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께 가까이 하기를 오늘까지 행한 것 같이 하라 이는 여호와께서 강대한 나라들을 너희의 앞에서 쫓아내셨으므로 오늘까지 너희에게 맞선 자가 하나도 없었느니라 너희 중 한 사람이 천 명을 쫓으리니 이는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 그가 너희에게 말씀하신 것 같이 너희를 위하여 싸우심이라(여호수아 23:8-10)
성경 구약의 인물 여호수아가 죽기 전 이스라엘 백성에게 남겼던 ‘일당천’(一當千, 하나가 천을 대신한다)의 축복은 수천 년이 흐른 오늘날에도 적용되고 있다. 인구는 약 850만, 영토 면적은 강원도 크기의 작은 나라 이스라엘. 이스라엘을 둘러싼 이슬람 국가들의 인구는 수억 명, 영토는 수백 배에 달한다. 이스라엘을 없애지 못해 안달 난 이슬람 국가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이스라엘은 어떻게 국가 안보를 유지하고 있을까?
우리나라와 이스라엘은 건국사와 안보 환경면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두 국가 모두 1948년에 건국됐으며, 국민에게 존경받던 독립운동가가 초대 국가수반에 올랐다. 한국에 이승만이 있다면, 이스라엘에는 다비드 벤구리온(초대 총리)과 하임 바이츠만(초대 대통령)이 있다. 또한 양국 모두 건국 후 치열한 전쟁을 거치며 현재 영토를 지켜 냈고, 현재까지도 적성국과의 대치 속에서 안보 위협을 받고 있다.
건국 이래 늘 안보 위협에 놓여 있는 형편은 같지만 두 나라의 대응은 각기 달랐고 최근 그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자주국방을 실현했을 뿐 아니라 우방국인 미국과의 협력 관계도 강화했다. 반면 현 한국 정부는 ‘평화 공존’이라는 미명 아래 안보 태세를 허물고, 자주국방은커녕 한미동맹을 약화시키고 있다.
다수의 안보 전문가들과 예비역 장성들이 안보 위기를 말한다. 위기의 시대, 당장의 전투에서 맞붙어 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후일을 도모하며 전략을 연구하고 준비된 일꾼들을 길러내야 할 시기다. 명실상부 세계적 안보 강국이 된 이스라엘의 사례를 연구함으로써, 대한민국이 처한 안보적 위기 상황을 돌파하고 향후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해보자.
이스라엘이 안보 강국이 될 수 있었던 첫 번째 요인은 ‘핵 개발’과 ‘예방타격’에 있다. 이스라엘은 중동 유일의 핵무기 보유 국가로서 주변 국가들이 핵무기를 갖는 것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는다. 이스라엘은 프랑스의 도움을 받아 1960년대 초에 핵무기를 개발했고, 현재는 최소 80여 개의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역사상 핵무기 비보유 국가가 핵무기 보유 국가를 상대해, 군사적 대결은 물론이고 외교적 대결에서조차 승리한 사례는 없었다. 그만큼 비대칭 전력으로서의 핵무기의 위력은 압도적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스라엘은 중동에서의 핵전력 우위를 독점하기 위해 주변 국가들의 핵개발 징후 포착 시 선제적 예방타격에 나선다. 이스라엘 공군은 1981년 6월 이집트의 핵시설 오시라크 원전을, 2007년 9월 시리아의 핵시설 알 키바르 원전을 폭격해 핵개발의 싹을 제거했다. 최근엔 핵개발 의심을 받고 있는 이란이 이스라엘의 다음 타깃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실제로 이란의 핵과학자들이 연달아 의문사를 당하고 있다.
이러한 이스라엘의 강력한 안보 정책은 오시라크 원전 폭격 직후 발표됐던 ‘베긴 독트린’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오시라크 폭격이 국제 사회에 알려지자 메나헴 베긴 당시 이스라엘 총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처럼 말했다.
“우리는 나중이 아니라 지금을 선택했습니다. 나중은 너무 늦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니, 영원히 늦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2년, 3년, 그냥 손 놓고 있었다면, 사담 후세인은 그의 폭탄을 2개, 3개, 4개, 5개 만들어나갔을 것입니다. 이 나라와 민족은 사라질 수도 있었습니다. 홀로코스트가 유대인 민족 역사에 또 한 번 벌어졌을지도 모릅니다.
다시는 학살이 일어나선 안 됩니다. 다시는 말입니다. 우리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적이 이스라엘 민족을 해칠 목적으로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때를 놓치지 않고 모든 역량을 동원해 국민을 보호할 것입니다."
이미 핵무기를 20개 이상 보유한 북한을 적으로 두고 있는 대한민국이 어떤 안보 정책을 펼쳐야 살아남을 수 있는지, 지금 이 순간도 홀로코스트와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북한 주민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분명한 메시지를 던져주는 연설이다.
이스라엘이 안보 강국이 될 수 있었던 두 번째 요인은 ‘자주국방 정책’에 있다. 한미동맹은 국가 안보에 절대적으로 중요하지만, 오늘날 한국군이 정권의 시녀 노릇을 하며 배부른 돼지로 전락한 것은 미군에 대한 지나친 의존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친북정권에 딸랑거리며 안보를 해체해도, 미군이 지켜줄 것이라는 썩어빠진 정신을 군 수뇌부가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주국방의 요체는 무엇일까? 가장 본질적인 건 자주국방 정신이겠지만 물리적 영역에선 ‘무기체계의 국산화’와 ‘정보(intelligence)의 독립’이다.
이스라엘은 자주국방 강화를 위해 무기체계의 국산화를 추진해왔다. 첫 번째로 소개하고 싶은 무기는 단거리 미사일 방어시스템 ‘아이언돔(Iron Dome)’이다. 2014년 가자 전쟁에서 아이언돔은 하마스(팔레스타인 과격파 反이스라엘 조직)가 쏘아올린 로켓의 90%(273발 중 245발)를 격추했다.
아이언돔 개발을 두고 이스라엘 군 내부에서도 미국 무기를 구매하자는 의견이 우세했고, 여러 차례 개발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아이언돔 개발을 추진했던 다니엘 골드 장군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군 수뇌부를 설득해 무기를 완성해냈다. 결과적으로 아이언돔은 수많은 이스라엘 국민의 생명을 지켜냈고 영토를 보전하고 있다.
반면 우리 군의 경우, 자주국방은 차치(且置)하고 미군이 제공하는 미사일 방어시스템 ‘사드(THAAD)’를 배치하는데도 곤혹을 치러야 했다. 북한군의 미사일 공격에 대응해 만들어진 3축 체계(킬 체인,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 대량응징보복체계)는 현 정부 들어 사업이 지체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수 있다는 이유로 명칭도 ‘킬 체인’에서 ‘전략표적 타격’으로, ‘대량응징보복체계’에서 ‘압도적 대응’으로 변경됐다. 설상가상으로 2019년에 북한이 쏘아올린 이스칸데르형 미사일은 우리의 현 방어 체계로는 막아낼 수 없는 실정이다.
두 번째로 소개할 무기는 메르카바(Merkava) 전차다. 이스라엘은 자동차는 생산하지 않아도 전차는 생산하는 국가이다. 이스라엘은 과거 대(對)아랍 전쟁에서 서방 국가들이 산유국인 아랍국을 의식해 이스라엘에 전차, 전투기 등 무기를 판매하지 않는 뼈아픈 경험을 했다. 자주국방의 필요성을 절감한 이스라엘은 1970년 국가 차원의 전차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했고, 기갑사단장 타리크 장군의 주도 하에 1979년 메르카바 전차를 완성, 실전 배치했다.
이스라엘은 정보의 독립에도 힘써왔다. 이스라엘의 해외정보기관 ‘모사드(Mossad)’가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정보기관으로 인식되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이스라엘은 정보 독립을 위해 군사용 정찰위성 개발을 시작했고 1988년 오펙(Ofek) 1호 위성을 쏘아 올리며 세계에서 8번째로 인공위성을 자력 발사한 국가가 됐다. 2020년엔 오펙 16호 위성까지 쏘아 올렸다. 오펙 10호 위성부터는 합성개구레이더(SAR)을 장착했다. SAR은 날씨나 구름의 유무, 밤에도 상관없이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고성능 레이더이다.
이렇듯 이스라엘은 단독 정보활동 능력을 갖춘 반면 한국군의 경우 미군으로부터 정보를 제공받지 않으면 단독 전쟁을 수행하기 어렵다. 현재 다목적실용위성만 여러 대 갖고 있을 뿐 한 대의 군용 정찰위성도 보유하지 못 했다. 게다가 지난해 9.19 남북군사합의에 의해 군사분계선 이남에서의 근접 정찰활동까지 제한된 상태다.
자주국방이 아니라면 한미일 군사동맹이라도 강화시켜야 할 판인데 문재인 대통령은 미 행정부가 제안한 인도-태평양 전략에 들어가기를 거부했었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은 파기될 위기에 처했었다.
이스라엘이 안보 강국이 될 수 있었던 세 번째 요인은 지도부의 ‘알하라이’ 정신과 철저한 ‘보복응징’이다. ‘알하라이’는 “나를 따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스라엘 지휘관들은 병사들 뒤에 서서 돌격 명령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알하라이’ “나를 따르라" 명령하고 적진으로 제일 먼저 뛰어든다. 따라서 이스라엘군은 전투 시 장교의 사망 비율이 높다. 20세기의 가장 성공적인 인질구출 작전으로 불리는 엔테베 작전(1976년 7월)에서도 유일한 전사자는 지휘관 요나탄 네타냐후 중령(現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친형)이었다.
또한 이스라엘은 강력한 보복응징을 통해 적에게 공포감을 주고 공격 의지를 꺾는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는 제2차 세계대전이 종결된 지 15년 만인 1960년에 유태인 대학살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을 체포해 예루살렘 전범 재판정에 세움으로써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아르헨티나에서 신분을 위조한 채 숨어 살았던 아이히만은 이제는 잡히지 않겠지 안심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스라엘 지도부는 적을 끝까지 추적해 심판한다는 무서움을 보여줬고 모사드가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사건이다.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 ‘검은 9월단’이라는 팔레스타인 테러단체가 이스라엘 선수단 11명을 인질로 잡고 살해했다. 골다 메이어 당시 이스라엘 총리는 ‘신의 분노’라는 작전명을 내리고 보복 암살을 지시했다. 모사드는 무려 20년 동안 테러범들을 추적해 전원을 제거했다.
반면 현 한국 정부는 우리 장병 46명을 죽인, 천안함 폭침의 주범 북한 김영철을 제거하기는커녕 귀빈으로 모셨다. 천안함 유족들은 김영철의 방한을 용납할 수 없다며 울부짖었지만 문재인 정부는 김영철을 하루 300만 원짜리 스위트룸에 모셨다. 그것도 6.25전쟁에서 전사한 미군 워커 중장을 기념하여 세운 워커힐 호텔에 묵게 했다. 정부가 현송월, 김여정, 김영철 등 북한 일행의 숙식을 위해 사용한 돈은 약 3억 4000만 원에 달한다. 체포해 처형했어야 마땅한 범죄자에게 수억 원의 혈세를 쏟아 부어 극진히 모신 것이다.
이스라엘이 안보 강국이 된 세 가지 요인을 이야기했다. 첫째는 핵개발과 예방전쟁, 둘째는 자주국방 정책. 셋째는 지도부의 ‘알하라이’ 정신과 철저한 보복응징이다.
대한민국이 이스라엘 같았다면 현재 북한 정권이 20여 개 이상의 핵폭탄을 보유할 수 있었을까? 연평해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의 주범들이 대한민국에서 활개칠 수 있었을까? 북한 핵시설은 폭격돼 북한의 핵무장 능력은 애초에 싹이 잘려나가고, 도발 세력의 목숨은 남아나지 못 했을 것이다. 이미 자유통일의 날이 오고 북한 주민은 홀로코스트와 같은 고통에서 해방됐을 지도 모른다.
이스라엘 안보 정책의 뿌리가 되는 ‘베긴 독트린’을 상기하며 우리도 이렇게 고백하며 실천했으면 한다. “우리는 나중이 아니라 지금을 선택했습니다. 나중은 너무 늦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니, 영원히 늦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적이 우리 민족을 해칠 목적으로 한반도를 적화(赤化)시키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때를 놓치지 않고 모든 역량을 동원해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내고 북한 주민을 구해낼 것입니다."
글=김성훈 기자, 건국대 안보재난관리학과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