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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맥주를 속달로 배달하는 일본의 트럭. 사진=장상인 |
“양주나 소주를 그대로 마시면 독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소주나 양주를 맥주와 섞어서 폭탄주를 만들어 마시잖아요."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러한 발언을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공직자도 있었다. 하지만, 목이 잘릴 만큼 잘못된 말도 아니다.
생맥주가 맛과 풍미를 제대로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일까? 대체로 ‘7분 이내에 마셔야 한다’는 말이 있다.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도 만장일치로 동의한다.
“맥주와 거품의 비율을 8:2로 보면 됩니다. 이때에 거품은 호프(Hof)가 빠져나가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거품이 호프를 지키는 시간이 5-6분? 그 때에 마시는 맥주가 가장 맛이 있습니다."
맥주에 일가견이 있는 전문가 A씨의 말이다. 이러한 상식으로 무장(?)된 필자는 어느 여름날 일본 나고야(名古屋) 시내에서 작은 트럭을 하나와 마주쳤다. 생맥주를 속달(速達)로 배달하는 트럭이었다.
‘생맥주를 속달로 배달하는 트럭이라?’
속달(速達)이라면 흔히 옛날 속달 편지를 생각한다. 자신의 마음을 상대에게 신속하게 전하기 위해서 보냈던 속달편지- 그 편지에는 사랑과 이별, 기쁨과 슬픔 등 인생의 엇갈린 희비가 들어있다. 심지어,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한 샐러리맨은 사직서를 속달로 보냈다고 한다. 회사가 죽도록 싫었기에.
그런데, 속달 생맥주에는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업주의 친절한 마음일까? 소비자의 간절한 바람일까?’
두리번두리번 트럭이 생맥주를 신속하게 배달하고 있는 맥주 집을 들여다봤다. 밤이 오기에는 이른 시각인데도 사람들이 붐볐다. 대부분 젊은이들이었다. 가게로 들어가서 빈자리에 앉아서 생맥주 한잔을 주문했다. 옆자리의 손님에게 물었다.
“실례합니다. 병맥주와 생맥주의 차이는 무엇입니까?"
“아? 그거요? 병맥주는 열처리를 한 것이고, 생맥주는 열처리를 하지 않는 것입니다."
일본인들은 신선한 생맥주에 점수를 더 주고 있었다.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속달 생맥주의 진실이 또 있었다.
과거 일본의 생맥주 배달은 짧게는 3일에서 14일까지 걸렸다. 공장에서 만들어진 맥주가 창고->유통점->소매점->음식점에 이르기까지 많은 유통 경로를 거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생맥주의 생명인 신선도가 상실되고 말았다. 속달 시스템에 의해서 2일 만에 일본 전국 곳곳에 배달되도록 개선했다. 복잡한 유통경로를 생략해서 가게로 직접 배달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던 것이다.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 정신이다. 이러한 속달 맥주에도 네 개의 원칙이 있었다.
첫째, 날마다 맥주 통을 씻어야 한다(每日洗淨).
둘째, 적정한 가스 압을 유지해야 한다(適正gas壓).
셋째, 맥주통을 시원한 곳에 놓아야 한다(靜置冷却).
넷째, 적정재고를 유지해야 한다(適正在庫).
지극히 당연한 말이다. 재고를 쌓아놓다가 맛을 잃고, 손님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피라미드를 건설한 일꾼은 맥주를 일당으로 받았고, 루터(Luther)는 아내가 양조장을 해서 번 돈으로 종교개혁을 주장했다. 로자 룩셈부르크(Rosa Luxemburg: 폴란드의 철학자, 사회학자)가 전쟁 반대 연설을 한 곳도 맥주홀이었고, 히틀러(Hitler)가 자신의 첫 정치 연설을 한 곳도 맥주홀이었다."
독일의 ‘야콥 블루메(Jacob Blume)’가 저서 <맥주, 세상을 들이켜다>에서 설파한 맥주 이야기다. 맥주에도 우리의 삶과 관련이 깊은 의미 있는 역사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