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의 수명을 늘리기 위해 가장 공들여야 하는 건 식습관과 운동이 아니었다. 나는 유기농 구기자를 사용하는 대신에 우리 가족의 사회적 삶과 마음에 집중했다. 건강 측정기가 아니라, 삶의 목적을 찾았어야 했다”
|
신간 <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것>(김영선 옮김)은 이렇게 시작된다. 저자는 미국의 저널리스트 ‘마르타 자라스카(Marta Zaraska)’. 하지만, 반전이 있었다. 연구 결과 ‘가족의 수명을 늘리는 것은 식습관과 운동이 아니다’라는 것을 알고서, 자신이 오랫동안 간직해 왔던 믿음을 던져 버렸다. 사진=교보문고 |
눈내리는 날(8일). 아동학대를 방지하기 위한 ‘정인이 법’이 국회(國會)본회의를 통과했다. 양(養)부모가 8개월 된 여자 아이 ‘정인이’를 입양해서 장기간 학대한 끝에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 때문이다.
‘정인이’를 양부모에게 입양토록 한 단체는 홀트아동복지회였다. 그 단체에 “정인이의 체중이 크게 줄어 아동학대가 의심됩니다"는 신고가 들어왔으나, 현장 점검을 하지 않고 전화로만 확인했다고 한다. “아이가 이전의 상태를 회복하여 잘 지내고 있습니다"는 양부모의 대답을 끝으로 ‘정인이’는 열흘 후 사망했다.
국민들의 공분(公憤)을 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사자들의 책임은 물론, 감독 기관의 무책임한 대응이 아이를 죽음으로 내몰았기 때문이다.
‘정인이’를 양부모에게 입양토록 한 단체는 홀트아동복지회였다. 그 단체에 “정인이의 체중이 크게 줄어 아동학대가 의심됩니다"는 신고가 들어왔으나, 현장 점검을 하지 않고 전화로만 확인했다고 한다. “아이가 이전의 상태를 회복하여 잘 지내고 있습니다"는 양부모의 대답을 끝으로 ‘정인이’는 열흘 후 사망했다.
국민들의 공분(公憤)을 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사자들의 책임은 물론, 감독 기관의 무책임한 대응이 아이를 죽음으로 내몰았기 때문이다.
아동학대...일본의 사례
오래 전 일본의 마이니치(每日)신문의 사회면 톱기사 하나가 충격적이었다.
‘3세 사망, 용의자(男) 체포’의 제목에 ‘경찰청, 상해용의(傷害容疑) 모(母)의 교제상대’라는 소제목이었다.
필자는 그 때도 우리나라가 아동학대 문제가 사회적 이슈(issue)인 상황이라서, 그 기사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기사 내용이 우리의 상황과 유사해서다.
보도된 기사 내용은 다음과 같다.
<도쿄의 A 맨션에서 학대된 것으로 보이는 남아가 사망한 사건이다. 오모리(大林) 경찰서는 남아(男兒)의 모친의 교제 상대인 폭력단조직 나가토미 나오야(永富直也·당시 20)를 상해 용의자로 체포했다...그는 아이를 냅다 던져서 상처를 입혔다...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던 아야토(당시 3세)는 얼마 전부터 이 남자와 함께 살았다. 아이의 어머니가 이 남자와 동거생활을 했던 것이다. 신장 195센티미터, 체중 120킬로그램의 거구인 남성이 한 시간 반 동안 어린아이를 폭행을 했으니 어찌 살아남겠는가. 의식을 잃은 아이가 가까스로 병원에 후송됐으나 결국 죽음을 맞고 말았다.>
폭행 이유도 어이가 없었다. 자신이 밥을 먹는데 ‘아이가 째려봤다’는 것이다. 경찰은 맨션의 방에서 핏자국이 얼룩진 이불과 가제도구 등을 압수했다. 아이의 부검결과 ‘외상성경막하혈종’으로 밝혀졌다.
더욱 놀라운 사실이 있었다. 아이 어머니의 신고로 구급차가 도착했을 때도 그 남성은 거실에서 휴대 전화로 이메일을 보내고 있었다. 더더욱 놀라운 것은 체포 후에도 “할 일을 했다. 후회는 없다"고 진술했단다. 그의 행동과 발언에 일본 열도는 분노로 들끓었다.
일본 사이타마 현에서 여자아이(당시 3세)가 친어머니(당시 22)로부터 학대를 당해 숨진 사건도 있었다. 친어머니가 아이의 밥을 굶기는 것은 다반사. 목에 줄을 매어 벽장에 가두기도 했고, 때리는 것도 모자라서 아이의 몸에 뜨거운 물을 붓기도 했다. 인간의 탈을 쓰고 이런 악행(惡行)을 저지를 수가 있을까. 이 아이의 어머니에게도 동거남자(당시 24)가 있었다(출처: 우리가 만날 때마다 무심코 던지는 말들, 장상인 著).
‘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어렸을 때 아버지는 ‘자전거 타는 법과 전기선을 잘라먹는 일 없이 잔디 깎는 법 말고도 건강과 장수를 위해 식습관과 운동이 중요하다’는 점을 가르쳐 주었다. 여느 부모와 마찬가지로 아버지는 자식인 내가 100세까지 사는 것을 보고 싶어 했다···부모가 된 지금 나도 비슷한 바람이었다. 딸이 100세까지 살았으면 싶다···남편에게 단식을 권하고,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러다니라고 들볶아댔다. 나는 하프 마라톤을 하고, 윗몸일으키기를 수 천 번했다.>
신간 <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것>(김영선 옮김)은 이렇게 시작된다. 저자는 미국의 저널리스트 ‘마르타 자라스카(Marta Zaraska)’. 하지만, 반전이 있었다. 연구 결과 ‘가족의 수명을 늘리는 것은 식습관과 운동이 아니다’라는 것을 알고서, 자신이 오랫동안 간직해 왔던 믿음을 던져 버렸다. 무슨 이유에서 일까.
<우리 가족의 수명을 늘리기 위해 가장 공들여야 하는 건 식습관과 운동이 아니었다. 나는 유기농 구기자를 사용하는 대신에 우리 가족의 사회적 삶과 마음에 집중했다. 건강 측정기가 아니라, 삶의 목적을 찾았어야 했다.>
저자가 책에 쓴 대로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고 운동하는 것이 건강과 수명 연장에 중요하기는 하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만큼은 아니다’는 것이다. 저자는 운동과 음식보다는 ‘가장 가까운 가족과 유대관계를 끈끈하게 하고, 나아가 공동체 생활을 영위하게 하는 친구들, 이웃들과의 소통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지극히 맞는 말이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는 육체적인 건강이 아니라 정신건강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정신이 건강해야 사회가 밝아질 것이다.
모든 것은 ‘나라의 법(法)’이 아니라 ‘나의 (엄격한) 법’을 조건으로 해야 한다.
지극히 맞는 말이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는 육체적인 건강이 아니라 정신건강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정신이 건강해야 사회가 밝아질 것이다.
모든 것은 ‘나라의 법(法)’이 아니라 ‘나의 (엄격한) 법’을 조건으로 해야 한다.
ⓒ 서울스트리트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