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이 잘 안 되어서 병원을 방문하려고 해요." (환자)
“생리시작하면 2~3일째 오세요" (병원 관계자)
“네? 생리 때 오라구요?" (환자)
결혼한 지 2년차 주부 K씨는 이제 겨우 삼십대 초반을 넘긴 새댁이다. 남편을 닮은 예쁜 아들을 낳고 싶어서 앱을 통해 배란 어플을 다운받아서 임신을 시도한지 2년이 되어가는데 아기 소식이 없자 집 근처에 있는 꽤 유명하다는 불임클리닉에 방문하기 위해서 전화부터 걸었다.
이른 나이에 ‘난임’이라고 하기에는 자존심이 상하지만 명절을 보내면서 자식 욕심이 생긴 남편을 위해서라도 병원 진료를 받아야겠지에 산부인과를 방문해 보기로 결심한 거였다.
그런데 헉~! 생리 중에 첫 방문을 해야 이런 저런 검사를 할 수 있다는 전화 속 간호사의 음성.... 나의 생리대를 내려다보기조차 민망한 생리 2-3일째에 병원을 오라니.... 더욱이 산부인과라면 특유의 진료대에 팬티를 벗고 올라가야 되는 민망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 있을지 모르는데, 생리 중에 꼭 가야만 할까? 정말 의아하고 궁금했다.
난임검사가 아니더라도 여성이 산부인과에 방문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생리일정을 감안해서 방문해야 한다. 대개 생리가 끝나기 전에 첫 방문을 하는 것이 좋다는 것. 생식관련 각종 호르몬 검사와 부인과 질식초음파 검사를 훨씬 더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여성의 생식기전을 먼저 이해하자.
여자의 몸은 생리가 시작되면 또다시 생식체계가 리셋(reset)이 된다. 생리 시작이 곧 임신을 위해 재도전 리셋인 셈.
매달 생리와 함께 리셋이 되며, 뇌하수체는 난자를 키우기 위해서 FSH호르몬(난포자극호르몬)을 혈액에 띄워서 내려 보낸다. 난소가 혈액을 통해 전달되어진 FSH호르몬을 수용해서 난자를 키우고, 난자가 자람으로 해서 난소에서 에스트라디올(E2)이 분비가 된다. 즉 에스트라디올(=에스트로겐)은 매달 난자가 자라야 분비되는 호르몬인 것이다. 폐경이 되면 자랄 난자가 없기 때문에 에스트라디올 無의 상태가 되는 것이다.
난소에서 난자가 자람으로써 에스트라디올(E2)이 분비되면 자궁내막에서 E2를 수용해서 배란을 준비하며 내막을 두껍게 만든다.
난자가 어느 정도 성숙이 되면 뇌하수체가 LH(난자의 마지막으로 성숙시키는 호르몬-배란으로 이끔)를 분비하고, 드디어 배란이 되는 것이다. 생식주기가 비교적 정확한 사람이라면 생리로부터 13~15일째 즈음에 배란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드디어 난자가 배란이 되면 난소의 배란된 자리에서 황체가 형성되어서 호르몬이 분비하는데, 그것이 바로 프로게스테론 호르몬이다. 이 프로게스테론이 분비가 되면 비로소 자궁벽이 더 두꺼워지면서 수정란이 착상되기 좋은 환경이 완성이 된다.
그렇다면 생리(월경)혈은 무엇일까?
다름아닌 임신을 준비하며 두꺼워진 자궁내막이 수정란의 착상이 이뤄지지 않자, 난소의 황체가 퇴화됨으로써 프로게스테론 분비가 하강이 되고 급기야 피눈물(자궁내막+혈)을 흘리는 찌꺼기라고 보면 된다.
반면, 임신이 되었을 땐 난소에서 프로게스테론 분비가 본격화된다. 프로(Pro/촉진)+게스테론(Gestation/임신) 호르몬이라는 말 그대로 임신 열 달간 여성의 몸을 지배한다. 임신 12주까지는 난소에서, 임신 12주부터는 태반에서 분비를 한다.
그나저나 어찌하여 난임검사 등을 하고 싶을 때 산부인과에서는 생리 중에 오라고 하는 걸까. 일각에서는 불임클리닉이나 산부인과 문턱이 낮은 이유 중에는 ‘생리 중 첫 방문’이라는 것도 한몫을 한다는데... 궁금하기 짝이 없다.
산부인과에서 실시하는 호르몬 검사는 당사자의 생식기전이 제 시간에 상승곡선(분비)을 그리고 있는지, 때가 되어서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는지 여부를 정확하게 알아야 체크가 되는 것들이 다수다. 임신과 출산은 호르몬의 대혁명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 따라서 여성의 생식체계가 리셋이 되는 생리 2-3일째를 기준으로 혈액검사를 통해 각종 호르몬 검사를 실시해야 한다. 우리 몸에서 호르몬이라는 것은 혈액을 통해 온 몸을 돌아서다.
생리로부터 2-3일째 산부인과를 방문하게 되면 어떤 검사가 진행이 될까.
다름 아닌 혈액검사를 통해 난포자극호르몬(FSH) 수치, 에스트라디올(Estradiol-E2)수치, 황체형성호르몬(LH) 수치, 갑상선자극호르몬(TSH) 수치, 유즙분비호르몬(Prolactin) 수치 등을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산부인과 진료에서 초음파 보기를 빼 놓을 수 없다. 그 또한 생리 2~3일째를 기준으로 보는 것이 훨씬 정확하다. 생리 3일째 질식초음파(질을 통해 보는 초음파)로 난소 안에 있는 배란을 준비하고 있는 예비 난자(난포) 갯수와 자궁 내막의 상태를 관찰할 수 있다.
그밖에도 각종 시술을 할지 여부도 생리 2-3일째 결정할 수 있다. 자궁나팔관조영술(나팔관이 막혔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자기공명영상), 자궁경(자궁경으로 자궁강내를 관찰함) 등도 배란이 되기 전에 이뤄져야 한다.
또한 호르몬제 처방, 인공수정 등의 각종 시술을 위한 처방 등도 생리 2-3일째를 기준으로 진행될 수 있다. 여성의 인체에서 자연 배란체계가 시작되기 전에(생리 끝나기 전에) 처방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통 생리 5일 이후가 되면 자연 배란시스템이 작동되므로 그전부터 주사나 약을 써야 한다는 것.
다만, 생리 2~3일째라는 기준은 호르몬 검사와 처방을 위한 안전한 디데이의 개념이지 무조건 생리 2-3일째 병원 방문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서 생리주기가 24~26일로 비교적 빠른 사람은 생리로부터 5일째에 첫 방문을 하게 되면 늦은 감이 없지 않으며, 만약 생리혈이 시작으로부터 5일째가 되어도 계속된다면 4-5일째 첫방문을 해도 된다는 것. 하지만 되도록 생리로부터 5일째를 넘지 않는 것이 각종 검사와 처방으로부터 안전 디데이인 셈이다.
반면, 다낭성난소증후군인 경우 산부인과 첫방문을 생리로부터 5일째에 가더라도 괜찮다. 다낭성난소증후군 여성이라면 배란불균형 등으로 생리로부터 5-6일째가 되어도 그달의 생식기전 리셋이 안 되었을 수 있기에 생리로부터 5-6일째 첫 방문을 해도 된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산부인과에 각종 검사를 위한 첫방문은 여성 저마다의 생리주기 특성상 가장 안전한 날이 생리로부터 2~3일째라는 얘기인 것이다. ■
<자료제공 서울대학교 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