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윤석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이 정식으로 임명되면 1988년 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이후 '고검장'을 거치지 않은 첫 검찰총장이 된다. 문무일 총장보다 5기수가 아래로, 이전 관행대로라면 검사장급 이상 30여명이 옷을 벗어야 한다. 윤 후보자가 6월 17일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명했다. '예상된 파격 인사'지만 '전형적인 코드 인사'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검찰총장보다 먼저 대전고검 검사이던 그를 서울중앙지검장에 기용하는 첫 번째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서울중앙지검장의 직급을 '고검장급'에서 '검사장급'으로 내리고, 그를 검사장으로 승진시켜 두 단계를 건너뛴 것이다.
 
이번에도 그는 정식으로 임명되면 1988년 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이후 '고검장'을 거치지 않은 첫 검찰총장이 된다. 문무일 총장보다 5기수가 아래로 이전 관행대로라면 검사장급 이상 30여명이 옷을 벗어야 한다.
 
그렇다면 그는 과연 두 번의 파격 인사를 거듭할 만큼 검찰총장으로서 적임자인가? 현 정권이 검찰의 중추인 서울중앙지검의 공정한 수사를 위해 ‘서울중앙지검장→총장직행’ 구조를 깨겠다고 한 것이 불과 2년 전인데 그는 이 원칙을 허물만큼 적임자인가? 청와대는 인선 배경의 세 가지 이유로 '적폐청산 수사의 성공적 지휘' '남은 비리와 부정부패의 척결' '검찰개혁의 완수'를 꼽고 있지만 필자는 동의하지 않는다.
 
첫째, 그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하면서 누구보다 '권력의 충견(忠犬)'으로 '정권'에 충성해왔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권력의 외압에 굴하지 않고 우뚝 바르게 서 왔기는커녕 철저히 '권력바라기'만 하며 권력쪽으로 굽어 왔다. 검찰의 존재 이유이며, 지켜야 할 절대가치인 수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부족했다는 의미다.
 
그동안 '적폐청산'이란 미명하에 진행돼온 '정치보복' 수사를 보라. 검찰수사는 살아있는 권력에는 추상(秋霜)같이 엄하고, 죽은 권력에는 춘풍(春風)같이 부드러워야 함에도 그는 반대로 해왔다. 전직 대통령 두 명과 전 대법원장을 비롯해 전 정권의 인사 중 기소된 사람이 최소 100여명을 넘지만 현 정권의 실세 중 과연 누가 기소되었는가? 실세 중 유일하게 기소된 김경수 경남지사는 특검이, 이재명 경기지사는 성남지청이, 송인배 전 비서관은 동부지검이 기소하지 않았는가? 이것이 과연 ‘법불아귀(法不阿貴·법은 신분이 귀한 사람에게 아부하지 않는다)’의 공정한 수사인가? 이것이 과연 ‘승불요곡(繩不撓曲·먹줄은 굽은 모양에 따라 사용하지 않는다)’의 곧은 수사인가?
  
둘째, 그는 수사과정에 있어 피의자의 인권을 무시하고 법치를 훼손해왔다고 본다. '행위'가 아니라 '사람'을 겨냥한 표적 수사, 이것을 파다가 안 되면 저것을 파는 별건 수사, 수사 과정에서 불필요한 수갑을 채우거나 무차별적 피의사실 공표를 통한 창피 주기 수사, 회유와 협박이라는 과도한 플리바게닝 수사 등 그가 지휘한 수사는 적법절차와는 거리가 멀었다고 생각한다. 고(故) 이재수 기무사령관과 변창훈 검사를 비롯한 피의자 4명이 수사 중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실이 이를 명백히 반증하고 있지 않은가?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말이 있다. 공익의 대변자요, 사정의 중추기관인 검찰이 제 역할을 다할 때 국가가 바로 선다는 의미다. 검찰개혁의 요체는 결국 '권력'과 '검찰'을 어떻게 절연(絶緣) 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어떻게 검찰의 인사권을 권력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국회는 이번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60억대에 달하는 재산문제를 포함해 정치적 중립성과 불법수사 관행에 대해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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