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유혹을 다 없앨 수는 없으니, 유혹에 노출되더라도 평정심을 잃지 않도록 힘을 기르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하나가 지자불혹(智者不惑)이다. 지(智)는 지혜라는 의미다. 배워서 익히고 지혜로운 사람은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진은 작가 윤형호의 '기억을 건너는 시간'. 사진=뉴시스DB

20대를 약관(弱冠), 30대를 이립(而立), 40대를 불혹(不惑)이라고 표현한다. 스무 살에 성인식인 관례를 치러 어른이 되고, 서른 살에는 뜻을 세우고, 마흔 살이 되면 세상일에 미혹함이 없게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많은 현상을 보면 ‘불혹’이란 말을 10~20대부터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인간은 시각·청각·촉각·후각·미각 등 오감(五感)을 통해 외부의 자극을 받아들인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이런 자극들의 강도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 짠맛과 단맛은 음식 맛을 좌우하는 두 가지인데, 최근에는 대부분 음식의 짠맛과 단맛이 더 강해지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자극이 강해지는 데는 오감에도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일 것이다. 즉 처음 먹을 때는 아주 맛있던 음식도 자주 먹으면서 점점 그 맛이 밋밋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계속 맛있게 느끼게 하려면 짠맛과 단맛을 더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각을 통한 유혹의 강도는 말할 나위가 없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사진과 영상들이 넘쳐난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만들어 대중의 눈길을 끌고, 그를 통해 유명해지고 돈을 벌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세태가 이렇다 보니, 돈의 유혹에 너무 일찍 눈을 뜨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많다고 한다. 장래 희망을 묻는 한 설문조사에서 소녀들이 ‘로또에 당첨된 남자와의 결혼’이라고 대답했다는 뉴스에 많은 사람이 놀라워했지만, 아이들만 탓할 수 없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오감에 대한 자극만 강해지는 게 아니다. 자극적인 정보나 자료의 유통량도 급증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뉴스와 정보 중에는 꼭 알아야 하는 것도 있지만, 불요불급한 것들도 적지 않다. 그렇다 보니 굳이 필요하지도 않은 뉴스와 정보를 확인하느라 정작 꼭 해야 할 일을 소홀히 하기 쉽다. 그뿐만 아니다. 게임은 물론 불법 도박이나 불법 영상들도 사람들을 유혹한다.
 
공자는 40세가 돼야 세상사의 미혹함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했듯이 인간은 유혹에 약한 존재다. 그런데 공자 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한 자극과 유혹이 많은 시대를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세상의 유혹을 다 없앨 수는 없으니, 유혹에 노출되더라도 평정심을 잃지 않도록 힘을 기르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하나가 지자불혹(智者不惑)이다. 지(智)는 지혜라는 의미다. 배워서 익히고 지혜로운 사람은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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