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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의 글로벌 매력 이야기 / 한준, 손열 엮음 / EAI(동아시아연구원). 사진=동아시아연구원 |
세계 최정상급 아이돌 그룹 BTS(방탄소년단)가 가진 글로벌 매력이 무엇인지 국제정치학, 사회학, 커뮤니케이션학 등 다양한 학제적 관점에서 분석한 책이다. 관계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 썼지만, 눈높이를 일반 독자에게 맞춰 어렵지 않을 뿐 아니라 재미까지 갖췄다.
BTS의 글로벌 매력에 대해 분석한 글들을 보면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을 떠올렸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설득의 3요소로 '로고스', '파토스', '에토스'를 말했다.
로고스는 '내용'이다. 내용의 측면에서 BTS가 기존 케이팝 가수들과 차별성을 갖는 점은 동시대, 동년배의 젊은이들이 가진 현실적 고민에 관해서 이야기했다는 점이다. 기존에 주류를 이뤘던 사랑, 이별 등의 주제가 아닌 오늘날 청년들이 삶의 현장에서 경험하는 좌절, 두려움, 꿈, 도전 등에 대해 다뤘다.
파토스는 '청자의 감정'이다. BTS는 현실 문제를 지적하면서 청년들을 위로하고 공감하며 나아가 꿈과 향상심(向上心)을 갖도록 이끈다. 위로받고 싶었고, 공감해 줄 이를 찾았던 젊은이들이 BTS에게 감동받고, 삶을 긍정하며 꿈을 향해 도전하게 되는 것이다.
에토스는 '화자의 존재'이다. BTS가 전한 로고스(내용)를 만약 다른 정치인, 교수, 종교인 등이 전했다면 소위 '꼰대'의 소리로 들릴 수 있다. 청자가 위로, 감동, 용기와 같은 좋은 파토스(감정)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발심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중소기획사 출신의 국내 여러 지방에서 모인 소위 '촌놈 정체성'을 가진 청년들이 자신의 인생과 고민, 도전과 성취를 얘기할 때 형, 오빠, 친구, 동료와 같은 동질감을 느끼고 감동을 받는 것이다.
이 책에서 또한 중요하게 반복해서 나오는 용어가 '보편성'과 '특수성'이다. BTS의 성공 요인이 '보편성 속의 특수성', '특수성 속의 보편성'에 있다고 말한다. 시대를 향한 보편적 메시지(보편성)를 던지지만, BTS 각 멤버들의 실제 삶의 얘기(특수성)를 담아 전하기에 청자에게 감동을 준다. 자신의 정체성을 담은 자신만의 이야기(특수성)를 전하지만 그 내용은 오늘날 청년들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보편성)이기에 파급력이 있다.
위기의 시대를 통과하는 대한민국이 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글로벌 선도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선 BTS의 성공 요인을 배워야 한다. '자유', '법치', '공화', '민주', '인권' 등의 보편적 가치를 담지하고 우리만이 가진 특수성을 키워나갈 때 이 나라의 장래가 밝을 것이다. '글로벌주의'의 환상도 '민족주의'의 흥분도 아닌 보편과 특수의 조화와 균형을 이뤄 생존하고 번영해가는 지혜와 전략이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