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균이라는 것이 병균을 죽이는 일 아닙니까? 모든 불순물을 완벽하게 닦아 낸 청결 상태에서 살균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효과가 없습니다. 오늘 제가 설치한 시스템은 먼저 청결한 공기를 만들고, 그 다음 박테리아가 증식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즉, 박테리아의 DNA를 파괴해 버리는 것입니다.”
5년 전에 필자에게 한 독일인의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 앞으로도 숨 막히는 긴장된 분위기까지는 아닐지라도 철저한 위생관리와 질병관리가 더욱 엄격하게 추진돼야 할 것이다. 우리가 넋을 놓고 있는 동안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가 더 강하게 우리를 괴롭힐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공포가 온 세계를 휩쓸고 있다. 전쟁이다. 우리나라도 불과 얼마 전 마스크를 사려는 사람들이 긴 줄을 이었으나, 요즈음은 다소 여유가 있어 보인다. 마스크를 사려는 사람들. 사진=장상인

 

코로나19 공포가 온 세계를 휩쓸고 있다. 전쟁이다. 우리나라도 불과 얼마 전 마스크를 사려는 사람들이 긴 줄을 이었으나, 요즈음은 다소 여유가 있어 보인다. 선진국이라는 미국, 일본, 유럽의 여러 나라들을 보면서 ‘그래도 대한민국이 선진국이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안심할 상황은 아니지만.
  
“안녕하세요? 이번 학기의 수업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증 확산으로 원격(영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올해 학생들은 취업 준비도 안 되고, 대학에서 수업도 받지 못하는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어요. 지구촌이 코로나19 문제로 우왕좌왕하고 있는데, 일본은 특히 정부가 잘못 대응해서 세계로부터 점점 고립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작금의 상황은 ‘일본이 코로나19에 대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 없는 것 아니냐?’는 의문점이 듭니다. ‘저도 일본을 벗어나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진심입니다."
 
언론인 출신으로 대학에서 겸임 교수를 하면서 컨설팅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일본 나고야의 이토 슌이치(伊藤俊一·67)씨와 지난 주말 필자가 통화한 내용이다. 그는 다시 말을 이었다.
 
일본 정부의 무능함 질타
 
“마스크는 정부가 천으로 만들어 전 가구에 배포한다는 소위 ‘아베(安倍) 마스크’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천으로, 그것도 두 장뿐이어서, 그것이 문제입니다. 코로나 감염증에서는 손 씻기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알코올이나 에탄올의 소독제 부족이 일본이 안고 있는 큰 문제입니다."
 

 

언론인 출신으로 대학에서 겸임 교수를 하면서 컨설팅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일본 나고야의 이토 슌이치(伊藤俊一·67)씨.

일본 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8000명을 넘어섰다. 최근 들어 일일 확진자 수가 크게 급증하면서 연일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으로 의심되는 환자를 받아들이는 구급병원이 모자라면서 ‘일본 의료 체계가 붕괴하고 있다’는 우려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일본의 언론들은 ‘마스크와 방호복 등 의료진의 보호장비와 알코올 소독액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전국 감염증 지정 의료기관의 제1병원에서는 앞으로 한 달 내에 재고가 다 떨어질 전망이다. 직원들은 마스크를 아껴 쓰기 위해 3일 간 마스크 1개로 버티기도 한다’고 보도하고 있다.
 
필자의 또 다른 일본 지인의 말이다.
 
“일본의 현실은 지도자가 안 되니까 나라를 망치는 패턴에 빠졌습니다. 해외에서 귀국했을 때의 입국 검사의 달콤함과 느슨함에 ‘이걸로 괜찮냐?’는 생각이 문제였지요. 리더가 국민의 괴로움을 모르고,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 잘못된 정책을 반복한다면 일본은 망하고 말 것입니다."
 
이것은 일본의 문제만은 아니다. 지도자는 어느 나라나 같은 맥락일 것이다.
 
<그런데 이번 바이러스는 그 변이속도가 훨씬 더 빠르고 증식 능력도 높았다. 가장 상대하고 싶지 않은 유형의 바이러스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가면 어떻게 되는 거죠.?"
 
“이 바이러스는 신장 세포에 달라붙어 증식하지. 이것이 잠복기간이야. 발병기에 들어서면 바이러스는 혈관을 타고 온 몸을 돌아다니지. 면역세포를 파괴해서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거야."
 
작가 센카와 다마키(仙川環·52)가 2002년에 쓴 소설 <감염>의 한 대목이 요즈음 벌어지는 상황과 너무나 닮았다. 이 소설은 의학과 윤리 사이의 경계선- 그리고, 인간에 대한 예의를 다뤘다. 소설이 아니라 현실의 상황이기도 하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중후군) 발병 그 때는?
 
“한국처럼 의료 수준이 높은 나라에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중후군) 발병으로 쩔쩔매는 모습을 보고 날아왔습니다. 사람의 생명과 관련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강동경희병원 응급실과 투석실·수술실의 바이러스 박멸 장비를 들고 단숨에 날아온 독일 ‘허리케인 테크놀러지’의 CEO 더크(Dirk Grebenteuch·당시 40세)씨의 말이다. 균, 바이러스 등 생화학적 감염 소독 전문가다. 메르스가 극성을 부리던 5년 전의 일이다. 그 때는 병원에 다녀왔다는 말만 꺼내도 외면당하는 분위기였다
     
2015년 여름날, 필자는 마스크를 쓰고 병원의 현관 앞에 차를 세웠었다. 차에서 내리자 한 직원이 열(熱)체크를 했다. 그리고, 방문 목적을 물은 후 방명록에 이름, 주민번호, 휴대전화번호를 기입하도록 했다. 다소 귀찮기는 했으나, 평소에도 이런 절차를 거쳐서 병원을 드나드는 것이 좋을 듯싶었다. 손 세척은 필수 코스.
 
“살균이라는 것이 병균을 죽이는 일 아닙니까? 모든 불순물을 완벽하게 닦아 낸 청결 상태에서 살균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효과가 없습니다. 오늘 제가 설치한 시스템은 먼저 청결한 공기를 만들고, 그 다음 박테리아가 증식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즉, 박테리아의 DNA를 파괴해 버리는 것입니다."
 
5년 전에 필자에게 한 독일인의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 앞으로도 숨 막히는 긴장된 분위기까지는 아닐지라도 철저한 위생관리와 질병관리가 더욱 엄격하게 추진돼야 할 것이다. 우리가 넋을 놓고 있는 동안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가 더 강하게 우리를 괴롭힐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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