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하고 부러지다
여풍(女風)의 시대다. 예쁘고 멋진 여성들이 거리에 넘쳐난다. 이제는 위풍당당함이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며 오히려 여성에게 더 잘 어울리는 듯 하다. 사관학교나 경찰대학의 수석졸업자가 여성이라고 해도 새삼스럽지 않다. 의료계도 예외가 아니다. 나도 모르게 혀를 찼다.
“쯧쯧 사내들은 뭐하는 건지…"
여풍당당을 떠올리면 필자 입장에서는 걱정스러운 것이 있다. 그녀들의 ’기세등등’이 잠자리까지 이어지는 게 달갑지 않아서다. 물론 잠자리에서 적극적인 여성은 아름답다. 너무 과해 사고가 생기지 않는다면.
더 솔직하게 말하면, 성교시 여성 상위 체위를 별로 권하고 싶지 않다. 젊은 부부들의 화끈하고 짜릿한 성생활을 나무라는 게 아니라 무리한 체위 변화 속에서 자칫 다치게 될 소중한 그 무엇(?)이 걱정 되어서다.
사람의 욕심은 끝도 한도 없다. 욕심 보따리라는 것이 비단 물질적인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성적 호기심이란 게 시도 때도 없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가 점점 과감해지기 마련인 법.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가 있다. 비뇨기과 의사라면 누구라도 경험했을 법한 일이다.
눈이 펑펑 오는 겨울 밤이었다. 응급실로부터 단잠을 깨우는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사실 비뇨기과 환자가 응급실 신세를 지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기에 한밤에 전화가 걸려왔다는 것은 일단 긴박한 상황임을 암시한다.
“급합니다. 선생님." (환자)
“무슨 일인데?" (의사)
“골절상이에요. 출혈도 몹시 심하고요" (환자)
“……" (의사)
응급실에 들어오는 환자치고 위급하지 않은 케이스가 어디에 있으며, 다급한 상황에 대처하지 못할 의사가 어디 있겠냐만은 아무리 노련하고 순발력 있는 의사라 할지라도 음경 골절상을 맞닥뜨리면 숨이 턱 막히며 당혹스럽다.
그날 새벽도 예외가 아니었다. 비뇨기과 의사로서 우선 전화상으로 몇가지 응급조치를 지시한 다음 병원을 향해 뛰었다.
상상 이상으로 심각했다. 마치 바윗돌에 부딪힌 것처럼 완전히 파열된 페니스가 거의 형체를 알아보기가 힘들 정도였고, 일그러진 조직 안쪽으로는 계속 많은 피가 흐르면서 핏덩어리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필자는 가운을 어떻게 갈아입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급히 응급수술에 들어갔다.
응고된 핏덩어리를 제거하고 보니, 페니스 뿌리 안쪽을 감싸고 있는 백막이 2cm 이상이나 파열된 상태였으며 출혈이 계속되면서 해면체 내부조직이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먼저 항생제와 생리식염수로 상처 부위를 깨끗이 씻어낸 다음, 고환의 파열된 부분을 원상대로 꿰매는 수술을 마쳤다. 미세 봉합수술에 따르는 어려움도 많았지만, 자칫 잘못하여 이 부분에 염증이라도 생길 경우 발기 불능이라는 ‘사형선고’를 내려야 하기에 마치 나의 일처럼 최선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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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경에는 뼈가 없다. 하지만 음경을 둘러싸고 있는 단단한 막인 백막이 찢어지면, 마치 골절이 되듯 음경이 다칠 수 있다. |
“정말 괜찮습니까? 괜찮은 거예요?" (환자의 아내)
남편의 물건이 부러지는 초유의 사태를 겪은 젊은 부인의 얼굴은 사색이 되어 있었다. 수술을 마치고 나오는 의사를 붙들고 몸을 떨며 묻고 또 물었다.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공포에 사로잡혀서 새파랗게 질린 그 부인의 입술떨림이.
“우선 마음을 놓으십시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염증만 생기지 않는다면 잘 회복될 겁니다." (의사)
음경골절 수술의 성공 여부를 장담하려면 적어도 1개월 이상 회복기간을 가져야 한다. 그 환자 부부도 애타는 심정으로 한 달을 기다린 끝에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한 시청각 자극 검사에 들어갔다. 발기된 상태에서 음경 내의 혈류 변화를 검사해보니 다행히 정상이었다.
불과 1개월 전만 하더라도 음경골절로 인해 산 사람 같지 않았던 J씨였다.
그는 음경이 정상화가 되었을 때 기쁨에 들떠 감격하고 또 감격했다. 도대체 어쩌다가 페니스 골절상까지 입게 되었을까? 의사 입장에서 궁금해서 물었더니 쑥스러운 듯 웃더니 자초지종을 털어놓았다.
“신혼 초에는 뭘 잘 몰랐고 회사 일이 너무 바빠서 부부생활을 등한시 했어요. 그러다가 몇년 지나서 요즘은 직장에서 조금 여유가 생겨서 부부관계가 점차 좋아지더라고요. 아내도 너무 잘 느끼는 거예요. 이런 저런 체위를 즐기다가 그만…"
여성상위체위의 비극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고기 맛을 더 잘 안다고 했다. 하물며 성 테크닉이라는 것도 수없이 반복하며 열심히 해 본 사람이 노련한 체위로 다양한 감각을 즐길 수 있다. 부부가 서로에게 만족하며 극치감을 느낄 수 있으려면 신체적 정신적 노하우가 모두 갖춰져야 하는데 하루 아침에 되는 일은 아니다.
요즘 부부들은 성교를 위해 야한동영상을 많이 본다고 들었다. 부부들이 야동을 통해 체위를 공부하고 배운다고 한다. 그런데 야동도 여풍의 영향인지 여성상위 체위가 많이 나온다고 한다. 여성상위 체위가 나쁘다는 게 아니다. 어설픈 테크닉으로 음경 골절이 될 수 있어서 조심해야 한다는 거다.
J씨 역시도 그날 밤에 아내와 성 행위에 지나치게 몰입한 나머지 더 강한 자극을 받기 위해 무리하게 체위를 변동하다가 골절상을 입은 경우에 해당되었다.
음경골절은 발기된 페니스에 무리한 힘이 가해졌을 때 해면조직을 감싸고 있는 하얀 막이 찢어져 출혈이 일어나는 상태를 말하며 주로 무리한 체위로 성관계 중에 간혹 발생된다. 이를테면 페니스가 한껏 부풀어 있는 상태에서 갑자기 체위를 바꾼다던가 변태에 가까운 격렬한 성행위를 계속하면 뜻하지 않은 위험이 따른다.
음경이 어떻게 골절이 될까. 상상이 안 될 것이다.
J씨가 생생하게 필자에게 얘기해 주었는데, 믿기기 힘들지만 ‘뚝!’하는 소리를 내며 음경이 부러지더라는 거다.
남성은 흥분 상태에 돌입하면 음경의 작은 혈관이 파열되면서 통증을 유발하기도 하는데, 이 같은 위험신호를 무시하고 더 욕심을 내면 우뚝 섰던 페니스가 부러지는, 실로 어처구니없는 사태까지 발생할 수 있다.
요즘도 음경골절 응급환자들이 예전처럼 적지 않다고 들었다. 대부분 젊은 남녀이거나 20-30대 젊은 부부라니.... 한마디로 기괴한 체위를 시도하는 젊은 부부들이 병원신세를 지게 되는 웃지못할 사연이 적지 않다. 성교 체위 중에서 여성 상위 체위로 인한 음경골절 사고가 유독 많다.
여성이 남성 위에 올라가는 여성상위 체위 성교시에 ‘뚝’ 하는 파열음과 동시에 심한 음경통이 있으며 출혈이 음낭과 회음부, 서혜부에 나타날 수 있다. 음경골절의 약 30%에서는 요도손상이 동반될 수 있는 비뇨기계 응급질환이다. 경미한 골절이라고 해도 요도손상, 음경굴곡, 음경농양 및 발기부전으로 진행될 수 있다.
흔히 "음경에는 뼈가 없는데 골절이 되나요?"라고 묻는데, 음경에는 뼈가 없다. 하지만 골절이 될 수 있다. 피스톤 운동을 하는 페니스가 상대 여성의 질에서 미끄러져 나왔는데, 이때 골반을 마구 움직이면 발기된 음경이 여성의 치골 쪽에 충돌하면서 생길 수 있다. 이때 음경이 뚝하고 부러질 수 있다. 그러니 성교시 여성이 너무 강렬하게 움직이는 것도 음경 입장에서는 좋지 않다.
음경골절 사고는 후유증이 예고된다. 사고 후에 정상적으로 치료가 잘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또 치료시기를 놓쳤거나 그냥 지혈이 되어 보존적 치료로 했을 때에는 음경 해면체가 점차 섬유화되어 굳어지면서 꼬부라지는 병으로 가게 된다. 다름 아닌 페이로니씨 병으로 프랑스인에 의해 처음 발견되었다.
섹스는 과격하고 무리한 운동에 속한다. 아무리 짜릿한 몸놀림과 환상적인 리듬이 성감을 좋게 한다고 해도 급격한 체위변화로 인해 음경 미세혈관들이 터져서 타박상을 압게 되면 누가 손해겠는가.
사회 곳곳에 ‘안전’이라는 말이 중요하게 거론된다. 부부생활에 있어서 ‘짜릿섹스’ 만큼 ‘안전섹스’도 중요하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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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형기 박사는 194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연세대학교 의대를 졸업하고 영동 세브란스 병원에서 비뇨기과 교수로 재직하며 국내 최초로 ‘성기능 장애 클리닉’을 개설한바 있다. 저서로는 ‘性功해야 成功한다’ ‘아내와 남편이 함께 하는 섹스 코디네이션’ ‘백살까지 즐겁게’ 등이 있으며, 현재 삼성동에서 최형기성공비뇨기과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