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 불어 포스터.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시'가 각본상을 받은 이래 칸 영화제 무관에 그친 한국 영화계에 9년 만의 상이다.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세계 각국 언론은 봉 감독과 '기생충'을 집중보도 하고 있다.
 
'기생충'은 5월 25일(현지시각) 프랑스 칸에서 열린 폐막식에서 맨 마지막에 불리며 최고의 영예를 안았다. 한국 영화로서는 최초이자 봉 감독의 칸 입성 5번째, 경쟁부문 진출 2번째만의 성과다. 앞서 봉 감독은 '괴물'(2006, 감독주간) '도쿄!'(2008, 주목할 만한 시선) '마더'(2009, 주목할 만한 시선) '옥자'(2017, 경쟁)로 칸의 주목을 받았다.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황금종려상 수상작으로 봉준호의 '기생충'을 호명했다. 봉 감독은 프랑스 배우 카트린 드뇌브(76)로부터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건네받은 뒤 "메르시"라고 프랑스어로 인사했다.
 
봉 감독은 "불어 소감은 준비하지 못했지만, 언제나 프랑스 영화를 보며 영감을 받고 있다. 수상 멘트를 준비하지 못했다. '기생충'이란 영화는 큰 영화적 모험이었다. 독특하고 새로운 영화을 만들고 싶었다.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영어로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봉 감독은 주연배우 송강호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송강호는 "인내심과 슬기로움과 열정을 가르쳐 주신, 존경하는 대한민국 모든 배우들께 이 영광을 바치겠다"며 봉 감독에게 마이크를 돌려줬다. 봉 감독은 "나는 그냥 열두살의 나이에 영화감독이 되기로 마음먹었던 소심하고 어리숙한 영화광이었다. 이 트로피를 이렇게 손으로 만지게 될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감사하다"는 말로 수상소감을 마쳤다. 
 
봉 감독의 황금종려상 수상 여부는 불투명했다. 올해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작품은 총 21편인데, 이 중 아시아 감독이 연출한 작품은 2편에 불과하다. 프랑스·스페인·벨기에 등 유럽 출신 감독이 만든 영화가 11편에 이르고, 아시아 감독이 연출한 작품은 '기생충'과 중국의 디아오 이난(50) 감독의 '더 와일드 구스 레이크' 뿐이다.
 
특히 그 어느 때보다 거장들이 경쟁 부문에 초청돼 각축을 벌였다. 과거 황금종려상 수상 감독들의 작품이 5편으로 전체의 약 25%를 차지했다. '소리 위 미스트 유'의 켄 로치, '영 아메드'의 장 피에르 다르덴·뤽 다르덴 형제, '어 히든 라이프'의 테런스 맬릭, '메크툽, 마이 러브: 인테르메조'의 압둘라티프 케시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등이 이미 황금종려상을 받은 감독들이다.
 
'기생충'의 초반 약세는 프리미어 시사회 후 역전됐다. 131분간의 상영이 끝나고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자 객석은 뜨거운 함성과 함께 약 8분간의 기립박수를 보냈다. 르몽드 등 세계 150여 언론 매체에서 봉 감독에게 인터뷰 요청이 쏟아졌다.
  
 
영화 '기생충' 제작보고회가 열린 지난 4월 22일 오전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배우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우식, 조여정, 장혜진, 박소담, 이선균, 송강호. 사진=뉴시스

  
국내외 언론과 평단은 물론 영화계 관계자들 모두 호평을 쏟아냈다. 평론가들의 평점을 집계하는 스크린데일리에서는 3.5점의 점수로 시상식 전 1등으로 마감했다. 또한 미국의 평점 집계 사이트인 아이온시네마도 '기생충'에 가장 높은 점수인 4.1을 매겼다.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은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다. 심사위원 8인은 4대륙 출신 8명으로, 남녀 동수로 구성됐다. 심사위원은 배우 엘 패닝, 배우 겸 감독 마우모나 느다예, 켈리 레이차트 감독, 앨리스 로르와처 감독, 엔키 비라르 감독, 로뱅 캉피요 감독, 지오르고스 란디모스 감독, 파베우 파블리코프스키 감독 등이다.

 
수상작이 결정되자 세계 각 언론은 이를 집중 보도했다. BBC는 "봉준호 감독은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최초의 한국인이다. '기생충'은 사회 계층 간의 역학 관계를 탐구하는 블랙 코미디 스릴러"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미 '옥자'로 2017년에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옥자는 당시 넷플릭스 최초 상영작으로 논란을 낳았다. 올해는 넷플릭스 영화의 경쟁 부문 진출을 금지한 두 번째 해"라며 2년 전 시비도 언급했다.
 
가디언은 "봉준호는 두 번째 아시아인 황금종려상 수상자다. 첫 번째는 지난해 '어느 가족'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다. '기생충'은 극중 주인공이 끄는 메르세데스 벤츠만큼 부드럽게 전개되는, 아주 재밌게 볼 수 있는 풍자적인 서스펜스 드라마 장르"라고 평했다.
 
버라이어티는 "봉준호 감독은 미묘하고, 격론을 부를 (사회)정치적 영화인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심사위원장인 이냐리투 감독은 '우리 모두는 이 영화가 우리를 다양한 장르로 데려가는 기대치 못한 방식, 재치있고 웃기고 부드럽게 우리에게 일러주는 방식의 신비로움을 공유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인디와이어는 "봉준호의 블랙 코미디 '기생충'은 프리미어 상영회와 시상식의 밤을 광란의 파티로 만들었다. 시상식에서 황금종려상이 호명될 때, 관객들은 기립해서 환호했다. 심사위원장인 이냐리투는 황금종려상 결정이 '만장일치'였다고 말했다"고 알렸다.
 
 뉴욕타임스는 "'기생충'은 부잣집에서 일을 구하는 가난한 가족 사기단을 다룬 사회 풍자극"이라고 썼다.
  
이들 미디어는 봉 감독이 2년 전 '옥자'의 논란을 밟고 일어서 최초의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한국인이 됐다며 높이 평가했다. 앞서 봉 감독은 2년 전 '옥자'로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처음 초청됐지만, 넷플릭스 논란에 휩싸이며 본상 수상에는 실패했다.
   
 
봉준호 감독은 경북 대구 출신으로 2000년 영화 '플란다스의 개'로 데뷔했다. 데뷔작은 평단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누적관객수 447명에 그쳤다. 봉 감독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03년 개봉한 '살인의 추억'부터다.

  
봉 감독이 수상한 '황금종려상'은 칸 영화제의 본선 '경쟁 부문' 초정작 중 최고 작품에 수여하는 상이다. 칸 영화제의 '대상'인 것이다. 세계 3대(大) 영화제는 대상을 각기 다른 이름으로 수여한다. 베니스 영화제는 '황금사자상', 베를린 영화제는 '황금곰상'이 대상이다.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는 매회 20여편 내외가 초청된다. 수상작(자)는 영화제 마지막날인 폐막식에서 가려진다. 대상인 황금종려상과 함께 그랑프리(2등상·심사위원대상), 심사위원상(3등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각본상, 감독상 등이 수여된다.
   
칸 영화제의 대상이 '황금종려상'이라는 명칭으로 확정된 것은 1975년부터다. 초창기인 1939년부터 1954년까지는 최고상의 이름이 '국제영화제 그랑프리'(Grand Prix du Festival International du Film)였다. 이후 1955년부터 1963년까지 '황금종려상'(Palme d'Or)을 유지하다가, 1964년부터 명칭이 바뀌었다. 그 해부터 1974년까지는 '영화제 그랑프리'(Grand Prix du Festival)라는 이름으로 대상이 수여됐다.
   
상은 해당 작품에 돌아가므로 감독에게 주는 상이지만, 이례적으로 배우가 함께 이 상을 수여한 적도 있다. 2013년 제66회 영화제에서는 '가장 따뜻한 색, 블루'의 압둘라티프 케시시 감독과 주연배우 레아 세두, 아델 에그자르코폴로스 2명이 황금종려상을 공동수상했다.

 
칸 영화제는 경쟁부문 이외에 다양한 부문을 운영하고 있다. 공식 섹션은 경쟁 부문을 포함해 '주목할 만한 시선', '비경쟁 부문', '시네파운데이션', '단편영화' 등으로 구성된다. 비공식 섹션으로는 '감독주간', '국제비평가주간'이 있다.
 
이번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은 식구들 모두가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선생 면접을 위해 박 사장(이선균)의 집에 발을 들이게 되고, 두 가족의 만남은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간다는 내용이다. 송강호·이선균·조여정·최우식·박소담 등이 출연했다. '기생충'은 192개국에 판매됐다. 역대 한국 영화 해외 판매기록 1위다. 한국에서는 30일 개봉한다.
  
봉 감독은 경북 대구 출신으로 2000년 영화 '플란다스의 개'로 데뷔했다. 데뷔작은 평단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누적관객수 447명에 그쳤다. 봉 감독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03년 개봉한 '살인의 추억'부터다.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로, 500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평단의 호평과 더불어 흥행에도 성공했다. 2006년에는 '괴물'로 1000만 영화를 만들어냈다. 이후 '마더', '설국열차', '옥자', '기생충'까지 총 7편의 장편영화를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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