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인도국기가 펄럭이는 뉴델리 중심부에 있는 센트럴파크.

나는 인도 여행을 하면서 머리가 복잡해졌다.

공항에 도착하면서 내가 알던 인도의 모습은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이다. 방콕을 출발해 뉴델리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1시가 좀 넘었다. 도착비자로 공항을 빠져나와 페이드 택시를 타고 호텔로 향했다.

구르가온 지역에 있는 비반타호텔. 공항서 호텔까지 30분 거리였지만 가는 동안 가슴을 쓰러내렸다. 이건 택시를 타고 가는 것이 아니라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었다.

 
내리면서 기사에게 엄지척했다. "네가 베스트 드라이버다" 기사 녀석이 씩 웃는다. "망할 자식 난폭 운전 땜에 구경은커녕 이곳에서 화장당할 뻔했네" 속으로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내렸다. 

    

다음날 시내 구경을 한다고 오토바이를 개조한 릭샤를 하루 동안 대절했다. 이걸 타보니 어제 탄 택시는 양반이었다. 대부분이 일방통행인 도로에 차선은 있으나 마나. 경주를 하듯 요리조리 빈틈을 헤집고 잘들 빠져나갔다. 

 

몇십 분 타지 않았는데 자동차와 오토바이에서 나오는 소음과 매연, 서로 울려대는 클랙슨 소리에 정신이 혼미해지고 눈이 따끔거려 뜰 수가 없을 정도였다. 심장도 뛰고 울렁증도 시작됐다. 교통지옥이 바로 여기구나. 

 

인도에 머무는 동안 관광하는 것보다 내 안전을 돌보는 것이 더 급한 일이 되었다. 언제 내 몸이나 가방을 리샥 오토바이가 치고 갈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으로 길을 걸으니 제대로 보이지를 않는다. 

 

                        

 

 

뉴델리의 심장부에 해당하는 곳이 센트럴 파크이다. 이곳에는 대형 인도 국기가 게양되어 있고 많은 사람들이 나와 한가로이 시간을 보낸다. 이

 

곳에 처음 나왔을 때는 깜짝 놀랐다. 공원 주변에 엄청난 사람들이 몰려 있었기 때문이다. 무슨 집회라도 하는 줄 착각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의류 노점상에서 옷을 고르는 인파였다. 인도에 인구가 많다더니 바로 실감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고객 대부분이 남성이라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또한 이 주변을 따라가다 보면 간혹 노상 이발관이나 헤나와 같은 문신을 해주는 곳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센트럴파크 주변이 서민들을 상대로 하는 상업지역이라면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타원형 하얀색 타운이 코넛 플레이스이다. 이곳은 센트럴파크 주변과는 전혀 다른 세계를 선보인다. 

 

 이곳은 인도의 패션타운이자 비즈니스센터이다. 뉴델리의 중심 상업지역답게 외국기업이나 항공사 여행사 금융기관 등이 밀집해 있다. 젊은 층이 많이 모이는 곳이다 보니 세계 유명 프랜차이즈 음식점이나 커피숍 의류매장 등도 많이 진출해 있다.

 

특히 이곳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여성전담 경찰차들이 배치돼 있다는 점이다. 외국여행객들이나 인도여성들이 성폭행이나 성추행 등에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았다. 이곳은 여행자 거리인 빠하르간지에서도 가깝다.

 

그러나 이곳에서 만나는 풍경은 그리 유쾌하지 않다. 우선 거지 아이들이 따라다닌다. 구두닦이 청년들도 호객행위를 한다. 운동화를 신고 있는 데도 닦으라고 한다.

 

어떻게 운동화를 닦겠다는 것인지 궁금할 뿐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누렁이들이 도로에 벌렁벌렁 누워있다.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 개

 

들도 사람을 신경을 쓰지 않는다. 개들에게는 햇볕이 잘 드는 이곳이 낮잠을 즐기기에 좋은 낙원인 셈이다.

                     

 

 

 

 

 

 

 

 

센트럴파크에서 멀지 않은 곳에 뉴델리 역이 있다. 10억 명의 인구가 사용하는 주된 교통수단이 철도이고 그 중심에 뉴델리 역이 있다고 보면된다.

 

뉴델리역의 하루 이용자 수만 해도 세계 최대라고 하니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뉴델리 역에 가면 입구에 빨간색 유니폼을 입은 짐꾼들을 처음 만난다. 무거운 짐을 지고 열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길을 건너면 그 앞으로 이어진 도로가 그 유명한 여행자의 거리 빠하르간지이다.

 

시장과 여행자 거리가 뒤엉켜 어디가 어딘지 분간하기가 쉽지 않다. 이곳에서는 이동할 때는 걷기보다 릭샤를 타고 다니는 것이 조금 안전한 것 같았다.

 

걸을 때마다 욕이 나올 정도로 클랙슨 소리가 깜짝깜짝 놀라게 한다. 인도와 차도 구분이 없이 사람과 소와 릭샤 오토바이 등이 뒤엉켜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다. 소똥을 밟을까 봐 신경도 예민해진다.

 

빠하르간지를 나홀로 돌아다닐 정도면 뉴델리의 다른 지역을 다니는 데 큰 걱정이 없을 정도다.

 

 

 

                         

 

 

 

 

 

 

 

참고로 빠하르간지 여행자거리에서 휴대폰 유심을 교환하는 데 꼬박 이틀이 걸렸다는 사실. 전날 오후에 여권을 복사하고 친구를 보증인으로 세우고도 다음날 4시에 개통된다는 것이 한 시간, 30분 ...이렇게 기다린 것이 저녁 8시경이 되어서야 개통이 되었다. 휴대폰가게 주인은 자신만만하게 "No Prablum" 엄지를 세웠다. 인도가 IT강국이라고 누가 말했냐.

    

 

           

 
ⓒ 서울스트리트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