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경남지사와 더불어민주당은 더 이상 강하게 반발만 할 것이 아니라 법이 정한 항소 절차를 통해 증거와 팩트로 자신들의 결백을 입증해야 한다. 사진=경남도청
 
노무현 전(前)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김경수 경남지사가 1심에서 실형 2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2016년 11월부터 댓글 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을 이용한 불법 여론 조작을 벌이고, 지방선거까지 댓글 작업을 통한 선거운동을 하는 보답으로 센다이 총영사 직을 제안했다는 이유다.
    
위 판결을 과연 어떻게 봐야 하는가?
  
김 지사의 항변처럼 재판 과정에서 밝혀진 진실을 외면한 채 특검의 일방적 주장만 받아들인 '양승태 키즈'의 정치재판으로 봐야 하는가. 더 나아가 민주당의 강력한 반발처럼 '사법농단 적폐세력의 보복성 재판'으로 봐야 하는가.
    
필자는 위 판결을 권력과 여론에 대한 일체의 좌고우면 없이 오로지 팩트와 증거가 가리키는 대로 담대히 나아간 소신판결로 평가한다. 민주체제의 기반을 흔드는 선거부정이 다시는 뿌리를 내리지 못하도록 역사의 전범을 세워야 한다는 소명의식으로 결코 권력의 장벽에 막히지 않고 객관적인 증거를 통해 진실을 파헤친 용기 있는 판결로 평가한다. 양형에 있어서도 여론조작은 공론의 장을 오염시켜 국민의 의사를 왜곡하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허무는 중대 범죄라는 점에서 충분히 수긍이 간다.
        
김 지사와 여당은 더 이상 강하게 반발만 할 것이 아니라 법이 정한 항소 절차를 통해 증거와 팩트로 자신들의 결백을 입증해야 한다. 
      
‘2016년 11월 9일 오후 8시 7분, 가입 인증번호가 856(라오스 국가번호)으로 시작하는 네이버 아이디 3개.’
   
법원이 유죄의 증거로 인정한 ‘스모킹 건’인데 이에 대해 설득력 있는 탄핵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또한 재판부는 김 지사가 드루킹이 보내온 정보보고를 확인했으며, 드루킹에게 인터넷상의 기사 주소(URL)를 전송했다는 주요 쟁점을 모두 인정했는데 이에 대해서도 납득할 만한 반박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필자는 이번 판결이 사법신뢰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런 근거도 없이 판결을 비난하고 판사에 대한 인신공격까지 서슴지 않는 '여당의 행태'가 오히려 사법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생각한다. 법치의 생명은 어떤 정치 세력이 권력을 잡든, 어떤 검찰이 수사를 하든, 어떤 판사가 재판을 하든 '동일한 사건에 대해서는 동일한 결론'에 이를 수 있다는 국민들의 신뢰인데 여당의 부당한 공격은 이러한 국민의 신뢰를 송두리째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당은 과거 국정원, 기무사, 경찰청 등에 의한 댓글 사건 당시 자신들의 행태를 겸허히 되돌아보며 다음의 세 가지는 반드시 밝혀야 한다.
   
'거짓과 은폐'보다 '진실과 정의'가 승리해 온 것은 역사에 의해 검증된 진리임을 직시하여 '판사탄핵' 운운하며 적반하장의 행태를 보이기 전에 다음의 의문은 반드시 국민 앞에 소상히 밝혀야 한다.
   
첫째, 문재인 대통령은 최측근인 김 지사의 댓글조작 부분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있었는가. 설령 몰랐다 하더라도 정치적, 도의적 책임은 없는가.
   
둘째, 김정숙 여사가 2017년 4월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장에서 "경인선에 가자"고 외친 것은 왜인가. 경인선은 드루킹이 만든 단체인 ‘경공모’가 주축인 외부 선거운동 조직인데 그렇다면 과연 김 여사는 드루킹과 경공모의 불법 활동을 알고 있었는가.
  
셋째, 드루킹에게 센다이 총영사 제안을 했다는 의혹의 핵심에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있는데 이에 대한 입장은 어떠한가. 드루킹을 김 지사에게 소개한 송인배 전 정무비서관은 이미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되었지만 백 비서관에 대한 수사는 아직 미진한데 이에 대한 입장은 어떠한가.
   
이번 수사와 재판은 공소시효 등 시간에 쫓기고, 초동수사 부실로 압수수색을 제대로 하지 않아 처음부터 '일모도원(日暮途遠·길은 멀고 험난한데 날은 저물고 시간은 없다)'의 어려운 상황이었다.
  
초기 검경의 부실 수사, 늑장 수사, 은폐 수사, 꼬리자르기 수사, 눈치보기 수사로 이미 중요 증거가 하나 둘 흔적도 없이 사라졌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은 수사와 재판이었다. 그럼에도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지재유경(志在有逕)'의 강력한 의지로 실체진실을 파헤친 특검과 재판부의 용기와 노고는 당연히 평가받아야 한다.
          
여야(與野)는 이번 판결을 절대 정쟁의 도구로 삼아서는 안 된다. 법보다 권력자의 목소리나 광장의 여론이 더 크게 지배하여 형해화되고 있는 죽은 법치를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갈등과 분열을 종식시키고, 민주주의를 한 단계 더 성숙시키는 전화위복으로 삼아야 한다. 통합과 포용으로 더욱더 단단해진 하나된 대한민국을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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