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전 거래일 대비 85.45포인트(4.19%) 하락한 1954.77로, 코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28.12포인트(4.38%) 내린 614.60에 마감한 3월 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1.9원 오른 1204.2원에 거래를 마쳤다. 사진=뉴시스

뉴욕증권거래소 3대 지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 하락

국제유가도 1991년 걸프 전쟁 이후 최대 폭락

정부 “코로나19, 금융위기 이후 최대 위협"

       
중국 우한 코로나의 팬데믹 현상으로 3월 9일(현지시각) 세계 증시가 대(大)폭락했다. 뉴시스는 마켓워치와 CNBC 등을 인용하며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전장 대비 2013.76포인트(7.79%) 급락한 2만 3851.02로 마감했다로 전했다. 2008년 10월 15일(7.84% 하락) 이후 최저 수준이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 대비 225.81포인트(7.60%) 폭락한 2746.56로 장을 마쳤다. 나스닥은 624.94포인트(7.29%) 떨어진 7950.68로 마감했다.

이날 뉴욕증시 주요지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유가 전쟁과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곤두박질쳤다. 3개 지수 모두 하루 만에 2008년 이후 가장 큰 하락세를 보였다고 마켓워치는 분석했다. 오전 개장 후 S&P가 7% 이상 추락하면서 주식 거래가 일시적으로 중단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기도 했다. 이후 오전 9시 49분(현지시간)에 거래가 재개됐으나 주요지수의 폭락을 막을 수는 없었다.
 
마이클 휴슨 CMC마켓 수석 마켓 애널리스트는 "유럽 전역에 코로나19(감염자)가 추가로 발생했으며 이탈리아 정부는 북부와 밀라노 지역에 폐쇄조치를 취했다"며 "미국 채권 수익률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지적했다고 뉴시스는 전했다.
 
코로나19 사태 외에도 유가 하락도 주가 폭락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유가 전쟁'을 벌이고 있는 데 대한 영향이다. 앞서 지난 6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회원국이 모인 OPEC+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만났지만 러시아의 반대로 하루 150만배럴 추가 감산 합의에 실패했다.
 
그러자 사우디아라비아는 7일 원유공식판매가격(OSP)을 배럴당 6~8달러 낮춘다고 발표했다. 원유 생산량을 증대시킬 계획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로 불러내기 위한 압박조치로 풀이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이런 조치 후 유가는 20% 이상 하락했다고 CNBC는 지적했다. 애덤 크리사풀리 바이탈놀리지 설립자는 "유가는 코로나19보다 시장에 더 큰 문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리서치 기관인 블랙록 인베스트먼트 인스티튜트(BII)는 코로나19 사태와 2008년 금융위기는 다르다고 평가했다. BII는 코로나19가 금융 시장과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분석한 것이다. BII는 "코로나19 발생에 대한 금융시장의 움직임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연상시킨다"면서도 “우리는 지금이 2008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충격은 크고 날카로울 것으로 보이지만 투자자들은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침착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러면서 "경제는 더 탄탄한 기반 위에 있다. 중요한 건 금융 시스템이 2008년 위기 당시보다 훨씬 더 강하다는 것"이라며 “코로나19 혼란이 미국의 최장기 경기 확장기를 끝낼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선제적이고 조율된 정책 대응이 이뤄진다면"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3대 지수는 퍼센트 기준으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2년 만에 최악의 하락폭을 기록했다. 국제유가도 1991년 걸프 전쟁 이후 최대 하락폭을 나타내며 폭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코로나19 태스크포스 회의를 가진 뒤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에 대한 시기적절하고 효과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한 세금 경감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우리 정부는 금융·외환 시장의 안정을 위해 즉각적이고도 단호한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3월 10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전 세계가 ‘감염병과의 전쟁’에 돌입하며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하며 대응계획을 밝혔다. 그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며 "주요국 증시는 서킷브레이커 발동 등 급락세를 보였으며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1%를 큰 폭으로 하회하는 등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더욱 심화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김 차관은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진 배경에 대해 "코로나19가 글로벌 실물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가 당초 예상보다 더 깊고 오래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며 "펀더멘털에 비해 오랫동안 과대평가됐던 글로벌 자산가격이 급격하게 재조정되는 요인도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차관은 최근의 국내외 금융 이 같이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를 즉시 강화하고, 환율이 일방향으로 크게 쏠릴 경우 시장안정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관계기관과 함께 24시간 실시간 모니터링을 지속하면서 금융·외환시장 '관계기관 합동점검반'을 통해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 및 위험요인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외환시장에서 시장불안 심리에 편승한 투기적 거래로 환율의 일방향 쏠림 현상이 확대될 경우 적시에 시장안정조치를 취하겠다"며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 강화를 즉시 시행하겠다"고 했다.
 
김 차관은 "이번 충격은 금융시스템에 내재된 취약성과 불균형이 일시에 악화돼 시작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과거의 글로벌 유동성 위기상황과는 큰 차이가 있다"며 "일부 시장지수 등락폭이 다소 과도하나 시스템 위기로 번질지 모른다는 공포심과 불안심리를 가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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