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휴~ 내가 내 눈을 찔렀지. 내가 뭐가 아쉬워서 저런 남자와 결혼을 했는지… 정말 후회막급이야..." 

“누가 할 소리를… 나도 미쳤지. 당신이 이런 여자인줄 몰랐어."
   
누구의 탓을 하겠는가.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 하면서 상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그토록 노력하던 그때 그 시절 선택을... 누가 등 떠민 것도 아니고 다름 아닌 당사자가 식음까지 전폐하면서까지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되겠다"며 눈물 콧물 흘렸을 터.
  
아무리 절절하던 사랑의 주인공이라도 ‘여보~당신’ 부르며 현실 속에서 2~3개월 정도 생활하면 서로간의 약점과 게으름이 들통 나기 마련이다. 연애시절에는 어떻게든 아내로 선택되어지고, 남편으로 선택되어지기 위해서 감추고 포장했던 것들을 도저히 숨길 수 없는 진실로 드러나 버린다.
  
왜 그땐 몰랐던 것일까. 바로 ‘페닐에틸아민(이하 페로몬)’이라는 호르몬 때문이었다. 이 호르몬에 중독되어 있어서... 몰랐던 것이 아니라, 알려고 하지 않았던 걸 게다.
 
결국 제 아무리 뜨거운 ‘사랑’이라고 해도 호르몬에 의한 화학적 작용 때문에 가능하다. 페로몬이라는 호르몬에 사로잡히면 첫눈에 반할 뿐만 아니라 상대를 떠올리기만 해도 심장이 터질 듯 두근거릴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연인들은 ‘만난 지 100일째’를 뜻 깊은 기념일로 손꼽히는데, 그때가 바로 페로몬이라는 호르몬의 절정기, 즉 사랑이 최고조에 올라간 시점이기 때문이다.
 
콩깍지가 씌워도 단단히 씌워지는, 정말이지 아무리 누군가 도시락 싸 들고 다니며 말린다고 해도 절대로 헤어짐이 있을 수 없는...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절절한 시기인 것이다. 
 
연애공식은 간단하다. 이처럼 페로몬에 의해 불같은 사랑의 절정이 시작되면 또 다시 다른 호르몬에 휩싸인다. 남성은 ‘바소프레신’, 여성은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각각 분비된다. 서로에 대해 신뢰와 친밀감과 편안함을 느낄 때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물론 바소프로신과 옥시토신 호르몬이 분비되더라도 페로몬이 씌워 놓은 콩깍지는 좀처럼 벗겨지지 않는다.  아니, 아주 천천히 벗겨질 순 있겠다. 하지만 신뢰와 편안함 때문에 사랑은 비온 날의 땅 굳어지듯 탄탄해져 버린다. 
 
바로 이 순간, 청춘남녀는 같은 집에서 같이 살기를 간절히 희망하게 된다. 더 이상 서로의 집으로 배웅하는 일은 없기를... 그 거추장스럽고 가슴 아픈 일을 그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랑에 빠진 남녀는 상대의 말에 천국과 지옥을 오락가락하게 되며 사랑싸움을 할 수 있겠지만, 콩깍지가 완전히 벗겨지지 않은 상태이기에 제대로 상대를 알 턱이 없다. 페로몬에 중독이 되면 한집에서 이꼴 저꼴 보면서 살아보지 않으면 좀처럼 벗겨질 수 있는 것일터이니...
 
부부의 사랑이란 페로몬으로 시작되었을지언정 한집에서 생활하면서 이꼴 저꼴과 공중전을 경험하면서 참고 인내하면서 생기는 사랑이 따로 있는 듯 하다. 적어도 서로에게 측은지심이 생겨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묘한 정(情) 속에서 비로소 꽃을 피우다 사별하는 관계가 아닐까... 생각이 된다. 적어도 부부의 사랑은 단순히 페로몬의 지배를 받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다시 사랑 속으로 들어가면.... 결국 제 아무리 도도하고 똑똑한 인간일지라도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의 시초는 ‘페로몬’ 덕분이라고 볼 수 있다. 만약 이 페로몬이 분비되지 않는다면 이성에 대한 호기심도, 첫눈에 반하는 사건도 내 사전에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페로몬 부재가 되면 어떠할까. 실제로 비뇨기과에 있으면 페로몬 인한 남성 상실의 케이스가 적지 않게 경험한다.
 
“최원장님.., 아들이 도무지 여자에 관심이 없어요. 연애도 싫대요. 자위행위도 안 하는 것 같아요. 장가를 보내야 하는데 어쩌지요?"
“아들을 데리고 와 보세요. 고환도 봐야하고, 호르몬 검사도 해 봐야 해요."
 
필자를 찾은 환자 중에 서른이 넘은 아들로 인해 고민에 빠진 60대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실로 아들에 대한 관찰력이 치밀하고 대단했다.
    
그녀의 말을 종합하면 아들이 성기발육도 제대로 되지 않았으며 성욕도 약할 뿐 아니라 고환 크기가 일반 남성에 비해 작다는 거였다. 아니나 다를까 아들의 고환 사이즈는 10cc 미만이었고 발육이 약해 보였다. 정상적인 남성이라면 고환의 사이즈가 적어도 작은 호두알만해야 한다.
  
호르몬 검사와 정액검사를 해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무정자증이었다. 성선자극호르몬 수치 또한 매우 낮았다.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무엇보다 그 청년이 평소에 냄새를 잘 맡지 못해서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거였다. 당시 비뇨기과 의사는 그 청년에게 “선천적으로 냄새 맡는 기능이 안 되는 후각 장애"라는 판정을 내렸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칼만증후군’이다.
 
‘칼만증후군’이면 생식세포 생산하는 기관이 제 기능을 못하는 성선자극호르몬성 성선부전증(Hypogonotrophic hypogononadism)으로 인해 냄새를 전혀 파악할 수 없게 된다.
 
본래 냄새와 생식은 한통속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상하부-뇌하수체에서 성선자극호르몬을 분비 못하면 이차적으로 고환이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없으며, 냄새에 의한 페르몬 자극을 전혀 못 받는 남성이 되어서 성욕이 극도로 저하될 수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처럼 사랑은 시각 외에 냄새에 의한 페르몬 작용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후각기능와 성기능을 연관시키면 많은 사람들이 필자에게 “도대체 페로몬이 무엇이길래, 사랑은 가슴으로 느끼는 것 아니었습니까?"라며 의혹을 제기한다.
 
오호! 그랬으면 좋으련만.... 인간도 동물과 별반 차이가 없다. 냄새를 맡을 수 있어야 사랑도 할 수 있다.
 
자, 한번 보시라.
 
남녀가 처음 만나는 날 서로 외모를 보고 파악하면서 시작된다. ‘상대방이 잘 생겼나?’ 등의 저마다의 기준대로 시각적인 판단을 한다.
 
이때에 “씨그날 페로몬"이 반짝 작용하여 서로를 탐색하게 된다. 서로의 일차적 시그날이 합격해서 호감을 갖게 되어야 두 번째 만남을 약속하게 된다. 남녀 모두에게 바로 이 시그날이 안 켜지면 절대로 흥분이 시작되지 않는다.
 
남녀가 서로 호감을 몇 번 더 만나게 되면서 둘 사이에 ‘페로몬’이 작용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서로 스킨쉽을 하면서 키스 등을 주고받게 되면 페로몬은 더 빨리 분비된다. 페로몬은 상대방의 몸을 만지며 체취를 탐색하는 과정 속에서 다량 분비될 수 있다.
 
속된 말로 사랑의 작업(?)에선 바로 이 때가 중요하다. 스킨쉽에 있어서 서로 거부 반응 없이 OK가 되어야 연애가 성공적으로 진행(?)을 할 수 있으며 화려하게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페로몬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이토록 중요할까? 언제부터 페로몬에 대해 노래를 부른걸까. 예전 사람들은 왜 몰랐을까?
 
’페로몬’이라는 호르몬은 1959년 카숀과 류서가 네이처 잡지에 처음 소개하였다. 그리스어의 운반하다는 뜻의 ‘pherin’과 흥분시킨다의 뜻의 ‘hormon’에서 나온 말이다. 몸에서 밖으로 분비되어 다른 사람의 생리적 행동적 변화를 유발시키는 화학 전달 물질로서 ‘ecto-hormone’이라고도 한다.
 
이같은 페로몬의 주된 작용은 네 가지다. 이성을 매료시키고, 동성을 거부하고, 엄마와 아이들을 결속시키고, 생리 주기 조절을 하는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렇다면 페로몬은 어디에서? 사람에게 페르몬이 생성이 되는 주된 곳은 겨드랑이와 회음부위의 아포크린 선이다.
 
남녀 모두 성적으로 성숙하면 테스토스테론으로부터 생성된 16-안드로스텐스를 분비한다. 남성의 경우 농도가 훨씬 높다. 초기 아포크린 분비액은 냄새가 없지만 공기 속에서 곧 냄새가 있는 안드로스테논으로 바뀐다. 여성의 질에서도 ‘큐프린’이라 불리는 알리파틱산이 분비되어 멘스주기에 따라 냄새가 변한다.
 
최근 합성 페로몬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지난 1998년 남성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위약군(임상효과를 파악하기 위해 가짜 약 투여한 그룹/플레시보 효과를 이용)에서는 19%가 이성행동이 증가된 반면, 페르몬 사용군에선 58% 남성의 현저하게 증가 됐다고 한다.
 
지난 2002년에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에서는 위약군에선 23%, 페르몬 사용군에선 74%에서 성행동의 증가를 보고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사람도 포유동물과 같이 페로몬이 리비도 증가시키고 생식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남녀간의 사랑을 거론할 때 가치관, 살아온 환경 등을 더 중요하게 말한다. 그 또한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은 페로몬 이후 신뢰가 쌓이는 단계에서의 얘기다. 3이 1과 2가 있어야 가능한 숫자이듯이 사랑에도 그 진행의 수순이 반드시 있는 것이다.
 
필자는 지인들이나 후배들에게 사랑을 함에 있어서 몸이 느끼는 본능의 영역을 무시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이유인즉 남녀는 서로간의 체취를 통해 상대방의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에 이르는 내분비계의 축을 자극하도록 되어 있으며, 그것에 의해 사랑의 시작과 유지가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비롯되고 다져진 유대감은 그 어떤 순간이 와도 쉽게 헤어질 수 없는 근원이 되기도 한다.
 
우리의 인체에서 성선을 자극하는 성선자극호르몬(GnRH)은 아주 중요하다. 성선자극호르몬은 생식선(난소 또는 정소)을 자극하는 호르몬으로 뇌 시상하부에서 이 호르몬(GnRH)이 나와야 뇌하수체에서 생식관련 호르몬(LH, FSH)을 더 적극적으로 분비토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호르몬 덕분에 여성의 경우 난소에서 난포(난자)를 성숙시킬 수 있으며, 남성은 남성호르몬과 정자를 생산할 수 있다.
 
물론 페로몬과 사랑 없이도 달이 기울고 차듯이 때가 되면 생식관련 호르몬이 분비된다. 하지만 남녀가 서로를 짜릿하게 자극하면 할수록 점점 더 강렬하게 분비하면서 역할 그 이상을 발휘한다. 비슷한 나이라고 해도 권태기에 빠진 부부보다 사랑에 빠진 연인에게 사고(임신) 확률이 더 높은 이유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페로몬은 상대에 대한 호감과 성적인 반응이 좋게 나타날 수 있는 중요한 호르몬이다. 동물적인 관점에서는 페로몬 중독 상태가 되어야 짝짓기가 비로소 시작되니 하는 말이다.
 
최근 환경오염과 합성 화학물질들에 의한 내분비장애 물질들이 증가하고 있으며, 심각한 수준이라고 들었다. 또 전 세계 어느 나라라도 노총각 노처녀 숫자가 늘고 있다고 한다. 이것이 과연... 젊은이들이 너무 많이 배우고 좋은 직업으로 인해 먹고 사는 것이 문제가 없어서 결혼기피 현상으로 연결되는 것일 뿐,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까. 필자는 아닌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들어서는 페로몬 분비가 원활하지 못하는 청춘남녀가 늘고 있다고 한다. 환경공해와 전자파 등이 상당히 일조했다고 본다. 모름지기 청춘농사에 최고봉은 연애가 아닐까 생각이 된다. 청춘의 한 가운데 있는 남녀가 페로몬 분비 장애를 일으킨다면 큰일이다.
 
서슬이 시퍼런 청춘남녀가 사랑에 빠질 생각을 하지 않고 시니컬하게 일하다가 늙어간다면 조상님이 무덤 안에서 벌떡 일어날 일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살면서 사랑하며 자식 낳는 일이 얼마나 큰 행복이며 짜릿한 환희인지 알지 못해서 더 그렇다.
 
청춘들이여! 아쉬운 것이 하나도 없는 삶일지라도 이성이 하나도 안 아쉽다 하지 말기를.... 그건 인류사 입장에서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니다. 사람으로 태어났으니 사랑하며 자식 낳고, 욕심내며 사는 것이 인생의 묘미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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