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4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협의회. 사진=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정부의 1기 경제팀 수장(首長) 교체가 유력한 가운데,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소득주도성장론’을 다시 한 번 옹호하고 나섰다.
    
장 실장은 11월 4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협의회에 출석, 모두(冒頭)발언을 통해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과 법안들이 통과되면 내년에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의 실질 성과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자리가 늘어나고 양극화 및 소득불평등이 개선돼 국민소득 3만불에 걸맞은 ‘함께 잘 사는 포용국가’로 새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 실장의 “내년에는 성과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날 발언은 지난 7월 “올 연말 소득주도성장의 가시적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한 것과 배치된다. 성과 발현 시점이 ‘올 연말’에서 ‘내년’으로 또 다시 ‘연기’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11월 4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협의회에서 "소득주도성장 효과가 내년에 나온다"는 취지의 모두(冒頭)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장 실장은 이날 당정청협의회에서 "경제가 어렵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이로 인해 고통받는 분이 많아 국민께 송구스럽다"면서도 “우리나라 경제는 오랫동안 누적된 고통에 빠져있다. 국민형편이 경제가 성장한 만큼 나아지지 않는 목적을 상실한 성장을 계속할 수는 없다"고 자신의 논리를 계속 이어갔다. 그는 “양극화와 소득불평등이 심화돼 경제는 성장하는데 불균형을 계속 방치할 수는 없다"며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장 실장은 최근 제기되고 있는 경기침체 우려와 관련해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다소 낮을 전망"이라고 언급한 뒤 "그러나 잠재성장률이 2퍼센트 후반에 이른다. 우리나라와 경제 수준이 비슷하거나 앞선 나라에 비해 낮은 수준이 아니다. 근거 없는 위기론은 국민 심리를 위축시켜 경제를 더 어렵게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로 경제지도를 바꾸고 있다"면서 “경제를 시장에만 맡기란 주장은 한국경제를 더 큰 모순에 빠지게 할 것이다. 과거로 되돌아갈 수 없다. 함께 잘사는 새 경제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실장은 정부의 지출 증가 우려와 관련해 “‘경제의 어려움을 세금으로 메우려하냐’는 비판이 있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경제가 어렵다면서 국민이 준 세금을 국민에 돌려주는 것을 비판하는 것은 모순이다. 모든 국민이 낸 세금을 어려움을 겪는 국민에 쓰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책무"라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재정건전성이 매우 좋은 국가다. 그럼에도 GDP대비 정부 지출은 최하위권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정부가 경제 활성화에 나서는 것에 소극적이다. 경제가 어렵다면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집행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김광두(오른쪽에서 네 번째)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정부 정책이 일자리를 파괴한다면 정의로운 경제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진은 2017년 12월 개최됐던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 전체회의. 사진=국민경제자문회의
   
  
한편 대통령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인 김광두 교수가 또다시 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던졌다.
  
김 부의장은 지난 2일 안민정책포럼 주최 조찬 세미나에서 “경제에서 '정의(正義)'는 국민이 무엇에서 행복을 느끼느냐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며 “국민이 가장 원하는 것은 일자리이다. 일자리를 계속 창출할 수 있는 경제가 정의로운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 정책이 일자리를 파괴한다면 정의로운 경제라고 할 수 없다"고 일침을 놨다.
       
김 부의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정책인 'J노믹스'를 주도적으로 만들었다. 그런 그가 현 정부 출범 이후 여러 차례 정부 정책을 비판해왔다.
 
그는 이날 소득주도성장론과 관련해서도 날선 비판을 했다. "저소득층의 소득을 올려줘 내수가 좋아지게 하려면 일자리가 최소한 유지는 되어야 하는데 일자리(취업자 증가 폭)는 오히려 감소하는 상황이다. 현 정부가 일자리 정부를 내세웠지만 전혀 경제정책이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김 부의장은 현 정부의 대기업 관련 정책에 대해 “시장의 수용성을 고려하지 않고 너무 급진적이다"고 역시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으로서의 ‘한계’도 일부 시인했다. “청와대에 경제 조언을 계속하고 있지만 안 받아들이면 아무 의미가 없다. 우리의 조언이 현실화됐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졌지만 선택은 정부에서 하는 것이고 그게 현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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