선수가 정상에 오른 과정을 분석한 이 책의 부제는 `전문기술(expertise)에 대한 새 과학이 밝혀낸 비밀`이다. 에릭슨은 슈퍼엘리트가 최고봉이 된 것은 `계획적 연습(deliberate practice)`을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가 만든 용어인 계획적 연습은 △목표 설정 △핵심 기술의 반복 훈련 △마음속으로 연습하는 과정 등을 되풀이하는 훈련방법이다.
둘째, 슈퍼엘리트는 엘리트보다 훈련에 임하는 정신적 자세가 진지하고 절실하다. 세계적 선수들은 `플로(flow)`라 불리는 경험을 더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1975년 미국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제안한 개념인 플로(몰입)는 어떤 일에 집중해 완전히 몰두했을 때의 의식 상태를 의미한다. 마음이 몰입 상태가 되면 물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편안한 느낌을 갖게 된다는 뜻에서 플로라고 한다. 또한 세계적 슈퍼엘리트는 `실현하기(making it happen)`라고 불리는 마음 상태를 더 자주 경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현하기` 상태는 정신을 집중해서 훈련을 강화할 때 성취감을 느끼게 되는 마음이다. 슈퍼엘리트는 최상의 기록을 수립할 즈음에 마음이 몰입 또는 실현하기 상태가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셋째, 슈퍼엘리트 중에는 어린 시절 받은 마음의 상처를 잘 이겨낸 선수가 적지 않다. 엘리트 스포츠를 육성하는 영국 정부기관에서 스포츠심리학자 팀 우드먼에게 슈퍼엘리트와 엘리트의 차이점을 밝혀 달라는 요청을 했다.
우드먼은 영국 선수 32명을 연구 대상으로 골랐다. 16명은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한 개 이상 딴 슈퍼엘리트, 나머지 16명은 메달을 하나도 따보지 못한 엘리트 선수였다. 우드먼은 선수는 물론 감독과 부모에게 성장 과정에 관해 질문하고 무려 8400쪽이 넘는 자료를 작성했다. 자료 분석 결과 놀랍게도 모든 슈퍼엘리트가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이나 죽음 또는 질병 따위로 정신적 고통을 받았지만 곧바로 스포츠에 몰두하면서 이런 정신적 외상을 치유한 것으로 밝혀졌다.
펠프스 역시 주의력결핍장애(ADHD)에 시달렸다. 물을 무서워한 그가 7세 때 어머니 손을 잡고 수영을 시작한 것도 ADHD를 치료하기 위해서였다. 출처=《마음의 지도》, 매일경제신문 ‘이인식과학칼럼’ 2016년 8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