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장기요양보험료율은 10.25%로 올해 8.51%보다 1.74%포인트 인상된다. 사상 첫 10%대 보험료율이자, 2009년 4.78%에서 2010년 6.55%로 1.77%포인트 인상한 이래 두 번째로 높은 인상 폭이다. 장기요양시설인 충북 괴산군 문광면 로뎀의집. 사진=국민건강보험공단

내년도 장기요양보험 보험료율이 올해보다 1.74%포인트 오른 10.25%로 결정됨에 따라 올해보다 월평균 2204원씩 더 부담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10월30일 2019년 제4차 장기요양위원회를 열고 '2020년 장기요양보험 수가 및 보험료율'을 심의·의결했다. 2016년부터 당기수지 적자를 기록해 온 장기요양보험 재정은 3년 연속 인상에도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 2020년 말이면 15일분만 남게 된다.
 
장기요양보험은 65세 이상이거나 치매·뇌혈관성 질환 등 65세 미만 노인성 질병을 가진 노인 중 6개월 이상 스스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사람의 신체·가사활동을 지원하는 제도다. 2008년 7월 제도 시행 이후 지난해 12월 기준 전체 노인(760만명)의 8.8%인 67만810명이 필요에 따라 1~5등급, 인지지원등급(경증치매)을 인정받았다.
   
2020년 장기요양보험료율은 10.25%로 올해 8.51%보다 1.74%포인트 인상된다. 사상 첫 10%대 보험료율이자, 2009년 4.78%에서 2010년 6.55%로 1.77%포인트 인상한 이래 두 번째로 높은 인상 폭이다. 2010년부터 2017년까지 6.55%로 동결됐던 보험료율은 2018년도 7.38%, 2019년도 8.51%에 이어 3년째 오르게 됐다.
 
장기요양보험료는 건강보험료율(2020년 6.67%)에 장기요양보험료율을 곱해 결정된다. 따라서 소득 대비 국민이 실제로 내는 보험료율은 올해 0.55%에서 2020년 0.68%가 된다. 보험료 인상에 따라 가구당 월평균 보험료 부담은 올해 9069원에서 1만1273원으로 평균 2204원 증가하게 된다.
  
소득분위가 낮을수록 보험료 부담은 낮아지고 급여비 혜택은 매우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낮은 1분위는 평균보험료 2011원, 가구당 평균급여비 4만2620원이며 장기요양수급자로 인정될 경우 세대 당 평균급여비는 99만8976원 급여 혜택을 받는다.
  
장기요양보험은 인구구조 변화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첫 사회보험이다. 복지부는 "고령화에 따른 수급자 증가, 본인부담 감경 대상 확대 등으로 매년 지출이 증가함에 따라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해졌다"며 "장기요양보험은 최근 수급자 수가 급증함에 따라 지출이 크게 늘었으며, 이에 따라 2016년부터 당기수지 적자가 발생했다"고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제도 도입 당시 21만4000명이었던 수급자는 지난해 67만1000명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에는 77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연평균 9%였던 수급자 증가율은 2017년부터 올해엔 매년 14%로 2배가량 늘었다. 이에 따라 지출 증가율도 2010~2016년 연평균 10.7%에서 최근 3년간 23%로 급격히 늘었다. 지난해 8월부터 장기요양보험 본인부담 감경 대상이 건강보험료 순위 25% 이하에서 50% 이하로 확대되면서 대상자가 11만명(지난해 7월)에서 24만명(올해 5월)으로 늘어났다.
  
 
연도별 장기요양보험 수급자 현황 및 노인인구 대비 비율. 그래픽=보건복지부


반면 적정수준의 보험료 인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국민 보험료 부담 완화 차원에서 2010년부터 8년간 동결하는 등 보험료 인상을 적립금을 활용하는 수준으로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결국 매년 수입이 지출에 미치지 못해 당기수지 적자가 발생했으며 이는 누적 수지 적립분으로 충당해 왔다.
 
당기수지 적자는 2016년부터 매년 발생하고 있다. 적자 규모도 2016년 432억원을 시작으로 2017년 3293억원, 지난해 6101억원에 이어 올해는 7530억원 발생할 것으로 복지부는 예상했다. 그 결과 누적적립금은 6168억원이 남는데 이는 18일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규모다.
   
내년에도 적자는 불가피하다. 보험료가 10.25%로 오르면 총 수입은 9조5577억원이 되는데 이는 예상 지출이 약 9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95억원 당기수지 적자가 예상된다. 누적수지는 2020년 말 6073억원이 남을 것으로 복지부는 예상했는데 이는 연간 지출의 15일분에 해당하는 규모다.
 
장기요양기관에 지급하는 수가는 올해 대비 평균 2.74% 인상하기로 결정됐다. 입소형 서비스는 평균 2.66%(요양시설 2.66%, 공동생활가정 2.71%), 재가형 서비스는 평균 2.82%(방문요양 2.87%, 주야간보호 2.67% 등)씩 오른다.
 
복지부는 "최근 악화된 장기요양보험 재정 여건을 고려해 인건비 증가를 최소화하고 관리운영비 등을 그대로 유지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최소한의 인건비 인상분과 물가 상승률만 반영했다.
 
수가인상에 따라 노인요양시설(요양원) 이용 시 1일 비용은 1등급 기준으로 6만9150원에서 1840원 오른 7만990원으로 인상됐다. 이외에도 등급별로 1570원∼1840원 증가한다.
 
주야간보호, 방문요양, 방문간호 등 재가서비스 이용자가 한 달에 사용할 수 있는 이용한도액은 장기요양 1등급 기준 올해 145만6400원에서 149만8300원(2.88% 인상)으로 증가하는 등 등급별로 1만4800원~4만1900원 늘어난다.
 
한편 당기수지는 내년에도 95억원 적자가 예상된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등 감염병에 따른 급격한 의료비 지출에 대비해야 하는 건강보험과 달리 장기요양보험 재정은 1개월분만 있어도 문제가 없다는 게 정부 입장이지만, 급격한 고령화 등을 고려하면 장기요양 재정에는 '빨간 불'이 들어왔다는 우려가 나온다.
   
장기요양 재정은 내년에도 당기수지 95억원 적자가 예상된다. 이대로라면 2020년 말 누적수지는 6073억원으로 연간 지출액의 15일분 수준밖에 남지 않는다. 18일치(0.6개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6168억원이 남을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보다 상황이 악화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재정적자는 고령화에 따른 수급자 급증과 지출 증가가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제도 도입 당시 21만4000명이었던 수급자는 지난해 67만1000명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8월 기준 장기요양 등급 인정자 수는 73만5690명으로 전체 노인인구(781만명)의 9.3% 수준에 달하고 있다.
 
고령이나 치매 등 노인성 질병으로 혼자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운 노인에게 필요한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지출액도 2008년 5731억원에서 매년 급증해 지난해 6조6758억원으로 10년 만에 11.6배 뛰었다. 여기에 지난해 8월 본인부담 감경 대상 확대 등 수급자와 혜택이 늘면서 올 연말이면 지출규모가 8조2374억원으로 1년 만에 1조5616억원 늘어날 전망이다.
 
보험료를 인상해야 할 시기도 놓쳤다. 현재룡 국민건강보험공단 요양기획실장은 "재정이 나빠진 건 보험료를 올려야 될 시기를 놓쳤기 때문"이라며 "2010년부터 2017년까지 보험료를 동결하다보니 (수입과 지출) 밸런스(균형)가 깨졌고 지난해와 올해 보험료율을 올렸지만 밸런스를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 올해까지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2008년 4.05%였던 장기요양보험료율은 2009년 4.78%에 이어 2010년 6.55%까지 올랐지만 그때부터 2017년까지 8년 연속 동결됐다. 이후 지난해 7.38%, 올해 8.51% 등 2년 연속 보험료가 인상됐지만 국민 부담 완화를 위해 적립금을 활용하는 수준에서 보험료 인상은 최소화됐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2018~2027년 노인장기요양보험 재정전망' 보고서를 보면 향후 10년간 장기요양보험료율이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 누적 준비금은 2022년을 기점으로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 연평균 지출 증가율(10.6%)이 수입 증가율(9.6%)을 앞서 적자폭은 2027년 8조4419억원에 달할 거란 전망을 했다.
 
향후 보험료율 추가 인상은 불가피하다. 현재룡 실장은 "올해와 내년에 보험료율이 적정 수준으로 올라가게 되면 그 이후에는 고령화로 인한 영향만큼만 보험료를 올리면 돼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며 "단기적으로만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보험료율 인상폭의 문제일 뿐 보험료는 오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건강보험공단이 누적적립금 1개월 유지 상태를 가정했을 때 장기요양보험 지출 규모는 내년 9조5637억원에서 2021년 11조2365억원으로 10조원대를 넘어선 뒤 2023년이면 15조292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예산정책처도 보험료율을 명목임금인상률(3~4%)만큼 올리면 2021년부턴 재정수지가 흑자로 돌아서 누적준비금이 늘 것으로 내다봤다. 1개월분에 해당하는 누적준비금을 위해선 건강보험료율과 장기요양보험료율을 모두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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