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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2019년 한국인의 의식·가치관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사회의 집단 갈등으로 진보와 보수 간의 갈등이 '크다'고 보는 시각이 91.8%로 3년 전에 비해 크게 늘었다. 남녀 간 갈등이 크다는 시각도 같은 기간 크게 증가했다. 그래픽=뉴시스 |
한국사회의 집단 갈등으로 진보와 보수 간의 갈등이 '크다'고 보는 시각이 3년 전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남녀 간 갈등이 크다는 시각도 같은 기간 크게 증가했다. 또 경제 양극화에 대해서도 심각하다고 보는 견해는 90.6%나 차지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 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 5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9년 한국인의 의식·가치관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집계됐다고 12월 9일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진보·보수 간 갈등이 크다고 보는 견해는 91.8%로 매우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반면에 갈등이 작다는 응답은 8.2%였다. 진보·보수 간 갈등이 크다는 응답은 직전 조사인 2016년의 77.3%보다 14.5%포인트 늘어난 결과다. 앞서 2013년의 경우 83.4%로 비교적 높은 비중을 차지하기도 했지만 2006년에 이 같은 응답이 70.2%를 차지했던 것에 비하면 이번 조사에서 진보·보수 간 갈등은 더욱 크게 두드러졌다.
정규직·비정규직 간 갈등이 크다고 보는 견해도 85.3%를 차지해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는 2016년의 90.9%보다 다소 낮아진 결과다. 대기업·중소기업 간 갈등도 81.1%가 크다고 응답한 가운데 3년 전의 87.2%보다는 낮아졌다. 이어 부유층·서민층 간 갈등(78.9%), 기업가·근로자 간 갈등(77.7%), 기성세대·젊은세대 간 갈등(68.0%), 수도권·지방 간 갈등(61.7%), 남성·여성 간 갈등(54.9%), 한국인·외국인 간 갈등(49.7%) 순으로 집단별 갈등 크기를 인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남성·여성 간 갈등의 경우 갈등이 크다는 응답은 54.9%에 그쳤음에도 해당 응답 비율이 2016년의 43.1%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최근 남성·여성 혐오 등으로 표출되는 젠더 갈등이 커지고 있는 양상이 대변된 것으로 풀이된다.
수도권·지방 간 갈등이 크다는 응답도 3년 전 55.4%를 차지했던 것에 비해 이번 조사에서 높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인과 외국인 갈등에 대한 조사는 이번에 새로 포함됐다.
경제적 양극화에 대해서도 '심각하다'고 보는 응답도 90.6%를 차지했다. 27.6%는 '매우 심각하다'고 답했고 63.0%는 '심각한 편'이라고 답했다. 2013년 이후 경제적 양극화가 심각하다는 인식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3년에는 86.9%, 2016년에는 87.7% 등에 이어 이번 조사에서는 90%를 넘어섰다.
당면한 문제로는 일자리·저출산·빈부격차 등을 꼽았다. '우리나라가 당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가 무엇인가'를 물은 결과에서는 '일자리'(31.3%)를 가장 많이 언급했다. 이어 '저출산·고령화'(22.9%), '빈부격차'(20.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청년층의 경우에는 일자리를 42.6%로 응답해 다른 연령층의 응답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가정의 경제수준을 묻는 질문에는 '중산층 이하' 59.8%, '중산층' 34.6%, '중산층 이상' 5.7%로 나타났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의 생활수준이 나의 생활수준보다 어떠한가'에 대한 질문에는 '대체로 내 생활수준과 비슷하다'는 응답이 67.0%, '내 생활수준보다 높다고 할 수 있다' 19.7%, '내 생활수준보다 낮다고 볼 수 있다' 9.9% 등으로 나타나 경제 수준에 대한 인식과 생활수준의 인식에는 다소 차이가 있음을 보여줬다.
'살면서 겪게 되는 여러 문제에 대해 누구를 가장 먼저 찾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문제를 겪지 않은 경우를 제외하면 질문한 모든 항목에서 '가족'이 가장 높게 나타났고 항목에 따라 친구와 전문가(기관) 등이 뒤를 이었다.
감정적·심리적 문제에서는 가족(35.0%), 친구(34.6%), 건강 문제는 가족(48.1%), 전문가(31.5%) 등을 꼽았으며 가사 및 돌봄 문제에 대해서는 가족이 68.9%, 금전적 문제 발생시 가족 68.4%, 긴급 혹은 재해 상황 발생시 가족 36.9% 등의 순이었다.
가족을 제외한 사회적 관계에 대한 신뢰도를 물은 결과에서는 친구·직장동료 등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사람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88.8%, 이웃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62.9%였다. 처음 만난 낯선 사람과 국내 거주 외국인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각각 10.9%, 11.7% 등으로 낮은 편이었다.
한편 우리 국민 중 전반적으로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6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인이라는 데 대해 자긍심을 지닌 비율이 90%대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했을 때 어느 정도 행복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행복하다'는 응답 비율은 63.6%를 차지했다. 보통이라는 응답은 31.5%, '행복하지 않다'는 응답은 4.9%였다.
'행복'에 대한 생각을 살펴보기 위해 '하는 일에 대한 가치'를 물어보니 68.3%가 '가치 있다'고 답변했으며 '삶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응답은 63.7%였다. 이는 '행복하다'는 응답과 서로 호응하는 결과를 보여주는 만큼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와 자긍심이 높은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문체부의 설명이다.
반면 '종종 부정적인 감정을 느낀다'는 응답 비율은 전반적으로 20% 전후를 보여 한국인의 약 20%가 이 같은 감정을 느끼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한 응답으로느는 '종종 특별한 이유 없이 우울할 때가 있다'(24.4%), '종종 사소한 일에도 답답하거나 화가 난다'(23.9%), '종종 소외감을 느낀다'(18.8%), '종종 무시당하고 있다고 느낀다'(16.3%) 등으로 나타났다.
한국인으로서 대한민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는 자부심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사람이라는 것에 대해 '자랑스럽다'는 답변은 83.9%,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답변은 83.3%였다. 우리나라에 대해 '살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한다'는 답변도 81.9%를 차지했다. 또 한국의 전통문화 및 유물, 정신문화, 한국 대중음악(K-pop) 등 대중문화에 대해 '우수하다'고 응답한 비율도 각각 93.3%, 85.3%, 92.8%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이는 전반적으로 이전 조사에서보다 더 높아진 수치로 특히 대중문화와 관련해서는 2016년 조사 때 응답비율인 78.7%보다 크게 증가했다.
우리나라가 앞으로 어떤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가장 많은 응답자(41.1%)가 '경제적으로 부유한 나라'를 꼽았다. 그 다음으로는 '정치적으로 민주주의가 성숙한 나라'(23.8%), '사회복지가 완비된 나라'(16.8%) 등의 순으로 응답했다. 다만 남북통일에 대해서는 다소 복합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북한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인식이 대폭 늘어난 반면 통일에 대해서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응답이 높아졌다. 기존 결과와 비교할 때 북한에 대해 '우리가 도와주어야 할 대상'(8.8%)·'힘을 합쳐야 할 협력 대상'(42.0%) 등 우호적 인식은 50.8%로 2013년 44.4%, 2016년 40.6%에 비해 상당히 증가했다.
그러나 통일의 시기에 대해서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응답이 61.1%로 2016년(50.8%)에 비해 10.3%포인트 증가하면서 조사 이래 가장 높게 나타났다. '가급적 빨리해야 한다'는 응답은 2006년 28.0%였지만 지속적으로 낮아져 올해에는 11.1%를 차지했다.
이밖에 우리 국민들은 아직은 여가보다 일에 삶의 비중이 실려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처음으로 포함된 '여가와 일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여가보다는 일에 집중한다'는 응답이 48.4%를 차지했다. 반면에 '일보다는 여가를 즐긴다'는 경우는 17.1%였으며 '비슷하다'고 답한 비율은 34.6%였다. 이를 볼 때 아직은 국민들이 여가보다 '일 중심'의 삶을 영위하고 있다는 게 문체부의 설명이다.
노후를 보내고 싶은 방식으로는 '남편이나 아내와 함께하는 부부 중심으로'가 37.1%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지인들과 함께 어울려 놀거나 활동'(29.5%), '공부나 취미·봉사활동 등 내 꿈이나 목표를 실현'(18.6%) 등으로 나타났다.
자유로운 생활 추구나 1인 가구 증가 등과 관련해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를 묻는 질문에는 '비혼·저출산 현상 심화'가 23.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혼밥·혼술 등 1인 소비문화 확산'(22.6%), '소형 거주공간에 대한 수요 증가'(17.0%), '외로움·우울증 등 심화'(9.2%), '반려동물 양육증가'(6.7%) 등으로 응답했다. '경제적 취약계층 증가'(6.2%), '인공지능(AI) 기술 발달'(5.0%), '돌봄서비스 수요 증가'(4.5%) 등의 응답도 있었다.
최근 3년 이내에 참여한 적이 있는 정치행위에 대한 질문(복수응답)에는 '아무것도 한 적이 없다'가 77.9%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이어 '서명 운동'(13.8%), '후원·기부'(7.4%), '평화적 집회'(3.1%), '정당 가입'(2.6%), '진정·청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번 여론조사는 전국 만 19∼79세 성인남녀 5100명을 대상으로 지난 8월 27일∼9월 27일 가구방문 면접조사를 통해 이뤄졌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1.4%포인트다. 이번 조사는 1996년 이래 2001년, 2006년, 2008년, 2013년, 2016년에 이어 일곱 번째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