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유산이 반복되는 여성의 남편은 그렇지 않은 남성보다 정자의 DNA 손상이 2배 많았고, 활성산소가 4배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flickr Desiree Garza
 
임신부가 유산을 반복하는 이유는 난자 탓일까. 정자 탓일까. 
 
초기 유산(임신 12주 이전)은 수정란이 자궁내 착상이 잘 되었음에도 세포분열 실패했거나, 심각한 기형이거나, 염색체 이상이 있어 인체가 스스로 수정란을 자연도태 시키는 것을 말한다. 이를 의학적으로 인체의 자연적 방어벽(natural selection)이라고 한다. 그밖에 면역학적 원인, 자궁의 구조적 이유 등에 의해 유산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착상이 된 배아(수정란)에 어떠한 문제로 인해 유산이 될 수 있을까.
 
지금까지는 정자보다는 난자의 결함을 유산의 원인으로 보았다면, 최근 연구에서는 정자의 결함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라는 것이 밝혀졌다.
    
미국 임상화학학회 학술지 '임상 화학(Clinical Chemistry)' 최신호는 영국 임피어리얼 칼리지 런던 의대 챈나 제이아세나 박사팀의 연구물을 게재했다. 자연유산이 반복되는 여성의 남편은 그렇지 않은 남성보다 정자의 DNA 손상이 2배 많았고, 활성산소가 4배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내용이었다. 제이아세나 박사팀은 배우자가 3회 이상 연속 자연 유산한 남성 50명과 배우자가 자연 유산한 적 없는 남성 60명의 정자를 비교 분석해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
       
활성산소는 호흡과정에서 몸속으로 들어간 산소가 산화과정에서 생성된 산화력이 강한 유해한 산소 분자다. 몸에 활성산소가 지나치면 DNA가 파괴되고 세포막이 공격당하고 비정상적인 단백질이 생성되고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이 나빠진다.
      
연구팀은 정자의 DNA 손상이 다름 아닌 남성의 활성산소 증가에 의한 것일 수 있다고 보고했다.
   
남성의 생식기에 활성산소 증가의 원인으로는 스트레스와 운동부족 비만 외에도 남성의 과거 병력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전립선염, 요도염 등을 앓은 적이 있었다면 염증이 완전 멸균되지 않음으로 인해 생식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체중관리도 중요하다. 조사결과, 비정상 정자를 배출하는 남성의 평균 연령은 37세로 약간 과체중에 속했다.
    
난임전문의 윤지성(아가온여성의원) 원장은 “37세 이상 여성과 남성이 임신을 원할 경우 항산화제 복용을 권한다"며 “(항산화제가) 난포형성, 황체형성, 자궁내막 형성, 착상 등 거의 전 과정에 깊이 관여한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남녀 모두 37세를 넘기면서 활성산소가 늘어난다는 것은 환경적으로 활성산소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며 “운동만큼이나 식이도 중요하다. 난자의 형성과 대사력에 항산화 물질 외에도 비타민B·C·E가 관여하고 남성에게는 아연 셀레늄의 섭취가 정자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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