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3년 6월 28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으로부터 선물받은 서예액자. 당나라 시인 왕지환이 쓴 한 시 '관작루에 올라'의 두 구절이 적혀 있다. 사진=청와대

'부시언지(賦詩言志)’, 시를 건네 마음의 뜻을 전하는 것, 오늘은 왕지환의 '등관작루'라는 시를 한 편 소개합니다.
  
이 시는 모택동 주석이 항상 애송하였을 뿐만 아니라, 몇 년 전 중국에서 중학생을 대상으로 좋아하는 당시(唐詩) 순위를 뽑을 때 이백, 두보 등 쟁쟁한 시인들의 시를 제치고 1등을 할 정도로 중국인이 좋아하는 국민시입니다.
   
이 시는 이명박 대통령의 집무실에 있던 병풍에도 쓰여 있었고,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시진핑 주석으로부터 이 시의 3, 4구를 쓴 서예작품을 선물받기도 했습니다.

 
白日依山盡 (백일의산진)
눈부신 해는 산너머 떨어지고,
 
黃河入海流 (황하입해류)
황하는 바다로 흘러 들어가네.
 
欲窮千里目 (욕궁천리목)
천리 밖까지 바라보고자,
 
更上一層樓 (갱상일층루)
다시 한층 누각을 오르노라.
  
중원에서는 호박 하나 위에 올라도 천리가 더 보인다고 하는데, 저물어 가는 하늘을 바라보며 천리 밖까지 바라보고자 다시 한 층을 오르는 화자의 웅대한 기개와 진취적인 기상이 잘 느껴지나요.
   
688년 진양(晉陽)에서 태어나 개원(開元·현종) 초에 기주 형수현 주부(主簿)를 맡았지만 모함을 당해 관직을 버린 후 15년 동안 유랑한 왕지환.
    
그는 성격이 호방불기(豪放不羈)하여 항상 칼을 치며 구슬프게 시를 읊어 수많은 절창을 남겼는데 안타깝게도 대부분 망실되어 '전당시(全唐詩)'에 '양주사(凉州詞)'와 '등관작루' 등 겨우 6수만 남아 있죠.
  
무창의 황학루, 동정호의 악양루, 남창의 등왕각과 함께 중국 고대의 4대 누각으로 꼽히는 관작루.
 
황새 서식지인 갈대숲에 세워져 '관작'이란 이름이 붙여진 이 누각은 산서성에 있는 3층 누각으로, 이곳에서는 멀리 중조산과 황하가 내려다보여 예부터 수많은 시인묵객들이 시문과 서화를 남긴 곳이죠.
 
가장 높이 나는 갈매기가 가장 멀리 보는 것(리처드 바크, 갈매기의 꿈),
 
항상 '갱상일층루(更上一層樓)'하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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