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애플 CEO 팀 쿡은 이 ‘최고’의 순간을 어떻게 유지해나갈지 주목된다.
차고(車庫)에서 시작한 미국 IT기업 애플이 2일(현지시각) 뉴욕 증시에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달성했다. 한화로 약 1126조8000억 원에 달한다. 스티브 잡스가 1976년 아버지의 차고에서 시작한 지 42년 만이다.
 
미국에 본사를 둔 기업이 시총 1조 달러를 달성한 것은 애플이 처음이다. 세계 두 번째이지만 사실상 첫째와 다름없다. 2007년 중국 국영석유회사 페트로차이나가 당시 상하이 증시에서 잠시 1조 달러를 달성했지만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주가는 1조 달러 아래로 내려앉았다.
    
애플이 1조 달러를 달성한 데는 끊임없는 '기술 혁신'을 꼽을 수 있다. 세계 최초로 개인용 컴퓨터인 ‘애플I’을 세상에 선보인 뒤 연이어 애플II, 캐틴토시를 내놓으며 돌풍을 일으켰다. 1990년 들어 조립식 컴퓨터로 밀렸지만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아이맥 등을 내놓으며 혁신기업으로 재탄생했다.
 
2011년 잡스가 사망하고 최고운영자(COO)였던 팀 쿡이 CEO 자리에 올랐다. 당시 애플 시총은 대략 3500억 달러. 팀 쿡은 매출 팽창과 수익 극대화 전략으로 회사를 이끌었다. 그리고 7년 만에 드디어 1조 달러 시대를 열었다.
 
일각에서는 애플의 위기가 시작됐다는 시각도 있다. 애플의 주력 제품인 아이폰의 판매량이 정체된 상황에서 중국 후발업체 화웨이가 무섭게 뒤쫓아 오고 있기 때문이다.
  
팀 쿡은 CEO 초기에 “잡스만큼 잘하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쿡은 이런 우려를 보기좋게 걷어찼다. 잡스 당시의 애플은 실상 잡스 혼자만의 회사가 아니었다. “애플의 강건한 뼈대를 구축한 이는 바로 팀 쿡"이라고 평가하는 이도 있다. 쿡이 없었다면 잡스도 자신의 꿈을 펼치지 못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잡스가 이런 점을 잘 알기에 쿡을 후임자로 택했다는 얘기도 있다. 쿡은 애플보다 더 애플의 가치를 지키려는 CEO이다.
  
쿡은 부드럽지만 강하고 잡스만큼 간단명료한 것을 좋아한다. 열정과 추진력, 꼼꼼함도 잡스 못지 않다. 경청하는 리더로서 용인술도 뛰어나다. 그는 때론 이성보다 직관을 믿는다. 실패를 집착하지도 않는다. 그러면서 인생을 즐길 줄 안다.
   
그런 그가 이제 새로운 도전, 기로(岐路)에 서 있다. 과연 애플 CEO 팀 쿡은 이 ‘최고’의 순간을 어떻게 유지해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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