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인체 세포에 달라 붙어 있는 나노 크기의 로봇. 자기장을 이용해 외부에서 로봇을 조종하면 특정 세포를 움직일 수 있다. (사진출처=중앙일보/유튜브 캡처)

 

-- 100만분의 1m 크기로 인체 탐험
-- 문제 있는 세포 공격, 질병 치료까지
-- 국내선 전남대·한양대·DGIST 주도
-- “먼저 상용화하면 신성장동력 될 것”

 

최근 의료계에 마이크로 로봇(micro robot)이 등장했다. 이름 그대로 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크기의 미세한 로봇을 말한다.

마이크로 로봇이 차세대 수퍼 히어로로 각광받는 이유는 ‘크기’다. 인체 내부를 탐험하듯 돌아다니는 로봇을 상상해보자. 일반 기계나 로봇이 접근할 수 없는 국소 부위까지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특히 의료 분야에서 마이크로 로봇에 주목하는 것은 인체 조직 자체가 거대한 마이크로 세포 집합체이기 때문이다.

심장이나 간·폐 등 인체의 모든 장기는 물론 근육·혈관·뼈, 심지어 혈액까지 모두 세포 덩어리다. 마이크로 크기의 로봇을 활용한다면 세포 단위에서 진단이나 치료도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인류는 오랜 기간 마이크로 로봇 개발에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일단 마이크로 로봇에는 센서나 모터, 동력 생산기(actuator) 등이 들어 가는데 이런 장치를 마이크로 수준으로 작게 만드는 것부터 어려웠다. 또 이렇게 작은 물체가 자체 추진력을 갖기는 더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의료용으로 사용하는 기기는 안전성 기준이 까다롭다.

하지만 나노 기술(Nano Technology)이 이를 가능케 했다.

나노는 10억분의 1의 수치를 나타내는 단위다. 나노 기술은 이렇게 미세한 나노 입자를 쪼개거나 서로 조립하는 기술이다. 나노 크기의 소재를 다룰 수 있게 되면서 마이크로 크기의 로봇 개발도 가능해졌다.

또 기술이 발달하면서 마이크로 로봇의 활용 영역도 넓어지고 있다. 초기 마이크로 로봇은 혈관에 들어가 혈관에 쌓인 콜레스테롤 등 이물질을 뚫는 역할을 했다. 로봇 앞부분에 총알처럼 생긴 뾰족한 물질을 장착하면 가능한 일이다.

내시경 분야에선 마이크로 로봇의 상용화도 이뤄졌다. 알약 크기의 캡슐을 사람이 꿀꺽 삼키면 캡슐에 들어 있는 마이크로 로봇이 소화기관을 따라 내려가면서 인체 내부를 촬영한다.

 

 

최근 불임치료에도 로봇이 등장했다.

상당수의 난임부부들은 정자의 활동성 저하 등으로 인해 수정이 힘들어서 비롯된다. 한마디로 정자가 힘차게 꼬리를 움직(편모운동)이지 못해 발생한다는 것.

독일에서 개발된 스펌봇(spermbot)이라는 마이크로 로봇은 이런 정자를 위한 일종의 ‘터보 엔진’이다. 이 나선형 금속 로봇은 자기장을 제어해 정자 꼬리에 달라붙는다. 이 장치를 장착한 정자는 좌우로 힘차게 활개치며 난자와 상봉할 수 있다.

이밖에 후쿠다 도시오 일본 나고야대 교수 연구팀도 세포의 핵을 빼거나 넣는 역할을 하는 마이크로 로봇(Cell Surgery Robot)을 개발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전남대·한양대·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등이 마이크로 로봇 연구를 주도한다. 전남대 로봇연구소는 한국에서 마이크로 로봇을 가장 오랫동안 연구했다. 제조 기술력은 세계적인 연구기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박석호 전남대 로봇연구소 교수는 KIST 시절부터 13년 동안 마이크로 로봇 연구에 매달리고 있다.

 

의료용 마이크로 로봇=의료용 진단이나 치료에 사용하는 수 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크기의 로봇. 나노 기술과 바이오 기술, 미세 전자기계제어 기술 등이 발달하면서 지름 1㎜ 이하의 로봇 제작이 가능해졌다. 의료용 마이크로 로봇은 전자기 구동 시스템을 이용해 원하는 위치로 이동하거나 혈관 속에서 치료제를 주입하는 등 신체 내부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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