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수도권에 이틀 연속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수치가 모두 '나쁨’을 기록했다. 2월 23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을 찾은 한 가족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 낮 최고 기온이 13도까지 오르는 등 봄이 성큼 다가옴을 느끼게 하는 2월 23일에도 시민들은 웅크린 몸을 펴지 않았다.
 
이날 오전 서울의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수치가 모두 '나쁨’을 기록한 탓이다.
 
따뜻한 날씨를 맞아 겨우내 웅크려 찌뿌듯한 몸을 펴기 위해 운동을 나온 시민들은 서둘러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성동구 서울숲에 산책을 나온 한 시민은 "추워서 겨울 내내 안 나오다가 기온이 높다고 해서 겨울 들어 처음 나와봤다"며 "그런데 미세먼지 때문에 조금만 더 걷다가 일찍 들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아내와 함께 운동하러 나온 60대 후반 김모씨도 "마스크를 가지고 나오긴 했는데 아무래도 운동할 때는 답답해서 벗고 한다"며 "오늘도 목이 따갑고 코가 답답한 걸 느낀다. 30분만 있다가 빨리 들어가려고 한다"고 했다.
   
평소라면 주말 나들이객으로 붐볐을 경복궁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관광객을 받는 경복궁의 한 관계자는 기침을 멈추지 못했다.
  
경복궁은 이날 수문장 교대식 후 관광객과 수문장의 포토타임도 하지 않기로 했다.
 
경복궁 관계자는 "관광객들이 좋아하는 행사인데 오늘 같은 날 수문장들을 밖에 오래 세워둘 수 없어 바로 철수하게 했다"며 "수문장복을 입고는 마스크도 쓸 수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대신 시민들은 실내로 향했다. 일본인 친구에게 서울 관광을 시켜주기 위해 광화문에 나온 우지원(24)씨는 "오늘 야외활동은 이걸로 끝"이라고 했다. 우씨는 "친구에게 문화유산을 보여주려고 나온 것"이라며 "이제 애견 카페, 쇼핑몰 등 실내 활동만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어린 딸의 생일을 맞아 광화문 서점에 나온 신모씨는 "생일선물을 사주려고 나왔는데 미세먼지 때문에 동작구의 집 앞에서 바로 택시를 불러 타고 왔다"며 "밖에 있는 시간을 최소화하려고 한다"고 했다.
 
전날에 이어 23일에도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과 충청권(대전·세종·충남·충북), 광주, 강원 영서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됐다.
 
기상청은 대부분의 내륙지역에서 대기가 정체하면서 국내외 미세먼지가 축적돼 농도가 높을 것이라고 예보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강원영서·충청권·호남권·대구·경북 등 전국 대부분 지역의 미세먼지 수치는 '나쁨’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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