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고령화가 선진국에 비해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생산가능인구보단 고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이는 방향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생산가능인구의 절대 규모가 낮아 이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아져도 총량 수준의 노동 공급은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는 분석에서다. 사진=OECD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가 향후 30년간 세계적으로 이례적인 수준으로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측되면서 보다 시급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돼야 할 저출산 대책과는 별도로 정년제 폐지 등 고령 인구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일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2050년에는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38%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가능인구 비율은 약 52%에 그친다. 고용률을 선진국 평균 수준인 70%로 가정할 경우 생산에 종사하는 취업자는 전체 인구의 36%로 예상된다. 즉 인구의 36% 수준의 취업자가 전체 인구가 소비할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을 담당해야 한다는 의미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재준 KDI 선임연구위원은 "고령화의 속도와 기간을 고려할 때 향후 우리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충격은 상당할 것"이라며 "이와 같은 경제에서는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되지 않는 한 전반적인 생활 수준이 정체하거나 퇴보할 수 있으며 자원 배분을 둘러싼 세대 간 갈등이 사회정치적으로 증폭되면서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출산율 제고 정책이나 여성·청년의 대체노동력 공급을 늘리는 등의 정책은 현재 진행 중인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전형적인 고령화 대응책 중 하나로 거론되는 출산율 정책의 경우 장래 출생한 아이들이 충분한 인적자본을 갖춘 핵심 근로계층에 도달하기까지 대략 30년이 소요된다는 점에 현재의 급박한 고령화 상황에 대응하기에는 적절치 않다고 이 연구위원은 분석했다. 그러면서 65세 이상 고령층이 경제활동에 적극적으로 참가하면 장기적인 성장 추세를 개선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주장했다.

   

그는 "고령세대의 경제활동 참가는 경제성장률 하락을 완충하는 동시에 고령 인구의 부양 부담을 감소시킬 수 있어 고령화에 대응하는 효과적인 방안"이라며 "은퇴 시기로 진입하는 고령세대가 생산활동에 자발적으로 참가해 노동력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이어 "고령 세대가 경제활동을 지속하면 이들 세대의 소득과 소비, 조세수입이 증가하고 정부의 공적연금 지급 부담이 감소하는 등 장기적으로 성장 기반을 확대할 수 있다"고 썼다.

  

이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고령자 노동시장이 양적 측면에서 상당히 높은 고용률을 유지하고 있으나 질적 측면에서는 열악하다고 봤다. 상당수가 빈곤에 몰려 생계형 노동에 종사하거나 저부가가치 부문에서 불안정한 고용 형태의 일자리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령 노동시장의 공급자들의 학력 수준이 대부분 중등 교육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점도 노동 환경을 열악하게 하는 주된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정년제를 폐지하거나 근로 능력과 의사에 따라 은퇴 여부를 결정하는 유연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정한 나이를 고령의 기준으로 삼아 노동시장에서 퇴출하는 정년 제도는 더 이상 사회경제적 발전에 유효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낡은 제도라는 지적이다. 이 연구위원은 "추가적인 근로 여력이 있는 고학력 고령 근로자의 노동 시장 참여 기회를 배제하는 것은 비효율적인 인력 활용 방식"이라고 봤다.

  

또 고령자를 단순한 부양 대상이나 잉여인구로 보는 기존의 인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애 단계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건강 상태가 개선되고 기대수명이 연장되는 긍정적 요인을 활용해 고령층이 사회·경제적으로 생산적 기여를 지속할 수 있는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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