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폭염 속의 도심

 

연일 35~6도의 폭염이 계속되고, 열대야가 ‘잠 못 이루는 밤’을 만들고 있다. 이는 곧, 인간들의 잘못으로 야기된 현상일 듯싶다. 환경파괴가 주범이기 때문이다.

지난 해 의료·환경·도시·에너지 전문가들이 모인 세미나에서 ‘코로나19의 발생 원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있었다. 참석자들은 난개발 등 환경파괴(66%·46명)를 1위, 기후변화를 2위(51%·36명)로 꼽았다. 도시화(33%·23명), 지구화(24%·17명), 공장식 축산(17%·12명)이 뒤를 이었다.

세미나에 참석한 한 회원은 “어느 하나가 직접 영향을 주었다기보다는 여러 요인이 코로나19 발생에 촉매 역할을 했다"며 “환경 파괴는 동물의 개체 수를 줄이고 감염을 더욱 부추겨 코로나19에 영향을 주었다"고 설명했다.

‘정치적·경제적·군사적 독점을 위한 욕심’, ‘밀집된 인구’, ‘열악한 사육조건’, ‘특이한 음식문화’ 등의 답변도 있었다(한겨레신문/ 2020. 5. 19).
 
전염병은 인간들의 지나친 욕심이 문제
 
과학 저술가 스티브 존슨(Steven Johnson)은 저서 <감염지도>에서 콜레라가 유행하던 시절 런던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썼다. 도시 환경이 열악했으니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1854년 8월. 런던은 청소부들의 도시였다. 뼈 수거인, 넝마주이, 개똥 수거인, 선상 청소부, 개펄 수색꾼, 하수관 수색꾼, 석탄재 수거인, 분뇨 수거인, 여자 넝마주이, 강물 수색꾼, 선상 청소부...이들은 런던의 최하위 계급으로 그 수가 최소 10만 명에 달했다.>
 
청소부들이 많은 것은 ‘당시 런던의 도시 환경이 열악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결국, 전염병이 창궐했다.
 
<9월 3일 일요일. 24시간 만에 70명이 목숨을 잃었고, 수 백 명이 사경(死境)을 헤매고 있었다. 전염병 발생 소식은 도시 전역으로, 도시 너머까지 퍼졌다. 한 교구에서 70명이 사망한 것은 콜레라가 창궐한 시기에 그리 드문 규모는 아니었다.>
 
문명 1, 2의 표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장편소설 <문명 1, 2> 이야기

    
현재 우리의 서점가에서 베스트셀러 권좌를 누리고 있는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의 신작 장편소설 <문명 1, 2>(전미연의 譯)도 전염병으로 수십억 명이 사망하고, 테러와 전쟁으로 황폐해진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소설 <문명>은 인류 문명이 벼랑 끝에 다다른 세상을 무대로 고양이 ‘바스테트’가 모험을 펼친다. 고양이들의 일차 목표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 쥐 떼의 공격을 물리치고 살아남는 것이다. 최종 목표는 인류 문명을 대신할 새로운 문명을 건설하는 것.
 
그 과정에서 만난 돼지·소·개·비둘기 등 다양한 동물들은 고양이의 아군이 되기도 하고 적이 되기도 한다. 적과의 동침은 인간들과 다르지 않다.
 
소설에서 주인공이 말하는 쥐의 평가는 어떠할까.
 
“인간들이 약해지기만을 기다리면서 세상의 지배자를 꿈꾸는 동물. 너희도 잘 아는 쥐 말이야. 난 쥐가 싫어. 그렇지만 그들의 공격성과 무서운 적응력, 그리고 번식력이 경쟁관계의 다른 종들을 압도한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어."
 
이러한 쥐가 호시탐탐 인간 세계를 노린다. 여기에 바이러스들이 편승한다.
 
“인간들끼리 죽기 살기로 싸우는 사이 거리의 쓰레기산은 높아져만 가고, 쥐들은 급속도로 번식했어. 전염병은 무서운 기세로 확산되고 있었지. 이 설치류 동물은 전염병 확산 초기에는 하수구와 지하철이 지나다니는 터널로만 조심스럽게 움직였어. 그런데, 인간들의 위세가 약해지자 과감히 지상으로 올라와 거리로 활보하더니 슬슬 인간들에 맞서기까지 했어. 고립된 인간에게 떼로 달려들어 순식간에 해치워 버리는 모습을 한두 번 목격한 게 아니야."
 
소름이 끼치는 묘사이지만 지금의 상황을 비추어 볼 때 가능한 설정이다. 작가는 ‘전염병과 테러, 전쟁으로 한계에 다다른 인류 문명을 대신할 새로운 문명은 어디에 있을까?’라는 명제를 던진다.
 
환경파괴를 즉각 중단하는 것이 답일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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