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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25일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러시아와 분쟁 중인 우크라이나 정부 상대 군사원조를 빌미로 민주당 유력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겨냥한 수사를 압박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 해당 의혹은 한 정보당국자의 내부고발로 불거졌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둘러싼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기 전 군사원조 보류를 지시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9월 23일(현지시각) 세 명의 행정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를 최소 일주일여 앞두고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직무대행에게 약 4억달러(약 4772억4000만원) 규모의 군사지원을 보류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25일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러시아와 분쟁 중인 우크라이나 정부 상대 군사원조를 빌미로 민주당 유력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겨냥한 수사를 압박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 해당 의혹은 한 정보당국자의 내부고발로 불거졌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9월 10일 경질된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러시아의 공격을 저지하고 우크라이나를 도울 수 있다는 판단 하에 해당 원조금 지원을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볼턴 전 보좌관은 경질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맹비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2020년 대선을 앞두고 미 정계에 심상찮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로버트 뮬러 특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결과 발표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탄핵론이 재조명되는 모양새다.
미국 민주당을 이끄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9월 24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식 탄핵절차 착수를 선언했다. CNN과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은 이날 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오늘 나는 하원의 공식적인 탄핵심리 추진을 선언한다"며 "6개 위원회에 탄핵심리 하에 조사를 진행하도록 지시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거론, "대통령의 헌법상 책무 위반"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대통령은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득이 되는 행동을 하도록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요구했다고 시인했다"며 "취임선서와 국가안보, 우리 선거의 온전함에 대한 배신"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또 국가정보국(DNI)이 정보기관감찰관실(ICIG)의 내부고발 의회 공유를 막은 데 대해 "국가안보 및 정보, 내부고발자 보호를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마이클 앳킨스 감찰관 의회 증언을 거론, "감찰관은 DNI 국장대행이 내부고발자의 고발을 드러내지 못하도록 막았다고 증언했다"며 "법률 위반"이라고 일갈했다.
펠로시 의장은 이어 오는 26일 하원 정보위 출석을 앞둔 조지프 매과이어 DNI 국장대행을 향해 "내부고발 전체를 의회에 공유해야 할 것"이라며 "그는 법을 어길지, 자신의 헌법상 책무를 이행할지 선택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그는 아울러 미국 건국 주역으로 꼽히는 벤저민 프랭클린을 거론, "미국인들은 프랭클린에게 '우리가 어떤 나라를 갖게 되는가. 공화국인가, 군주국인가'라고 물었다. 프랭클린은 '공화국이다, 당신이 지킬 수만 있다면'이라고 답했다"며 "우리의 책무는 그것을 지키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펠로시 의장은 "대통령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누구도 법 위에 있을 수 없다"며 "시대는 우리를 건국자들의 위대함과 같은 곳이 아니라, 국외와 국내의 모든 적으로부터 우리 헌법을 지키고 수호하도록 하는 절박함이라는 곳으로 이끌었다"고 선언했다.
이어 향후 트럼프 대통령 탄핵조사를 이끌어갈 제리 내들러 법사위원장과 및 애덤 시프 정보위원장, 엘리엇 엥겔 외교위원장, 일라이자 커밍스 정부감독개혁위원장 등을 향해 "프랭클린의 말대로, 우리 공화국을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의 탄핵절차 추진 선언 직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오늘은 유엔에 매우 중요한 날, 많은 일과 많은 성공이 있는 날"이라며 "민주당은 고의로 마녀사냥 같은 쓰레기 뉴스 속보로 이를 모두 망치고 비하했다. 우리나라에 매우 나쁘다"고 반발했다.
그는 또 펠로시 의장, 내들러 위원장, 시프 위원장 등 민주당 하원 지도부를 거론, "(이들의 말을) 믿을 수 있나"라며 "민주당은 심지어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 녹취록을 보지도 못했다. 완전한 마녀사냥" "대통령 괴롭히기"라고 맹비난했다.
이번 탄핵절차 추진은 지난 9월 18일 워싱턴포스트(WP)가 처음 보도한 트럼프 대통령과 외국 정상 간 통화 논란이 직접적 도화선이 됐다. 당시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 정상과의 통화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는 부적절한 약속을 했으며 정보당국에서 이와 관련한 내부고발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이후 추가보도를 통해 해당 통화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지난 7월25일자 통화라는 주장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통화에서 러시아와의 분쟁과 관련한 군사원조를 빌미로 우크라이나 정부에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겨냥한 수사를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앞서 바이든 전 부통령은 지난 2016년 차남인 헌터 바이든이 이사로 있는 에너지기업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해 우크라이나 검찰총장 해임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그는 "민주당 사람들은 우크라이나를 방문했고, 내가 만난 걸출한 신임 대통령(볼로디미르 젤렌스키)에게 강요를 하려고 했다"며 오히려 민주당이 우크라이나 정부에게 압박을 가했다고 발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해 "우크라이나 내부 부패를 끝내고자 한다. 대단하다"며 "하지만 민주당은 우크라이나에 가서 정치적 협박으로 신임 대통령에게 자신들이 원하는 일을 시키려 했다. 그들(민주당)이 그(젤렌스키)를 위협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게 바로 민주당이 나에 대해 주장하는 혐의다. 하지만 나는 (위협을) 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아울러 회견에 앞서 진행된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회동을 거론하며 "기자들이 질문을 던졌고, 그(젤렌스키)는 '압박은 없었다'고 답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압박(pressure)이라는 단어를 썼지만 그는 '밀어붙이다(push)'라는 단어를 쓴 것 같다. 하지만 그는 압박을 의미한 것"이라며 "같은 말이다. 밀어붙임도, 압박도, 아무 것도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모든 게 다 거짓말(hoax)이다. 모든 건 엄청난 거짓말"이라며 "우리는 나라를 위해 아주 열심히 일했다. 정말로 열심히 일했다.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 저녁 늦게까지 깨어 있고, 여러 나라와 만남을 갖는다"고 토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언론조차 그 모든 것들을 다루지 않고, 이는(나라를 위한 노력들은) 사라진다. 이는 우리는 물론 우리와 많은 시간을 보내는 다른 나라들에게도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그는 아울러 미 국가정보국장(DNI) 대행의 내부고발 의회 공유 거부와 관련해선 "나는 모든 하원 구성원들에게 이른바 내부고발자 정보와 관련한 투명한 공개를 완전히 지지한다고 말했다"며 무마 의혹에 거리를 뒀다.
그는 또 내부고발 내용에 대해선 "간접적(secondhand) 정보"라며 "흥미로운 일"이라고 발언, 내부고발자가 정작 자신과 젤렌스키 대통령 간 통화내용을 잘 알지 못했을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의 탄핵절차 돌입에 대해선 "유엔총회가 열리는 주간에 이런 날조행위를 벌였다"며 "이렇게 하면 (민주당이) 우리가 관여된 엄청난 업적에서 시선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민주당은 투표에서 우리를 이길 수 없기 때문에 마녀사냥에 집중하고 있다"며 "그들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승리한다는 훌륭한 여론조사가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백악관의 통화 녹취록 공개 이유에 대해선 "나는 가짜뉴스에 직면하고 있고, 내 생각에 (공개를 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들(민주당)은 첫번째 통화록도 요청하고 있다. 이게 당신들에게도 중요하다면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내부고발자가 작성한 고발문건이 미국 의회에 전달됐다고 9월 25일(현지시각) CNN이 보도했다. 문건을 확인한 의원들은 그 내용이 충격적(disturbing)이라고 입을 모았다.
문건을 회람한 뒤 애덤 시프(민주·캘리포니아) 하원 정보위원회 위원장은 "진술들이 굉장히 충격적이고 믿을 수 있다는 걸 발견했다"며 "왜 감찰관이 이 진술들을 믿을만한 사실로 여겼는지 이해한다"고 말했다.
하원 정보위 소속 마이크 퀴글리(민주·일리노이) 의원은 내부고발자 문건에 대해 문제가 되며, 충격적이고 우리의 우려를 강화한다고 묘사했다. 그는 문건이 매우 잘 작성됐다고 설명했다. 척 슈머(민주·뉴욕) 상원 원내대표는 "두 대통령의 통화 녹취록을 읽었을 때보다 이 문건을 읽었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더 걱정됐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의 에릭 스월웰(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은 문건 내용에 대해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 문건이 탄핵 추진을 강화시키고 있으며, 의회의 새로운 조사의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보기관 소속의 해당 고발자는 지난달 12일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정보기관감찰관실(ICIG)에 내부고발했다. 하지만 조지프 매과이어 국가정보국장(DNI) 대행은 이 사실을 의회에 통보하지 않았다. 결국 고발을 접수했던 마이클 앳킨스 감찰관이 상하원 정보위에 내부 고발 사실을 알리면서 의혹이 세상에 알려졌다.
한편 미국이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빠져든 가운데 전문가들은 시장이 일시적으로 요동치겠지만 심각한 영향은 받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CNBC는 탄핵 정국 과정에서 타격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상승장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 대통령을 탄핵하려면 하원 전체 과반, 상원 전체 3분의 2가 동의해야 한다. 하원 435석 중 민주당은 절반이 넘는 235석을 차지하고 있다. 관건은 공화당이 과반의석을 점유하고 있는 상원이다. 공화당 내에서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한 사람은 2012년 대선 당시 공화당 후보였던 밋 롬니 상원의원 정도다.
CNBC는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면 시장에 일시적인 불확실성을 부르겠지만,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계획을 끝내고 그를 몰아내는 데 함께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양당 간 치열한 논쟁에 따른 입법 마비 사태가 끼칠 부정적인 영향은 피할 수 없다. 배녹번 글로벌 포렉스의 마크 챈들러 수석 시장전략가는 "(탄핵이) 성공할 것 같지 않다. 단지 불확실성을 가중할 뿐"이라며 "민주당이 탄핵을 밀어붙이고 있다. 탄핵 여론은 거세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 연임하게 될 것이며 시장도 그편을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