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이 흡연에는 관대한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따져보면 미세먼지는 흡연에 비할 바가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작년 12월 31일부터 전국 5만 여개 어린이집과 유치원 인근에서 흡연 시 과태료 10만원을 부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군 장병의 흡연율이 지난해 처음으로 39%를 기록, 40% 아래로 떨어졌다고 한다. 2008년 흡연율 49.7%와 비교하면 10년 만에 10.7%포인트나 떨어졌으니 크게 감소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흡연율이 30%대 후반이라고 생각하면 갈 길이 멀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미세먼지(초미세먼지)는 계절적 요인이 감소하면서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긴 하지만, 중요한 사회 이슈의 하나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군사훈련도 연기될 정도로 장병들의 건강에 위협요소가 되고 있다.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공기청정기가 불티나게 팔리고, 외출할 때는 마스크를 끼는 등 우리 삶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런데 미세먼지에는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이 흡연에는 관대한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따져보면 미세먼지는 흡연에 비할 바가 아니다.
 
연구에 따르면 초미세먼지 100㎍/㎥ 이상인 상태가 온종일 이어지면 담배를 5개비 피운 것과 비슷한 악영향이 나타난다고 한다. 초미세먼지 100㎍/㎥ 이상인 상태가 4일 지속되면 전 국민이 담배를 한 갑씩 피우는 것과 비슷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하루에 담배를 한 갑 피우는 사람은 경보(2시간 이상 150㎍/㎥ 지속) 수준의 초미세먼지에 2~3일 내내 노출되는 것과 비슷한 건강 손상을 겪는다고 할 수 있다.
 
의학저널 ‘란셋(Lancet)’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오는 2040년 한국이 포함된 ‘고소득 아시아·태평양 국가’의 건강 위험요인 1위는 흡연으로 예상됐다. 담배는 고혈압(2위)·비만(3위)·당뇨병(4위)보다 수명을 더 많이 단축하는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이 연구를 보면, 건강 위험요인 8위가 ‘환경 입자 물질’, 즉 미세먼지로 예측됐다. 앞으로 20여 년 뒤에도 흡연과 미세먼지는 한국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이 논문은 전망하고 있다.
  
흡연이 위험요인 1위에 올라있는 지역이나 국가는 선진국 중에는 거의 없다. 또한, 흡연과 미세먼지라는 두 가지 위험요인을 다 안고 살아가야 하는 국가나 지역도 드물다.
 
오는 2040년이면 현재의 국군 장병 중 많은 숫자가 중장년에 접어들어 한창 열심히 일하고 가정을 꾸릴 때다. 그때 흡연으로 인해 생긴 크고 작은 질병으로 투병 생활을 해야 한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상황이 될 것인가?
 
젊은이들은 미래를 위해 공부하거나 상급학교에 진학하고 자격증을 따거나 어학 공부를 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외국에 교환학생으로 다녀오거나, 워킹 홀리데이 프로그램에 지원하기도 한다.
 
만약 현재 흡연자라면 이런 활동 못지않게 금연(禁煙)이 중요하다. 아무리 열심히 앞날을 준비한다고 해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본인과 가족, 사회에 큰 짐을 떠안기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문제는 개인이 당장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으나, 금연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군 장병 흡연율이 30% 아래로 떨어졌다는 보도가 하루빨리 나오기를 기대한다.
 
 

 

ⓒ 서울스트리트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