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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법치의 최후 보루'가 아니라 '정권의 최후 보루'로 변질된 나라의 미래는 결코 없다. 사진=뉴시스DB |
“이번에 우리가 피고인들을 재판하지만 이후 역사가 우리들을 재판한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선 안 됩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뉘른베르크 재판에서 미국의 수석검찰관을 맡은 로버트 잭슨 연방최고재판소 판사의 말이다. 필자는 위 말을 윤석열 검찰총장 집행정지 신청 사건을 맡은 재판부에 꼭 드리고 싶다.
이번 집행정지 재판은 어차피 12월 2일 법무부 징계위원회가 열리는 이상 실질적으로는 이틀 정도의 실익밖에 없다. 만약 추후 징계에서 새롭게 해임 처분이 내려지면 다시 이에 대해 집행정지 신청과 본안 소송을 제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는 위 재판을 법치의 최후 보후로서 과연 우리 사법부가 실질적으로 기능을 하고 있느냐를 가름하는 시금석으로 판단한다.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이자 기본권 수호의 최후 보루인 사법권 독립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느냐를 판단하는 역사적인 판결로 평가한다.
이번 재판은 윤석열 한 사람을 내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결코 아니다. '대한민국(大韓民國)'이냐 아니면 '대한문국(大韓文國)'이냐를 결정하는 중차대한 문제다. '민주주의(民主主義)'냐 아니면 '문주주의(文主主義)'냐를 결정하는 국가의 운명을 건 사활적 문제다.
물론 드루킹 사건의 김경수 지사에게 1심 유죄와 법정구속을 선고한 성창호 판사가 이후 말도 안 되는 억지 기소 등 어떤 곤욕을 치렀는지 잘 아는 재판부로서는 엄청난 심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판결 그 자체'에 대한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비판이 아니라 '판사 개인'에 대해 무차별적 인신공격성 비난의 십자포화를 퍼붓는 대깨문, 문위병(文衛兵)들의 광란을 잘 아는 재판부로서는 엄청난 외압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권력과 여론에 대한 일체의 좌고우면 없이 오로지 팩트와 증거가 가리키는 대로 담대히 '법불아귀(法不阿貴)'의 소신 판결을 내려야 한다. 무너진 법치와 사법부를 새롭게 되세운다는 역사적 소명의식으로 오로지 법과 법관으로서의 직업적 양심에 따라 원칙 판결을 해야 한다.
그리하여 울산 선거 공작, 펀드 비리, 탈원전 수사 등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 성역 없는 직진 수사를 계속하고 있는 윤석열 총장을 어떻게든 찍어내려는 청와대와 추미애 법무장관의 광란(狂亂)의 칼춤에 급제동을 걸어야 한다. 수사지휘권, 인사권, 감찰권, 징계권을 마구 휘둘러 자유 대한민국을 무법천지(無法天地)로 만들고 정권의 치부(恥部)를 가리려는 청와대와 추 장관의 막가파식 망동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 통상적인 정보 수집을 불법 사찰로 모는 '지나가는 김미리 판사도 웃을' 궤변을 단호히 심판해야 한다.
"이번에 우리가 피고인들을 재판하지만 이후 역사가 우리들을 재판한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선 안 됩니다."
부디 재판부가 고삐 풀린 말처럼 천방지축 날뛰며 법치와 민주주의 기반을 뿌리 채 뒤흔드는 추 장관의 광란을 엄정한 법의 잣대로 심판해주기를 기대한다. 결코 권력의 장벽에 막히지 않고 진실을 파헤친 용기 있는 판결을 내려주기를 기대한다. 법원이 '법치의 최후 보루'가 아니라 '정권의 최후 보루'로 변질된 나라의 미래는 결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