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1월 24일 “국민들의 행복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소득과 부의 불평등을 완화하고 소득 대비 집값을 적정 수준으로 안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준경 한양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하 교수는 정부정책 홍보사이트 ‘정책브리핑’ 기고문을 통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3만1000달러이다. 이는 미국 6만 달러, 독일 4만5000달러, 영국·프랑스·일본 각각 3만9000달러보다는 적지만 스페인을 앞서고 이탈리아에 근접하니 선진국 수준이라 할 만하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살림살이가 그만큼 나아졌는지 체감하지 못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은 3만 달러를 돌파했다. 이에 정책브리핑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3만 달러 시대를 말하다’라는 주제로 전문가 5명의 릴레이 기고를 통해 3만 달러 시대 의미와 4만~5만 달러 시대 조기 진입을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 등을 집중 점검하고 있다.
  
하 교수는 국민이 3만 달러 시대를 직접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소득과 행복의 관계 ▲소득에 따른 상대적 민감도 ▲소득과 집값의 상관관계 등을 측면에서 이를 분석했다.
   
하 교수는 ‘이스털린의 역설(Easterlin Paradox)’을 예로 들었다. 그의 설명이다.
 
“어느 특정 년도만을 놓고 보면 사람들 개개인의 소득은 행복감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지만,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관찰하면 소득이 늘었다고 행복감이 더 커지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즉 올해 연봉 1억원인 사람은 연봉 5천만원인 사람보다 행복감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평균 소득 5천만원인 경제가 시간이 흘러 1억원이 될 때 국민들이 평균적으로 더 행복해지리라는 보장은 없다는 것이다."
 
하 교수는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 기본적 욕구가 해결되면 소득과 행복 사이의 관계가 약해진다는 해석도 있다"며 “어쨌든 각자의 행복감은 소득의 절대적 수준보다는 상대적 수준에 더 많이 좌우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소득 불평등도가 1990년대보다 2000년대에 크게 악화됐고 그다지 개선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국민소득 증가를 체감하지 못하는 이들도 그만큼 많다고 한다.
 
하 교수는 “소득은 절대적 수준보다 상대적 수준에 더 민감하다"면서 이렇게 주장했다.
 
“불평등도에 대한 세간의 인식은 전반적 소득분포뿐 아니라 소득 상위층의 동향에도 민감하다. 사람들은 준거집단(reference group)의 소비행태를 쫓아가려는 경향이 있는데, 대개 소득 상위층이 준거의 역할을 하게 된다. 예컨대 상위층이 자녀들을 한 달에 50만원 드는 어린이 영어학원에 보낸다고 하면 중산층도 대개 비슷한 선택을 한다. 그런데 상위층 소득이 빠르게 늘어 한 달에 100만원 넘는 영어유치원에 아이들을 보내기 시작하면 중산층 중에서는 이를 따라하고 싶지만 더 이상 쫓아가지 못하는 이들이 속출한다. 이때 소수 상위층을 제외한 대다수 사람들은 상대적 박탈감과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그는 “대다수 사람들의 소득이 오르고 심지어 ‘지니계수’ 같은 소득 불평등도 지표가 개선되는 상황이라 할지라도 준거집단이 되는 일부 계층의 소득이 급등하면 많은 이들이 상대적으로 빈곤감을 느끼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의 ‘이웃 따라잡기(keeping up with the Joneses)’ 성향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 교수는 “소득보다 집값이 더 빨리 오른다면 이 또한 많은 사람들이 소득 증가를 체감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예컨대 1990년대 초중반에는 가구 평균소득이 2000만원∼2500만원 정도였고, 분당 신도시 아파트 가격은 5000만원 수준이었다. 2∼3년 정도의 소득을 가지고 집을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가구 평균소득이 두 배 이상 늘어 5000만원 정도가 됐지만 예전에 5000만원이었던 그 아파트의 가격은 20배가 오른 10억원 정도가 됐다는 것이다.
 
하 교수는 “10억원은 지금 평균적 가구의 20년치 소득"이라며 “지역별 편차는 있지만 소득 대비 집값이 우리보다 잘 사는 선진국들보다 더 높은 수준이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득이 크게 늘긴 했지만 사람들이 원하는 주택 가격과 비교한 실질소득은 오히려 더 작아졌다"며 “과거에 싼 값에 집을 샀던 사람들이나 부동산으로 큰돈을 번 사람들, 또는 초고소득층을 제외한 대다수 서민과 중산층은 높아진 집값의 벽 앞에서 자신의 소득이 줄었다고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소득 증가를 직접적으로 체감하려며 어떻게 해야 할까.
 
1인당 국민소득 즉 국민의 평균 소득이 늘어난다고 평균 행복감도 자연히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고 하 교수는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심해지고 최상위층이 차지하는 몫이 너무 커지고 또 집값이 소득보다 더 빨리 오른다면 국민들은 경제성장의 과실을 체감하기 어렵다"며 “세계 각국의 행복지수들을 조사해 비교한 결과들을 찾아보면 우리나라는 대체로 중위권 그룹에 속한다. 행복지수 순위가 소득 순위보다 낮게 나타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따라서 국민들의 행복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소득과 부의 불평등을 완화하고 소득 대비 집값을 적정 수준으로 안정화해야 국민이 소득 증가에 대한 체감도를 높일 수 있다고 하 교수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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