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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인의 대부분이 이슬람교를 믿는다고는 하지만 거리에 보이는 사원 말고는 종교적인 색채를 거의 느낄 수가 없었다. 세계 3대 음식의 나라답게 거리에는 온통 먹거리로 넘쳐난다. 매끼 새로운 것을 먹어도 또 새로운 메뉴가 미각을 돋운다. 사진=김용길 |
이스탄불에서 3일째 날을 맞았다.
내일이면 카파도키아로 떠나야 한다. 나는 이스탄불에 머무르는 동안 여행의 묘미를 제대로 느끼고 있다. 이스탄불은 볼거리가 풍부한 도시이다.
유럽의 어느 도시도 따라올 수 없는 독특한 색채를 갖고 있다. 동서양의 전통과 문화가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를 사이에 두고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터키인의 대부분이 이슬람교를 믿는다고는 하지만 거리에 보이는 사원 말고는 종교적인 색채를 거의 느낄 수가 없었다. 세계 3대 음식의 나라답게 거리에는 온통 먹거리로 넘쳐난다. 매끼 새로운 것을 먹어도 또 새로운 메뉴가 미각을 돋운다.
터키에 대해 잘못 알고 있었던 것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도 큰 소득이었다.
구시가지의 대표적 명소인 톱카프 궁전을 찾아 나섰다. 톱카프 궁전은 구시가지에서 보스포루스해협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있었다.
톱카프 궁전은 15세기 중순부터 약 400년 동안 오스만제국의 통치자들이 거주한 궁전이었다. 톱카프 궁전은 유럽의 호화로운 궁전들과는 달리 대리석과 같은 호화 자재를 쓰거나 장식 등이 화려하지도 않았다.
그냥 평범한 벽돌로 외벽을 쌓은 건물이 4 개의 정원을 중심으로 조성되어 있을 뿐이었다. 처음에는 신궁전이라는 뜻의 이름을 지었지만 궁전 입구 양쪽에 대포가 포진하자 대포라는 뜻의 '톱'과 문이라는 뜻의 '카프'를 붙여 톱카프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5만 명의 군사와 관료들이 거주할 정도의 규모였다고 한다. 지금은 당시의 규모를 짐작만 할 뿐 주요 건물은 박물관으로 개방되어 도자기, 무기, 직물, 보석 등을 진열하고 있다.
사진에 보이는 곳은 디완 광장이라고 불리는 경의의 문이다. 문 양쪽에는 방추형 석탑이 세워져 있다. 이곳을 지나면 관료들이 국사를 논하던 디완 건물과 거대한 황실 주방인 주방 궁전이 나온다.
사진에 보이는 왼쪽 건물은 주방으로 쓰였던 주방 궁전이다. 주방 궁전에는 술탄을 비롯해 궁전 안에 있는 사람들의 직분에 따라 열 개의 주방을 갖추고 있었다고 한다.
하루에 두 번 음식이 준비되었고, 주방에서 만들어진 음식은 200여 명의 사람이 줄을 서서 접시를 손에서 손으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식탁에 옮겼다고 한다. 하루에 소비된 양고기만 200마리에 달했다고 한다.
현재 주방 궁전 안에는 프랑스, 영국, 중국, 일본 등지에서 가져온 도자기들이 진열되어 있다.
특히 이곳에는 중국산 도자기가 1만 2,000 점, 일본 도자기 800여 점이 소장되어 있다고 한다. 특히 중국산 도자기는 원, 명, 청 시대의 것으로 중동지역에 수출된 자기를 대량 수입하여 사용하였다고 한다.
일본 도자기들도 주문에 의해 특별히 제작된 것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제3의 정원으로 들어가는 '지복의 문'이다. 술탄과 측근만이 출입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문 뒤에서는 술탄의 즉위식이 성대하게 열리기도 했다고 한다. 지금은 오스만 제국 시대의 각종 보물과 보석들이 진열된 보석관이 있다.
이곳에 있는 성물관에는 무함마드의 수염과 이빨, 모세의 지팡이 등이 있지만 사진촬영을 금지하고 있어 눈으로만 둘러볼 뿐이다.
모자이크화가 화려하게 꾸며진 황실이다. 블루모스크에서 보았던 청색 타일과 디자인이 비슷하다. 벽난로가 설치되어있고 나무로 멋을 낸 창문이 품위를 더해준다.
금장과 대리석으로 꾸며진 욕조와 관료들이 회의를 했던 방이다. 이 방에 둘러앉아 국사를 논의했다고 한다. 술탄은 회의 자체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회의가 끝나면 대제상을 불러 자신의 의중을 전달했다고 한다.
제1중정이 있는 술탄의 문을 들어가면 6세기 경인 동로마 제국 때 건축된 하기야 이레네 성당이 남아 있다.
오스만 제국은 동로마 제국을 정복한 후에 이 건물을 무기를 보관하는 무기 저장소로 사용했다고 한다. 이후 1846년 오스만 제국 최초의 박물관으로 개방되었다. 비잔틴 시대의 건축물을 원형 그대로 볼 수 있는 곳이다.
황후와 궁녀들이 생활했던 하렘이 별채로 조성되어 있다. 2층 규모의 이 건물에는 250개에 이르는 방이 남아 있다. 오스만 제국 전성기에는 이곳에 머무르던 사람들이 1, 000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창문 등에 모자이크화로 멋을 내는 등 여성들의 숙소답게 이쁘게 꾸몄다. 이곳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입장료를 내야 한다.
하렘의 내실로 들어가는 황금 길의 모습이다. 이 길을 중심으로 좌우로 직급에 따라 방이 배정되었다고 한다. 긴 복도 어딘가에는 술탄들이 마음에 드는 궁녀를 찾아가는 비밀통로도 마련되어 있었다고 한다.
하렘의 주방에는 빵이나 고기를 굽는 아치형 화로와 진열장 등이 설치되어 있다. 이러한 형태의 주방은 로마의 유적지 (폼페이) 등에서도 볼 수 있다. 화장실의 변기 모습이 특이하다. 옆에는 간이 세면 시설도 있다.
톱카프 궁전은 4개의 중정(中庭)이 조성되어 있고 각기 독립된 형태로 역할과 기능이 정해졌다. 하지만 건축물들이 제각각 퍼져 있고 특별해 보이지도 않는다.
역대 술탄들이 모두 필요에 의해 궁전을 짓고 화재도 네 번씩이나 일어나 조화로운 건축물은 찾아볼 수 없었다.
여행 중에 맛집을 찾아 나서는 것도 즐거움의 하나다. 이스탄불에서 구시가지의 유적지를 돌아 보고 한 번쯤 들려야 할 맛집이 아야소피아 성당 부근에 있는 랄레 레스토랑이다.
1960년대 터키를 여행하는 여행객들이 꼽은 휴식 장소 1순위를 차지했던 유서 깊은 식당이다. 당시 교통, 음악, 편지 등 여행자 정보를 교류할 수 있게 게시판을 운영해 유명세를 치렀다고 한다. 지금은 여행자들이 놓고 간 각국의 지폐들이 식탁을 장식하고 있다.
영화 '미드나이트 익스프레스'에 등장하고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도 방문했을 정도의 맛집이다. 이 집의 인기 메뉴는 치킨 요리와 요거트 케밥이라는 데 나는 치킨 케밥을 시켰다. 주방에 음식물을 잔뜩 진열해 놓아 원하는 메뉴를 시키면 된다.
이스탄불에 와서 흥미로운 일은 식당에서 주문을 하면 무료 식전 빵이 수북이 나온다. 원하면 리필도 해준다. 배가 고프다고 주는 빵을 먹다 보면 정작 원하는 음식을 배가 불러 제대로 먹지 못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케밥과 함께 주문한 옥수수로 만든 수프가 나왔다. 수프의 맛은 새콤한 것이 치킨 케밥의 느끼함을 잡아주는데 제격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먹던 묵직한 맛의 옥수수 수프하고는 달랐다.
치킨 케밥은 단백했다. 치킨하면 기름진 음식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직화로 기름을 쏙 빼고 구워서인지 단백한 맛이 입안에 남았다. 우리나라에서 먹던 오븐구이 치킨 느낌이었다. 바닥에 깔려 있는 난에 싸서 먹으면 인도의 치킨 카레를 연상케 했다.
이스탄불의 대중교통시설은 택시, 버스, 트램, 메트로 등으로 다양하고 편리하다. 택시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교통 시설은 충전식 교통카드로 해결된다. 교통카드 한 장만 있으면 인원수에 맞게 단말기에 체크해주면 된다.
구시가지의 유적지는 도보 10분 이내의 거리에 있어 걸어서 둘러볼 수 있다. 신시가지에서 구시가지 관광구역은 택시로 이동하는 데 우리 돈으로 1~2만 원 정도 한다.
택시는 관광지에 한가롭게 정차해 있는 차량보다 운행 중인 것을 선택하도록 한다. 택시의 운임 미터기는 백미러 안에 내장되어 있다. 간혹 운임 미터기를 끄고 시간제 요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기가 불편하다면 주요 관광지를 순환하는 전용 관광버스를 이용할만하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거리에는 흥겹게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여행 중에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음악을 감상하며 한 템포 쉬어가는 것도 다음 여정을 위해 필요할 것 같다.
550년의 역사를 가진 그랜드 바자르이다. 이스탄불의 전통시장이다. 원래는 지붕 덮인 시장이란 뜻의 '카팔르 차르쉬'라고 했다.
비잔틴 시대에 중국 장안에서 시작된 실크로드의 종착지였다. 상점의 수만 5천 개에 달한다고 한다. 진열된 상품은 가죽 제품에서 카펫, 각종 수공예품과 의류, 보석 등이 주류를 이룬다.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실내는 정돈이 잘 된 모습을 보여 준다.
상품을 비교해 가며 쇼핑할 수 있도록 구역도 대부분 정해져 있다. 가격은 흥정에 따라 좀 더 싸게 파는 상점을 선택하면 된다.
이곳에서 시내나 면세점보다 유리하게 쇼핑할 수 있는 품목은 가죽 제품, 장미수, 수공예품 등과 터키인들이 부적처럼 지니고 다닌다는 파란 악마의 눈이라는 '나자르 본주'를 선물용으로 구입할만하다.
보통 카드보다 현금으로 결제하면 좀 더 할인해 준다. 이곳에서는 유로나 달러로도 대금을 받는다.
규모가 크다 보니 쇼핑을 하다 보면 원하는 출구를 찾기가 어려울 수가 있다. 쇼핑을 시작하기 전에 휴대폰 등으로 입구를 촬영해 상점 등에 보여주면 쉽게 출구를 찾을 수 있다.
이곳을 둘러보다 보면 터키인들의 국기 사랑을 확인할 수 있다. 국기를 상점 앞에 내걸은 곳도 많고 내부에도 소형 국기를 걸어 놓은 상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스탄불의 시내를 약간만 벗어나면 푸른 바다가 펼쳐지는 보스포루스 해협을 만날 수 있다.
나에게 이스탄불을 다시 오고 싶게 만드는 추억의 장소를 꼽으라면 단연 보스포루스 해협이 첫 번째이다.
보스포루스 해협은 유럽과 아시아를 구분하는 경계선이다. 해협의 동쪽이 아시아 서쪽이 유럽이다. 이 해협은 예로부터 국제 무역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고 한다.
흑해와 지중해, 마르마라 해를 연결하는 수로로서 지리적 가치도 높다. 길이가 약 30 킬로미터 폭은 가장 좁은 지역이 600미터에 불과하다.
보스포루스 해협에는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다리가 3개 설치돼 있다. 하지만 두 지역을 오고 가는 이스탄불 시민들은 교통체증 때문에 주로 바푸르라는 연락선을 이용한다.
보스포루스 해협의 양쪽 기슭을 따라 운항하는 크루즈선을 타면 그 아름다운 경치에 푹 빠지게 된다. 신시가지 쪽은 돌마바흐체 궁전의 전경과 유서 깊은 건축물, 고급 주택과 기나긴 요트의 행렬을 볼 수 있다.
구시가지는 동양적 정취가 물신 풍기는 이슬람 사원과 오래된 듯한 건축물들을 영화필름을 돌려보듯 둘러볼 수 있다.
보스포루스 해협의 크루즈 투어는 에미노뉴(Eminonu) 선착장에서 출발해 보스포루스 대교까지 올라갔다가 돌아오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이 밖에도 에미노뉴 선착장에서는 흑해 입구로 향하는 크루즈, 오르타쾨이에서 출발하는 왕복 크루즈도 있다.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를 연결하는 갈리타 다리 아래에는 해산물을 전문적으로 요리하는 음식점들이 많다. 이곳에서 보스포루스 해협의 푸른 물결을 바라보며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셔 보는 것도 괜찮다. 음식 가격은 이스탄불 시내보다 높은 것이 흠이다.
이곳에는 이스탄불 시민들이 즐기는 물담배를 피워볼 수 있는 전문점도 많다. 호기심에 피워보는 관광객들도 눈에 많이 뜨인다. 다리끝 에미노뉴 선착장에 가면 이곳의 명물인 고등어 케밥을 맛볼 수 있다.
또한 이곳에서 보스포루스 해협을 오가는 크루선을 탈 수 있는데 호객꾼들을 따라가면 전용차로 배를 탈 수 있는 곳까지 데려다준다.
구시가지에서 신시가지 쪽을 바라보면 정상에 우뚝 솟은 것이 갈라타 타워이다. 타워의 전망대에서는 유럽과 아시아를 가르는 보스포루스 해협과 골든혼 그리고 이스탄불 시내 전체를 볼 수 있다.
타워의 높이는 약 63미터, 장식물을 포함하면 약 67미터에 이른다. 맨 위층에는 전망대와 레스토랑 등이 있다. 탁심 광장에서 이스탄불의 명동이라고 불리는 이스티클랄 거리를 걸어오면 맨 끝 지점에 타워가 나온다.
타워 주변에는 전망 좋은 카페와 레스토랑이 즐비하다. 차를 마시며 구시가지로 넘어가는 일몰을 감상하는 느낌도 좋다.
신시가지 방면에서 갈리타 다리 주변으로 가면 많은 젊은이들이 해변에 나와 사랑을 속사이는 모습을 보게 된다.
구시가지의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서있는 모습을 보면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 주변에는 크고 작은 카페와 레스토랑들이 즐비하고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유명하다.
과자 한 봉을 사서 갈매기 떼와 노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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