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10일 기업 총수들과의 간담회에서 일본의 규제 조치가 실현될 경우 각 기업에서 입게 되는 실질적인 타격과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소재 수급선 변화를 통한 임시 대응 여건 등을 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올해 1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 행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문 대통령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일요일인 7월 7일 주요 대기업 총수들을 만나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정리된 의제는 오는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기업 총수들과 예정된 간담회 자리에서 논의하는 수순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회동에는 이재용 삼성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 회장의 해외출장 일정으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3개 그룹 총수와의 만남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관저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김 실장의 주요 그룹 총수 면담에 대한 결과를 보고받고 관련 구상을 가다듬었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방한 계기로 4대 그룹 총수를 한 차례 만났다는 점에서 오는 10일 예정된 30대 그룹 총수 간담회는 일본 규제조치에 대한 대응 방안 논의 중심의 전략적 소통의 자리로 볼 수 있다.
 
정부가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 세계 1위 석권이라는 비전을 발표한 데다, 3대 중점육성 산업(시스템 반도체·바이오 헬스·미래차) 분야 모두 이번 일본 수출규제에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어 문 대통령으로서도 관련 기업 총수들에게 정부의 해결 의지를 보여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더구나 국내 대기업의 경우 과거 박근혜 정부에서 이뤄진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라는 정부 차원의 정치·외교적 결단 과정에서 중국의 보복으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경험한 바 있다. 이번 일본 수출 규제의 상황도 외교 이슈가 경제 이슈로 옮아왔다는 피해 인식을 막기 위해서라도 문 대통령이 나서서 기업인들을 독려하고 시장 안정화 차원의 적절한 메시지 관리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주요 그룹 총수 간담회가 급하게 성사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일본의 규제 조치가 실현될 경우 각 기업에서 입게 되는 실질적인 타격과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소재 수급선 변화를 통한 임시 대응 여건 등을 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이 원하는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 방안 등 건의사항도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이번 규제 조치를 강제징용 판결과 결부시키며 스스로 보복성 성격임을 시인하면서 규제조치는 한일 간 통상문제에서 외교문제로 확전된 측면이 있다. 그동안 '로우 키(low-key)'로 일관해 왔던 청와대가 강력 대응 방침을 직접 밝히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청와대는 당분간 외교부와 산업부를 통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함께 국제사회 여론전을 펴나간다는 방침이다. 주변국을 상대로 일본의 조치가 자유무역 정신에 위배 된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나갈 계획이다. 철저하게 경제 논리로 접근하겠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대응 방식을 볼 때 내부적으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경제문제와 통상문제가 아닌 정치·외교문제로 확산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부·기업·민간 단위에서 각각 나름의 해법을 모색하고 있는 과정에 있는데, 청와대로 모든 관심이 쏠리는 것이 사태 해결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한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7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한일관계 악화는 누구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일본의 무역 보복조치로 양국 갈등이 고조되는 지금 한일정상회담을 열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일본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끝나자마자 이런 조치를 한 것은 참 마땅치 않다"면서도 "사법부 결정이기 때문에 어떤 조치도 취할 수 없다는 소극적 자세에 대해 한국 정부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 규제 이후 한국에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며 "잘못하면 국민들 간에까지 반목이 생기는 이런 상황이 된다"며 "흔히들 친구나 심지어는 배우자까지도 선택의 자유가 있지만 지리적으로 인접한 국가 간의 관계는 선택의 자유가 없다. 양국 지도자들이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나갔으면 좋겠다"며 갈등 해결을 촉구했다.
  
반 총장은 또 "지금이야말로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할 때"라며 "일본도 이런 해결 계기를 기대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은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미국의 역할을 기대하기도 했다. 그는 "3자간 친구 관계를 가질 때 둘이 친한데 다른 한 친구가 계속 떨어져 있으면 안 좋다"며 "그런 관계에서 미국이 적절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와 아베 정부 시절 냉랭했던 한일관계를 풀기 위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핵 안보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정상회담을 추진한 사례를 예로 들었다.
 
반 전 총장은 최근 개인 자격으로 미국 정부 인사에게 미국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고 "알겠다"는 반응이 돌아왔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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